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예금 돌려줘” 중국서 수천명 시위…당국 강제 해산

강우찬
2022년 07월 12일 오후 4:44 업데이트: 2022년 07월 12일 오후 5:02

4월 중순부터 예금 인출 중단…피해규모 7조원대
사복차림 정체불명 남성들 몰려와 시위대 강제 해산

중국 허난성에서 마을은행에 맡긴 돈을 찾을 수 없게 된 예금주 수천 명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흰옷을 입은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주먹을 휘두르며 시위대 강제 해산을 시도하면서 참석자 여럿이 다쳤다. 시위대 주변에서 질서 유지 활동을 하던 경찰은 이들을 그냥 지켜보다가 해산이 끝나자 주민들을 연행했다.

10일 허난성 주요 도시 정저우의 인민은행 정저우지점 앞에 수천 명이 모여 예금을 돌려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중국 전역에서 모인 피해자가 2천~3천 명이라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허난성과 안후이성의 소규모 마을은행 6곳에 맡긴 돈을 지난 4월 중순부터 인출할 수 없게 됐다며 피해 규모가 400억 위안(약 7조7천억원), 예금주가 40만 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문제가 된 은행은 허난성 위저우마을은행, 상차이후이민마을은행, 쩌청황화이마을은행, 카이펑신둥팡마을은행과 안후이성 신유허마을은행의 구현·서현 지점이다.

이들 은행은 지난 4월 18일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이유로 온라인 뱅킹 서비스를 중단했다.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예금주들은 직접 지점을 방문해 예금을 인출하려 했으나, 은행 측은 방역 등을 이유로 인출 요청을 거부했다.

소규모 마을은행 6곳에 무려 7조원대 예금이 묶인 것은 중국 핀테크 업체들의 홍보를 타고 중국 전역에 “고금리 상품”으로 소개됐기 때문이다.

중국 펑파이는 지난 4월 보도에서 피해 예금주들의 채팅방에 공유된 자료를 분석해, 피해자 대부분이 상하이, 광둥 등 경제적으로 발전된 지역 거주자들이라고 전했다.

예금주들은 은행 지점 앞에서 예금 반환을 요구하며 항의하거나 드러눕기도 했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지점이 위치한 정저우에 몰려들어 시위를 벌이게 됐다.

중국 허난성 정저우 인민은행 앞에서 예금인출중단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한 가운데, 흰색 상의에 검은 바지 차림의 남성들이 시위대에 달려들어 강제 해산을 시도하고 있다. | 화면 캡처

시위에 참가한 창(長)모씨는 에포크타임스에 “오늘 새벽 5시에 은행 앞에 도착했다”며 “전국 각지에서 예금주들이 모인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영상을 보면 이날 오전 5시부터 인민은행 정저주 지점 앞에는 “허난은행 예금반환”이라고 쓴 현수막을 든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전 11시쯤 현장에 흰옷을 입은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나타나 시위대 강제 해산을 시도했다.

장씨는 “흰옷을 입은 사람도 있었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도 있었다”며 “조폭인지 경찰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달려들어 계단에서 끌어내리고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렸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인민은행 정저우지점에서 흰 상의 차림 남성이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키고 있다. | 화면 캡처

그는 “눈이나 코를 맞아서 다치고, 발을 밟혀 발톱을 다친 사람도 있었다”며 “우리는 노인도 있고 어린이, 장애인, 임산부까지 있었지만 다 끌려갔다”고 했다.

장씨 등에 따르면 예금주들은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버스 40여 대에 실려 정저우 시내 여러 학교로 보내진 다음 교실 하나에 20~30명씩 분산 수용됐다. 제복 차림 경찰의 통제하에 이동한 예금주들은 인원 파악과 조사를 거쳐 풀려났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뒤늦게 조사에 착수해, 관련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피해자 구제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정저우 보건당국이 지역 예금주들의 정저우 항의 방문을 차단하려 코로나19 건강코드를 적색 코드로 임의 조작한 사실이 들통나며 전국적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강제 해산 영상이 올라오고 “지방정부가 이런 식이면, 예금은 일찌감치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은행도 믿을 수 없게 됐다” 등의 비난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이런 영상들은 곧 삭제되고 허난성 인민은행 예금주들이 체포됐다는 게시물과 관련 검색어, 댓글들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