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중앙아 껴안기’…키르기스스탄 아동에 무료 심장수술

신디 리
2024년 04월 23일 오전 10:18 업데이트: 2024년 04월 23일 오전 10:18

중국 네티즌은 반발 “수술 못 받는 중국 아이들도 많은데”

중국 정부가 외국인 어린이 10명에게 무료로 심장 수술을 실시해 준 것으로 알려지며 대중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웨이보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어려움에 처한 자국민은 무시하고, ‘대외 선전’을 위해 외국인들만 지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얼마 전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은 “지난달 22일,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어린이 환자 10명이 심장 수술을 받기 위해 허난성 정저우에 왔다”고 보도했다.

이어 “허난성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문의 4명이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2일까지 키르기스스탄에서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 환자 수십 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중에서 외과적 치료 기준을 충족하는 10명을 선별해 중국에서 무료 수술을 실시해 주기로 했다”며 “가장 어린 환자는 이제 막 생후 3개월이 넘은 아이”라고 전했다.

허난성신문도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 계정을 통해 “키르기스스탄의 어린이 환자들이 심장 수술을 받기 위해 정저우로 날아왔다”며 “병원 측은 이들을 위해 과일과 간식, 인형 등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중국 온라인에서는 중국 당국을 향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저장성에 거주하는 한 누리꾼은 더우인에 “형편이 어려운 중국 아이들에게도 이런 혜택을 줘야 한다”고 적었다.

산둥성의 또 다른 누리꾼은 “당국이 자국민을 우선시하지 않는다고 해도, 최소한 자국민과 외국인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외국인 어린이들에게만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더우인에서 활동하는 한 블로거는 “이번에 왕복 항공료는 물론, 숙박과 의료 서비스까지 모두 무료로 제공됐다”고 알렸다.

이런 가운데, 백혈병에 걸린 한 13세 소녀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짐에 따라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허난성에 사는 이 소녀는 3년 넘도록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데, 자신의 치료비가 가족에게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해 치료를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소녀는 “지금까지 내 치료비로 80만 위안(약 1억 5000만 원)이 넘는 돈을 썼다고 들었다. 내가 가족에게 너무 큰 짐이 되는 것 같다”며 “치료를 중단하고, 그 돈을 다른 동생들을 위해 썼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소녀의 어머니는 “딸의 치료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돈을 빌려서라도 딸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중국의 한 인플루언서는 이 사연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공유하며 “너무 마음이 아프다. 기부금을 모아 이 소녀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공산당 통치하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병에 걸리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그들은 자신의 운명에 체념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중국 누리꾼들은 이 소녀와 키르기스스탄 어린이 환자들의 상황을 비교하며 당국에 대한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우리는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는데도, 무료 치료나 수술을 받을 수는 없다”고 비꼬았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