자국민에 중국 여행 자제 권고한 美, 어떤 우려 언급했나

한동훈
2023년 07월 6일 오후 1:17 업데이트: 2023년 07월 6일 오후 2:22

미국 정부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자국민에게 중국 여행을 다시 생각해 보라고 권했다. 그 이유로는 중국 공산당 정권의 “자의적 법 집행”을 들었다.

미 국무부는 이번 권고에서 “중국에 있는 (외국) 기업인, 전직 정부 관계자, 학자, 저널리스트, 법적 분쟁에 연루된 중국인의 친척, 언론인 등 외국인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금됐다”고 밝혔다.

이미 일어났거나 진행 중인 사건을 기반으로 해서 발생 가능성이 높은 미래 사건을 경고한 것이다.

권고에 따르면, 국무부 ‘여행주의보(Travel Advisory Levels)’에서 중국은 3단계인 ‘여행 재고(Reconsider Travel)’로 분류됐다. 이는 가장 높은 4단계 ‘여행 금지(Do not travel)’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이번 여행주의보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을 입수 혹은 절도해 산업발달을 추진하는 한편, 정찰 풍선으로 미국 상공을 침범해 대응하기 애매한 ‘회색지대 작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간첩행위’를 두고 미국과 신경전에 돌입했다.

특히 이번 권고와 관련해서는 지난 5월 미국의 70대 시민권자가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사건이 주목된다.

중국 공산당 당국은 지난 5월 15일 미국인 존 신왕 렁(78)에게 무기징역(종신형)과 50만 위안(약 897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쑤저우 중급인민법원에 따르면 홍콩 영주권 보유자이자 미국 시민권자인 렁은 간첩 혐의를 인정했다.

법원은 렁의 신원 외의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공개하지 않았다. 조사는 물론 재판까지 비공개로 이뤄졌다. 중국의 법 집행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됐는지 확인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중국 방문 때 렁을 포함해 중국에 수감된 미국 시민 3명에 대해 부당하게 수감됐다며 석방을 요구한 바 있으나, 중국 측의 부정적 답변만 들어야 했다.

이는 국무부가 권고에서 “중국 정부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 없이 미국 시민과 다른 국가 시민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하는 등 현지 법을 자의적으로 집행하고 있다”고 명시한 이유다.

국무부는 또한 권고에서 “미국 시민은 중국에서 출국하려고 할 때 처음으로 출국금지 조치를 알아차릴지도 모른다. 출국금지 조치에 대해 법적 구제 절차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며 미성년자를 포함한 친족까지 출국금지될 수 있다고 했다.

손준호 사건에서도 중국의 불투명한 법 집행

여행이나 출국 제한은 중국 정부가 외국인에게 해외의 가족들을 동원해 관련 조사에 협조하게 하거나 타국에 영향력을 발휘할 때 사용하는 수단이라고 국무부는 지적했다.

미 국무부가 권고한 간첩행위와 관련된 사건은 아니지만, 중국 축구리그 산둥 타이산 소속으로 활동하다가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 혐의로 지난 5월 체포된 한국 손준호 선수 사건 역시 중국 법 집행의 실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15일 손준호 선수에 대한 수사를 구속 수사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그가 누구에게 어떤 뇌물을 받았는지 구체적인 혐의는 밝히지 않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지난달 초 손준호 선수를 돕기 위해 협회 변호사를 중국에 파견했을 때도 손준호 선수나 중국 현지 변호사도 만나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협회 측은 구금 이유조차 듣지 못했다고 했다.

한국 정부도 상황은 비슷하다. 외교부는 지난달 20일 중국 영사관을 통해 “현지 공관 직원이 손준호 선수와 영사 면담을 세 차례 진행했다”며 “구금 과정이나 그 이후에도 인권침해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외교부가 영사 접견을 통해서도 손준호 선수나 그의 변호사로부터 정확한 혐의를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답답함이 계속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에서는 변호사가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수사와 관련한 구체적 사항을 알릴 수 없어 정부로서도 수사 진행 상황을 파악하는 데 제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구체적인 혐의를 알 수 없어 방어권 행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중국의 법 집행 실상이 국내 정치권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한편, 미국의 외교전문 팟캐스터 다렌 네어는 1일 트위터에 “미국 정부가 중국에 너무 잘 대해주고 있다. 이란, 베네수엘라, 러시아가 (여행주의보) 4단계인데 왜 중국만 3단계인가”라며 여행 금지 수준으로 경고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 기사는 나빈 아트라풀리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