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든 안 보든 그건 우리 자유…중국은 왜 한국서 ‘션윈’에 훼방 놓나

추봉기 중국전략연구소장
2024년 05월 2일 오후 1:53 업데이트: 2024년 05월 3일 오후 3:45

얼마 전 한 영화 개봉을 두고 유명 일타강사가 “영화를 보든 안 보든, 내가 무슨 영화를 보든, 그건 내 자유”라는 소신을 밝혀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뭔가를 볼 것인지 말 것인지는 개인의 자유다. 우리나라, 자유 대한민국에서는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상식과 원칙이다. 그런데 이런 상식과 원칙을 뒤엎으려는 집단이 있다. 그것도 외국 세력이다. 바로 중국 정부다.

중국 공산정권은 지난 10년 이상 우리나라에서 한국인들이 뭔가를 보지 못하게 막으려 부단히 노력을, 압력을 행해왔다. 그 대상은 중국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미국 공연단 ‘션윈(Shen Yun)’의 고전무용 공연이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션윈은 중국 전통문화를 부흥시키겠다는 취지로 중국의 신화, 역사, 고전소설과 지역 풍습 등을 중국 고전무용과 라이브 오케스트라 연주로 공연한다. 2006년 설립돼 2007년부터 월드투어를 시작, 현재 매년 200여 개 도시에서 약 800회 공연을 펼친다.

이웃 일본은 2개월, 대만도 1개월씩 전국을 순회하지만, 유독 한국만은 매년 공연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다가 지난 2016년, 션윈 내한공연 주최 측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전모가 밝혀졌다. 당시 주한 중국대사관은 한국방송공사(KBS) 측에 “션윈예술단과 맺은 KBS홀 대관 계약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고, 이에 굴복한 KBS가 대관 계약을 취소했음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다.

중국 대사관은 KBS에 ‘한국 방송 콘텐츠를 중국에 송출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콘텐츠 매출에 타격을 입을까 봐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방적인 계약 파기까지 감행하면서 중국 시장을 넘봤던 KBS의 반칙은 별 소득 없이 끝났다. 사드 사태로 내려진 한한령 때문이다.

자국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고전무용 공연을 중국이 가로막는 상황은 언뜻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억압의 주체가 중국의 집권 세력인 공산당이며 그들이 과거 문화대혁명으로 중국 전통문화를 말살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션윈 내한공연 주최 측에 따르면 중국대사관(혹은 영사관)의 압력에 의한 공연장 측의 대관 거부 및 취소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중국의 압박은 여러 국가에서 발생하지만 그 압력에 공연장이나 지자체가 굴복하는 일은 한국 등 매우 적은 지역에서만 한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어떤 이들은 ‘그렇게 크게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게다가 미국의 공연단이다.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와 외교적 협력이 틀어질 경우 발생할 불이익을 고려하면, 중국대사관(그 배후의 중국공산당)의 요구를 좀 들어줘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이유로 내한공연 주최 측은 KBS에 패소했다.

한국 회사가 한국에서 체결한 정당한 계약이 중국 공산당의 부당한 위협에 취소되어도 괜찮다는 발상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이러한 저자세야말로 중국 공산당이 한국에 경제적·외교적 이익을 제공하는 주된 목적의 하나다.

중국이 그동안 한국 기업들에 거대한 시장 역할을 하며 국가 경제에 많은 이익을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반면, 한국 역시 중국에 높은 기술력으로 생산한 중간재를 공급하며 큰 도움을 줬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국과 중국 관계는 상호존중과 호혜평등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무역 파트너로서 중국으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을까. 가까운 사례로 지난해 6월 싱하이밍 중국대사는 한국 야당 대표를 앉혀 놓고 15분간 우리 정부를 협박하는 훈시를 한 적이 있었다. “중국 패배에 베팅하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중국 외교관들이 ‘대국 소국’을 운운하며 한국에 고압적인 자세로 부당한 요구를 가한 것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의 안보를 위해 필요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배치하자, 이런 압력은 절정에 달했다. 한국으로 오던 중국인 관광객이 끊겼고 우리 콘텐츠가 인기를 얻던 중국 시장의 문은 닫혔다.

사드 사태는 우리의 ‘경제적 파트너’라고 여겨졌던 중국(중국 공산당)이 실은 경제적 이익을 대가로 우리나라의 결정권, 안보 문제에 있어 도 넘은 개입을 해왔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 됐다. 이후 한국에서는 반중 여론이 치솟았지만 한국과 한국인들을 무시하는 그들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션윈이라는 특정 공연을 지목해 ‘한국인들은 봐선 안 된다’며 공연장과 관할 지자체에 압력을 가하는 행태는 이처럼 상호주의에서 벗어난 한중관계의 연장선상에 있다.

어떤 것을 볼 수 있고, 어떤 것을 볼 수 없는지 중국 공산당이 결정하고 검열하는 일이 자유로운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것은 용납해서는 안 될 심각한 간섭행위다. ‘경제적 이익’이라는 달콤한 약속은 그들의 입장에 따라 언제든 내던져질 수 있음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중국 공산당이 션윈을 방해하는 ‘구실’에 대해서도 조금 더 언급해야 하겠다. 그들은 션윈이 ‘특정 종교(단체) 선전’, ‘중국에 대한 비방’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는 사실이 아니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상호주의에 입각한다면 중국 내부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한국에 대한 비방, 허위·왜곡 보도, 잘못된 내용을 전하는 방송프로그램에 관해 한국은 항의할 수 있는가.

현재 한국의 드라마, 오락예능 프로그램에 관한 수없는 베끼기가 벌어지고 있으나, 한국은 정당한 저작권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션윈 공연이 중국의 주장대로 선전물, 비방물에 그친다면 수준 높은 한국 관객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겠는가. 한두 해 반짝 관심을 받을지는 몰라도 경쟁이 치열한 한국 공연시장에서 곧 퇴출당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방해를 뚫고 성사된 션윈 공연을 본 한국 관객들은 대다수가 고품격 공연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중국의 원래 모습을 발견했다”,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그들이 ‘우려’하는 반응도 나온다. 지금도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파룬궁 인권 탄압을 묘사한 작품을 본 관객들은 “끔찍한 범죄”, “중국 공산당의 추악한 실체를 새삼 알았다”는 소감을 밝힌다. 물론 잔혹한 범죄를 알게 돼 놀랐다는 관객들 역시 해당 작품들이 여전히 예술적 맥락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 동의한다.

게다가 중국의 현재를 다루는 이런 작품은 한 시즌 전체 공연작품 약 20편 가운데 2편 정도에 그친다. 또한 그 목적도 단순히 파룬궁 박해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시련 속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는다는 지조와 절개 같은 중국 전통적 가치와 이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아내는 소재로 사용된다.

이쯤 되면 중국이, 아니 공산당이 션윈 공연을 극렬히 방해하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한국을 비롯해 각국의 주축이 되는 사회 구성원들이 문화예술 공연을 감상하면서 공산주의 이전의 중국이 어땠는지, 그때 소중히 여겨졌던 가치들이 무엇인지를 오롯이 알 수 있어서다.

중국 공산당의 사악한 실체를 알게 된 관객들에게는 더는 그들의 거짓말이 통하지 않게 된다. 더 나아가 각국에서 친중 인사를 포섭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그들의 전략도 힘을 잃는다. 우리가 알고 있던 문화대국인 중국과 오늘날 중국 공산당은 매우 다르며, 심지어 상호배타적이라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 부처와 공연장 관계자들은 대관 거부 및 취소를 강요하는 중국 공산당의 외압에 관해 숙고할 필요가 있다. 고개를 수그리는 ‘쉬운 선택’을 함으로써 그들의 한국 통제에 협조할 것이 아니라 “노(No)”라고 말함으로써 수십 년 전 선배 세대가 공산주의 침략을 막아낸 것처럼 우리의 가치와 자유를 지켜내야 한다.

시장경제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영화나 공연 같은 문화상품의 선택권은 소비자에게 있다. 어떤 공연을 보냐 마느냐는 철저히 소비자 몫이다. 누가 강요할 일도 아니다. 외국 세력이, 그것도 한국을 통제하려 드는 강압적 정권이 이래라저래라 할 일은 더욱 아니다. 당신의 선택에 대한민국의 볼 권리, 선택의 기회가 달렸다.

사실, 중국 공산당의 션윈 훼방은 대부분의 국가와 지역에서 실패하고 있다. 그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몇몇 국가에서 공연장을 윽박질러 대관을 거부하거나 취소시켰을 뿐이다. 거기에 우리 한국이 포함됐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도 기껏 그 정도다. 현재 나날이 경제적으로 위축되고, 부동산 침체와 환경오염, 지방정부 부채 급증에 해외 수요 감소 등 자체 문제 해결에 급급한 그들의 허세도 거기까지다. 일부 국내 공연장이 중국 측의 압력을 견디고 션윈 무대를 허용했으나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얻었다는 소식은 없었다.

한번 밀리면 무자비하게 밟는 것이 공산당의 습성이다. 그들의 겁박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대응하는 것만이 민족적 자존심, 국가 안보, 문화 주권을 지키는 길이고 내정 간섭을 막는 길이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