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파타야 드럼통 살인사건…2022년 ‘대만·홍콩 인신매매’ 겹쳐 보인다

전경웅 객원칼럼니스트/자유일보 기획특집부장
2024년 05월 16일 오후 12:30 업데이트: 2024년 05월 16일 오후 12:30

이달 초 태국 휴양지 파타야에서 일어난 한국인 30대 남성 살인사건과 관련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 중인 글이 있다. 잔인한 범행 수법과 피해자를 어떻게 선정하고 납치하는지 과정을 담고 있다. 또 이와 관련해 미얀마와 캄보디아를 언급했다. 2022년 8월 동아시아를 떠들썩하게 만든 동남아 인신매매·장기적출 조직범죄를 연상케 한다.

◇ 30대 남성 A씨, 혼자 파타야 여행 갔다가 현지 여성 만나 사귄 뒤 범행당해

태국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은 이렇다. 30대 남성 A씨는 지난 4월 30일 혼자서 태국 관광을 갔다. 5월 7일 용의자 중 한 명이 피해자 모친에게 문자와 전화로 “당신 아들이 우리 마약을 물에 버려 큰 손해를 봤다. 300만 바트(약 1억 1000만 원)를 송금하라”며 “돈을 주지 않으면 장기를 팔아버리겠다”고 협박했다. 피해자 모친은 우리 정부에 신고했다.

현지 경찰은 태국 여성인 A씨의 여자 친구를 심문했다. 태국 매체에 따르면 A씨는 태국에 간 뒤 방콕의 한 클럽에서 알게 된 ‘여자 친구’와 휴가를 즐겼다. 여자 친구는 “2일 방콕 루트거리에 있는 클럽에서 마지막으로 만났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인근 CCTV를 뒤졌다. 마지막으로 포착된 모습은 3일 새벽 A씨가 방콕 RCA 거리에서 동양인 남성 2명과 함께 렌트카를 타고 떠나는 것이었다. 이 남성들은 파타야로 가서 다른 픽업트럭으로 갈아탔다. 4일 오후 9시 동양인 남성들은 픽업트럭 짐칸에 커다란 검은 물체를 싣고 인근 저수지로 간 뒤 1시간 뒤에 돌아온 사실을 현지 경찰이 확인했다.

지난 11일 현지 경찰은 파타야의 한 저수지에서 A씨 시신을 찾았다. 시신은 시멘트로 가득 찬 드럼통 속에 있었다. 열 손가락이 모두 잘린 채였다. 범인들은 4일 A씨를 살해해 유기하고 사흘 뒤에야 가족들에게 협박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한국 경찰은 지난 12일 용의자 3명 가운데 20대 남성 1명을 전북 정읍 자택에서 검거했다. 이어 13일 캄보디아 경찰과의 공조를 통해 20대 남성 1명을 프놈펜에서 검거했다. 나머지 30대 남성 1명은 미얀마로 도주했다고 태국 매체들이 보도했다.

용의자 3명은 A씨와 일면식도 없었다. 태국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불법 도박과 차량털이, 폭력 전과 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미얀마로 도주한 30대 남성은 2020년부터 최근까지 태국을 8차례 드나든 것으로 드러났다.

◇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서 “태국 여행 조심하라”는 글 확산…범행수법 상세히 묘사

그런데 이번 사건이 보도되기 전부터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태국 여행을 조심하라”거나 “동남아 여행 혼자서 절대 가지 마라”는 글이 확산했다. 이 가운데 “태국서 한국인 따서 5억 버는 법”이라는 글은 태국에 혼자 여행을 간 한국 남성을 어떻게 유인·납치하고, 가족들을 어떻게 협박하는지, 마지막에 피해자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설명했다.

글에 따르면 먼저 태국 파타야 지역 유흥가 ‘소이’ 일대에서 혼자 여행 간 30대 한국 남성을 찾는다. 이 남성이 유흥업소에 들어가면 클럽에서 일하는 현지 여성을 시켜 유혹한다. 하룻밤을 보낸 현지 여성은 “밥을 해주겠다”는 식으로 남성을 집으로 초대하고 애인처럼 군다. 남성이 현지 여성 집에 가서 사랑을 나눌 때 괴한이 들이닥쳐 여권 등 소지품을 빼앗고 옷을 모두 벗긴 뒤 무자비하게 구타한다.

그러고는 남성 가족에게 “돈을 보내라”고 협박한다. 처음에는 5억 원을 요구한 뒤 협상을 한다. 일반적으로 5000만~1억 원을 뜯어낸다고 한다. 돈을 받으면 암호화폐로 세탁해 챙기고 남성은 살해한다. 시신은 드럼통에 넣어 바다에 던지거나 황산 등의 화학물질로 시신을 없앤다는 내용이었다. 글쓴이는 최근 다시 올린 글에서 “이번에 드럼통 걸린 거? ‘아, 쟤들 진짜 재수 없네. 원래 절대 안 걸리는데’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주장했다.

“동남아 혼자서 절대 가지 말라”는 다른 글은 “방콕, 파타야에서 납치되면 캄보디아로 끌려가서 장기 다 뽑히고 죽고, 치앙마이에서 납치되면 미얀마로 끌려가서 장기 다 뽑히고 죽는다”는 주장을 편다. 글쓴이는 “약물 넣은 음료를 주거나 데이팅앱을 이용한 로맨스 스캠, 해외취업으로 낚는 방법도 있다”면서 “타겟은 한국, 대만, 홍콩 남성”이라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이어 “(납치된 사람 가운데) 뽀송뽀송하고 앳된 20대 애들은 장기 뽑히는 거고, 30대 위로는 돈 뽑히고 죽는다”면서 “장기매매 목적으로 납치된 애들은 정글 주변 작은 마을에서 사육된다. 그곳에서 강제노동을 하다가 장기 주문이 들어오면 적출당하는 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네 주민들, 경찰들 다 한통속이라 탈출은 불가능에 가깝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 국내서 잘 알려지지 않은 태국의 인신매매 실상

이런 글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관리자가 매번 삭제했다. 그런데 글 내용 가운데는 2022년 8월 대만과 홍콩을 떠들썩하게 만든 인신매매·장기적출 범죄와 겹치는 대목이 많다. 당시 5000명이 넘는 대만·홍콩·중국 청년이 고임금 일자리 제안에 혹해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에 갔다가 인신매매를 당했다.

당시 피해자들은 태국, 베트남 등으로 유인돼 납치당한 뒤 캄보디아와 미얀마로 끌려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 홍콩 청년의 사연을 전했다. SNS 마케팅을 하면 6000달러를 주겠다는 태국 업체 제안을 받고 갔다가 미얀마 국경지대로 끌려갔다고 한다. 당시 중화권 매체는 대만·홍콩 청년들이 동남아에서 인신매매를 당한 뒤 미얀마·캄보디아로 끌려간 대목에 집중했지만, 실은 태국에서 일어나는 인신매매는 심각한 수준이다.

2022년 8월 홍콩 <싱타오 일보>는 한 홍콩 남성이 SNS를 통해 알게 된 태국 여성의 요청으로 갔다가 인신매매를 당한 사례를 소개했다. 28살의 이 남성은 인스타그램으로 알게 된 태국 여성과 온라인 연애를 하게 된 뒤 초청을 받고 태국으로 갔다. 태국에 도착하자마자 인신매매 조직에 여권 등 소지품을 빼앗기고 4주 동안 감금당했다. 그의 가족이 몸값을 지불한 뒤에야 풀려났다고 한다. 그동안 인신매매 조직은 남성에게 사기 범죄를 돕도록 했다.

2018년 6월에는 30대 홍콩 여성이 태국에 혼자 여행을 갔다가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를 당했다. 인신매매 조직은 이 여성의 가족에게 연락해 거액의 몸값을 요구했다. 몸값을 감당하지 못한 가족이 당국에 신고한 뒤 태국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태국 경찰이 추적하자 인신매매 조직은 여성을 방콕의 한 거리에 방치한 채 달아났다. 당시 태국 경찰은 “범죄자들은 중국인으로 파악되며 중국에서부터 피해자를 표적으로 삼아 미행해 기회를 노린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태국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한 인신매매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문제는 태국이 오래전부터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였다는 점이다. 2015년 5월 태국 남부 국경지대에서 암매장된 시신 100여 구가 발견됐다. 태국 당국은 몇 달간의 수사를 통해 난민 업무를 담당하는 현역 육군 중장과 경찰 고위 간부, 지방 공무원, 정치인까지 낀 거대 인신매매 조직을 잡았다. 기소된 피의자만 103명에 달했다.

2013년 12월 <경향신문>은 미얀마 꼬따웅과 양곤의 인신매매 시장을 취재해 보도했다. 신문은 2007년 유엔 세계기업협약기구(UNGC)와 국제노동기구(ILO) 자료를 인용해 “전 세계에서 인신매매를 당해 성매매 등 강제노동을 하는 사람이 250만 명에 달하는데 이 중 3분의 1이 태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 메콩강 인근 6개국에서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이들 나라는 중국 공산당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 나라들이다.

이런 동남아 일대의 인신매매 범죄에서 정점을 찍은 것이 2022년 8월 논란이 된 대만·홍콩 청년 인신매매·장기적출 범죄다. 당시 중화권 매체는 동남아 인신매매 조직이 중국 공산당 관계자로 의심되는 인물과 손을 잡고 대만, 홍콩, 중국 청년들을 유인한 뒤 납치해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인근의 비밀 수용소와 미얀마 ‘KK단지’라는 곳에 감금해 놓고 강제노동을 시키고 있으며, 이용가치가 떨어진 피해자는 공해상의 선박으로 데려가 장기를 적출하고 시신을 바다에 버린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얀마 ‘KK단지’는 반군 조직이 경비를 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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