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길, 24절기] 신록의 계절 입하(立夏)…보리 이삭이 맺히고 이팝나무에 꽃이 피다

연유선
2024년 05월 5일 오전 7:11 업데이트: 2024년 05월 5일 오전 11:23

24절기의 일곱 번째 절기, 입하입니다.

여름의 첫 절기인 입하는 ‘여름에 들다’는 뜻입니다.

다른 이름으로는 보리가 익어 수확하는 시기로 맥랑, 맥추라고도 하고, 초여름이라는 뜻으로 맹하(孟夏), 초하(初夏), 유하(維夏) 등으로 부릅니다.

입하 때에는 모가 한창 자라고 보리이삭들이 맺히기 시작하는데요. 논밭에는 해충도 많아지고, 잡초 뽑기도 한창인 시기로 농사일이 바빠집니다.

입하와 관련된 속담으로는 ‘입하 바람에 씨나락 몰린다’가 있습니다. 이 시기엔 못자리에 볍씨를 뿌리고 물을 댑니다. 바람이 불면 볍씨들이 한쪽으로 몰리기 십상이라 입하의 바람은 반갑지 않았다고 합니다.

고대 중국에서는 입하를 아주 중요시했습니다. 『세시가절기취(歲時佳節記趣)』에 따르면 황제는 입하를 맞이하는 제사를 지냈습니다. 또한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교외로 나가 여름을 맞이하는 행사에 참가했습니다.

또 어린이들은 입하 때마다 전통적으로 달걀 그림을 그린다고 합니다. 생명을 품고 있는 달걀을 그리면서 생명 존중의 정신을 배운다고 합니다.

입하에는 쑥을 이용한 음식을 먹는 풍습이 있습니다.

쑥버무리는 쑥과 쌀가루를 버무려 시루에 쪄 먹는 떡으로, 예로부터 농사꾼들이 원기 회복을 위해 먹던 음식이었습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마을에 한두 그루쯤 있는 이팝나무에서 흰 꽃이 핍니다.

이팝나무란 이름은 입하 무렵 꽃이 피기 때문에 ‘입하목(立夏木)’이라 부른 데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희디흰 이팝나무꽃은 농민에게 꿈같은 흰 쌀밥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과거 조상들은 꽃이 한꺼번에 잘 피면 그해 풍년이 들고 잘 피지 않으면 흉년이 들 징조라고 여겼습니다.

여름을 맞아 푸르러지는 산과 들처럼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