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23년 지구촌을 뒤흔든 안보 이슈들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전 통일연구원장
2023년 12월 26일 오후 2:38 업데이트: 2023년 12월 26일 오후 2:39

토끼의 해 계묘년(癸卯年)이 저물고 흑룡의 해 갑진년(甲辰年)이 밝아 오고 있다. 끝자락에서 되돌아보는 한 해치고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는 없다지만 올해도 그랬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불량국가들’이 발호하면서 ‘독재세력 대 민주세력(autocracy vs. democracy)’이라는 신냉전 대결 구도가 심화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안보 관련 사태들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반전, 군비경쟁 시대의 재개막, 이란발 중동 질서 재편 시도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바브엘만데브(Bab-el-Mandeb) 해협의 봉쇄 위기, 핵질서 및 유엔 체제의 붕괴 위기, 중국과 필리핀 간의 해상 충돌 등이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슈들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에서는 베네수엘라가 석유가 발견된 가이아나의 땅을 합병하기 위해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 2024년의 안보 전망도 신통치 못하다. 올해의 안보 문제 중 상당수는 내년으로 이어지거나 새로운 위기를 잉태할 수 있는 데다, 미국의 패권과 경찰력이 흔들리는 가운데 2024년에는 대만해협, 한반도, 중남미, 아덴만, 발트 3국 등이 전쟁 위기를 맞을 수 있는 후보지들이다. 어쩌면 2024년은 올해보다 더 위험한 해가 될지도 모른다.

2023년 동안 한반도에서도 많은 안보 이슈들이 등장했다. 북핵 위협의 가중, 한국 핵무장 여론의 비등, 북한의 핵탑재 잠수함 진수, 한미동맹 강화와 워싱턴 선언, 한일관계 정상화와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담,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남북 우주 경쟁, 9·19 군사합의 파기, 북·러 무기 거래와 군사기술 공조 등이 뉴스를 장식한 굵직한 이슈들이었다. 물론, 베트남 참전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 손해 배상 판결, 한국군의 뿌리 논쟁, 해병대 채 상병 순직 등 국내 민심(民心)과 근심(軍心)을 분열시킬 수 있는 국내 사건들도 있었다.

새로운 악의 축’ 세력의 발호와 지구촌의 안보 위기

2023년은 이들 불량국가가 한 팀이 되어 벌이는 막장 행보로 인하여 불안감이 크게 확산했던 한 해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 피로증을 보이는 가운데 이란과 북한의 무기 지원에 힘입어 전세를 역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는 신전략핵감축조약(New START, 2010)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1996)에서 탈퇴하고 핵사용 위협을 반복하여 핵질서를 흔들었으며,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철수를 요구하거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제재하자는 안보리 결의안에 모조리 거부권을 행사하여 유엔 체제를 흔드는 데에도 앞장을 섰다. 중동에서는 이란이 ‘폭풍의 핵’으로 등장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통해 이스라엘에 전쟁을 도발했고, 후티 반군을 통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차단하는 모험을 감행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30%가 통과하는 홍해 해상로 보호를 위해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계획하고 다국적 함대를 창설하고 있어 이 지역에 전운(戰雲)은 몰려들고 있지만 미국의 동원력은 옛날 같지 않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군사 공조를 유지하면서 오바마 행정부 이래 미국이 중동에서 발을 빼는 동안 틈새를 파고들어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확장했고, 러시아 및 이란과 중동 해역에서 합동해군훈련을 정례화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남중국해의 내해화를 위해 필리핀 등과 마찰을 빚었으며, “2025~2027년 동안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미국 전문가들의 말을 반박하듯 “침공 시기를 특정한 적이 없다”라며 언제든 무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중남미에서는 빈국 가이아나에서 2015년 석유가 발견된 것을 기화로 베네수엘라가 가이아나 영토의 75%에 달하는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군사적 위협과 국민투표를 통해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19세기 이래 ‘NIMBY (not in may back yard),’ 즉 ‘미국의 뒷마당’에서는 반미(反美)를 용인하지 않는 정책을 실행해 온 미국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다.

2023년 동안 한반도에서도 핵무력을 앞세운 북한의 현상 변경 시도가 이어졌다. 북한은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5대 전략무기 개발을 천명했고, 2022년 12월 노동당 제8기 제6차 중앙위 전원회의에서는 ‘국방력 강화 4대 목표’를 선언했다. 북한은 9월에 전술핵 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함’을 진수했고, 11월에는 군사용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으며, 12월에는 고체연료 ICBM을 쏘았다. 즉, 2023년은 ‘5대 전략무기 개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상당한 진전을 과시한 한 해였다. 동시에 한국을 향해 ‘선제 핵사용 불사’ 원칙을, 그리고 미국을 향해서는 ‘가차 없는 핵대응’을 천명했다. 이는 남북관계를 지배하면서 동시에 미국 여론을 흔들어 주체통일의 최대 걸림돌인 한미동맹을 무력화하는 핵게임이다. 4월의 ‘워싱턴 선언’과 8월의 캠프 데이비드 회담은 가중되는 북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택한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동시에 전임 정부의 ‘통북(通北)·종중(從中)·탈미(脫美)·반일(反日)’ 외교·안보 노선에서 탈피하여 연미(聯美)·협일(協日)·극북(克北)’ 노선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게 한 이정표적 사건이었다.

불투명하고 불안한 2024년 안보 전망 

2024년에도 푸틴 대통령은 건재할 것이고 나토의 결속력 약화를 틈타 발트 3국 등 또 다른 지역에서 군사위기를 조성할 수도 있다. 중국의 전랑(戰狼) 외교와 자원 무기화를 통한 대 주변국 경제적 괴롭힘도 이어질 것이며, 이란의 ‘이슬람 혁명 수출’ 노선도 견지될 것이다. 북핵 고도화와 중·러의 북핵 비호도 이어질 것이며, 중·러의 정기적인 한·일 방공식별구역(ADIZ) 침범도 반복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이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 우크라이나의 인명·영토의 손실, 미국의 지도력 손상, 나토의 결속력 약화 등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아덴만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서방이 나약함을 보인다면 인류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해상 물류대란을 겪을 것이며, 그 경우 한국을 위시한 무역대국들은 치명적인 손실을 입을 것이다. 또한, 2024년은 유엔 무용론과 핵아마겟돈 공포가 확산하고 미국의 지도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될 전망이며, 그래서 이란, 후티 반군, 베네수엘라 등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