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군 고위층 숙청…中 공산당, 내분 가열에 혼조 양상

강우찬
2023년 10월 18일 오후 2:28 업데이트: 2023년 10월 18일 오후 2:28

로켓군 참모총장, 부사령관 연행 소문
측근 리창 총리 지방시찰도 이상 징후

중국에서는 최근 시진핑 중국 공산당(중공) 총서기가 직접 발탁한 측근까지 잇따라 숙청하고 있다.

시진핑이 창설한 군부 신흥세력인 로켓군에서도 이례적인 수뇌부 교체가 이뤄진 가운데, 중공 인민해방군 고위층이 줄줄이 조사를 받기 위해 연행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에서 ‘조사’는 실제로 부정이나 위법행위가 있었는지를 공정하게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물로 삼은 인물을 숙청하기 위한 첫 단계’에 가깝다. ‘연행’ 역시 목표물에 대한 숙청 작업이 본격 개시됐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미국으로 망명해 군사 관련 평론가로 활동 중인 인민해방군 해군사령부 전 참모(중령) 야오청(姚誠)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로켓군 참모총장 쑨진밍(孫金明)과 부사령관 리전광(李傳廣)이 동시에 연행됐다”고 밝혔다.

쑨진밍은 회의 도중 끌려나간 것으로 알려졌으나, 야오청은 로켓군이나 해군 내부 상황을 확인해 줄 수 있는 별도의 소식통이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며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홍콩 명보 역시 18일 쑨진핑 참모총장과 리전광 부사령관, 전 사령관 저우야닝(周亞寧), 전 부사령관 출신으로 현재 중공 군사위 연합작전지휘센터 사령관인 리쥔이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명보는 또한 군수장비 비리와 관련해 방산기업 고위 간부 다수가 당국에 연행돼 조사를 받았거나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면서 인민해방군 내 반부패 사정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최근 리창 중공 국무원 총리의 저장성 시찰에 관한 관영언론 보도에서 ‘정상적이지 않은 징후’가 포착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느 중앙정부 고위 관리의 시찰 때와는 달리 관례상 수행차 나오는 지방정부 고위층 인사들의 모습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공 관영매체 신화통신은 지난 10일 리창 총리가 앞서 이달 7일부터 9일까지 저장성을 둘러봤다고 전했지만 신화통신이 게재한 사진 속에 저장성 성장이나 당서기는 없었다. 리창 총리는 시진핑에 이어 중공 당내 서열 2위의 최고위층 인사다.

시사평론가 겸 공산주의 연구가인 왕허(王赫)은 “신화통신 기사를 본 중국인이라면, 리창 총리의 시찰에 저장성 고위층이 수행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그의 권력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왕허는 “중공의 매체, 선전기관은 당 서열 5위인 차이치 중앙서기처 제1서기가 관할한다”며 “리창 총리의 시찰에 저장성 고위층이 동행하지 않은 데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이런 홀대받는 듯한 모습이 언론에 그대로 노출된 데는 차이치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역사학자 장톈량(張天亮) 미 페이톈대학 교수는 “시진핑이 직접 임명한 측근인 친강 외교부장(장관), 리상푸 국방부장이 최근 연이어 해임됐다. 시진핑의 그동안 신뢰했던 주변 인물들에 대해 뭔가 불만 혹은 의심을 품고 있다는 매우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다음 숙청 대상으로는 리창 총리가 유력해 보인다. 그는 뭔가 압력을 받고 있으며 위상이 불안정하다는 신호가 여러 장면에서 지속적으로 발신되고 있다”며 “아마도 친강, 리상푸를 해임해 체면을 구긴 시진핑이 더 이상 망신을 당하고 싶지 않아 리창 해임을 잠시 유보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공은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통해 5년 임기의 새 지도부가 출범하면, 이후 5년 동안 통상 7회의 ‘중공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중전회)’를 개최한다.

첫 번째 중전회인 1중전회는 당대회 바로 다음 날 소집돼, 지도부 주요 인사를 구성하며 2중전회는 당대회 이듬해, 3중전회는 새 지도부 출범 1년 만인 이듬해 10~11월 열린다.

3중전회는 향후 5년간의 국정운영 주요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자리다. 시진핑 집권 3기가 지난해 10월 출범했으므로, 이번 3기 지도부의 3중전회는 올해 10~11월 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도 올해는 아직 일정조차 발표되지 않고 있다.

왕허는 이를 두고 “중난하이(中南海·중공 수뇌부)가 혼란에 빠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며 “중공은 늘 내부 권력투쟁과 타협이 반복돼 왔으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시진핑은 측근마저 의심하고 있고, 차이치와 리창 등 측근들 사이에도 반목이 고조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로켓군 사령관을 대거 숙청한 것도 표면적으로는 반부패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은 ‘의심’, 즉 쿠데타를 일으켜 자신을 축출하거나 제거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됐다는 게 왕허 등 중화권 평론가들의 견해다.

에포크타임스 계열 위성채널인 NTD는 중국 내부 소식통을 통해 시진핑이 중국의 여러 가지 예언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으며, 특히 자신의 신변에 관한 것들은 민감할 정도로 반응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본지 역시 ‘활을 든 군인이 후문으로 궁에 들어간다’는 당나라 예언서 ‘추배도(推背圖)’, 하얀 깃털을 가진 새가 산중턱에 부딪혀 죽는다’는 ‘철판도(鐵板圖)’ 예언 등을 소개한 바 있다.

이런 소문은 풍문으로 떠돌고 있으나, 시진핑은 이런 예언을 그냥 넘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제 정치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중시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중국에서 로켓군은 ‘화전군(火箭軍·불화살 군대)’으로 불리며, 하얀 깃털(白羽)은 시진핑의 성씨인 ‘시(習·익힐 습)’에 대한 은유로 풀이된다.

로켓군 사령관 리위차오(李玉超)나 국방부장 리상푸 등이 숙청당한 진짜 이유가 ‘활을 든 군인’ 예언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평론가 리닝은 “시진핑은 암살당하지 않기 위해 단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필사적으로 먼저 손을 쓰는 모습”이라며 “그러나 현실의 정치가 이러한 최고 권력자의 두려움에 의해 좌우된다면, 그 정권은 균형을 잃은 외줄타기와 같다”고 평했다.

리닝은 “외줄을 타는 사람은 무너진 균형을 잡으려 다른 쪽으로 급히 몸을 기울이지만, 너무 급격하게 기울이면 오히려 좌우로 심하게 휘청이다가 떨어지게 된다. 즉, 추락 직전의 무서운 상태와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