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백만 위구르인 중국 압제하에 눈물 흘리고 있어”

돌쿤 이사 세계위구르회의 의장

정향매
2023년 12월 22일 오전 9:00 업데이트: 2023년 12월 22일 오전 9:09

위구르족 돌쿤 이사(Dolkun Isa) 씨는 35년째 망향객 신세다. 1967년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커핑현에서 태어난 그는 신장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1988년 신장대학에서 공부하던 중 중국 당국이 위구르족에 대한 차별과 부당한 대우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에 동참했다. 같은 해 퇴학당한 그는 신변 안전의 위협을 느끼고 유럽으로 도피했다. 1994년 터키 앙카라의 가지대학(Gazi Üniversitesi)에서 정치사회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2006년 독일 시민권을 취득해 현재 독일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중국 신장의 가족과 생이별 중이다. “가족과 7년째 연락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7년 4월 어머니와 짧은 통화를 한 게 마지막입니다. 연락이 끊긴 지 1년이 지난 2018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제 어머니의 별세 소식을 전했습니다. 강제수용소에 끌려간 어머니가 1년 만에 78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2년 후인 2020년, 아버지의 별세 소식도 전해 들었습니다. 언제 무슨 이유로 숨을 거뒀는지, 어느 곳에 안장됐는지에 대해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한 돌쿤 이사 씨는 또 다른 비보(悲報)도 역시 언론을 통해 전해 들었다고 했다.  

“2021년 외신을 통해 남동생이 종신형을 선고받은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형도 중형을 선고받았다고 합니다. 형량에 대해 어떤 사람은 17년이라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24년이라고 합니다. 이게 제가 지난 6년 간 전해들은 가족에 대한 모든 소식입니다. 저는 독일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독일 정부를 통해 중국 당국에 제 가족의 정보를 요청했지만 중국은 거절했습니다. 제 사연은 특별 사례가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해외에 거주하는 모든 위구르인이 저와 비슷한 아픔을 품고 있습니다.”  

개인사를 통해 위구르인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비애를 설명한 돌쿤 이사 씨의 현재 직함은 세계위구르회의(World Uyghur Congress·WUC) 의장이다. WUC는 국제사면위원회, 휴먼라이트워치 등 인권단체와 더불어 중국 내 인권 탄압 실태를 국제사회에 고발하고 있다. 

돌쿤 이사 의장은 1996년 11월 독일에서 세계위구르청년회의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집행위원장 및 의장을 역임했다. 이후 2004년 4월 WUC 설립도 주도했으며 사무총장을 거쳐 2017년부터 의장을 맡고 있다. 대표없는국가민족기구(Unrepresented Nations and Peoples Organization·UNPO) 부의장을 지냈다. UNPO는 1991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설립한 국제사회에서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약소민족을 위한 국제기구이다.  

세계위구르회의 소개를 부탁합니다.

“세계위구르회의(WUC)는 위구르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대표하는 기구입니다. 2004년 양대 위구르 단체 ‘동투르키스탄국민회의’와 ‘세계위구르청년회의’를 통합해 세계위구르회의를 설립했습니다. WUC는 독일 뮌헨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벨기에 브뤼셀, 영국 런던, 터키 이스탄불, 독일 베를린 등 다섯 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산하 단체는 44개가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을 비롯해 중앙아시아와 유럽 각국에 산재돼 있습니다. WUC는 3년에 한 번씩 총회를 개최합니다. 지난 총회는 2021년 11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렸으며 각국 위구르 공동체가 선출한 대표 207명이 참석했습니다. 일반 국가의 국회의원에 준하는 각국 대표가 총회에 모여 다시 WUC 지도부를 선출했습니다.” 

WUC 활동을 이야기해주세요.

“WUC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유엔, 그중 유엔인권이사회와 미국 뉴욕과 스위스 제네바 소재 유엔 산하 인권기구들을 대상으로 한 청원 활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이사회에도 특별 대표를 두고 있으며 EU 의회·이사회·집행위원회을 대상으로 지지 요청 활동을 합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은 물론 세계 각국을 방문해 각국 정부, 국회의원, 언론, 시민단체와 만나 위구르 문제 인식 제고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돌쿤 의장은 위구르족이 당면한 문제로 난민 지위 인정 문제를 들었다. 이는 WUC가 최근 주력하는 문제이기도하다. “오늘날 가장 시급한 당면 문제는 난민 지위 인정입니다. 안타깝게도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캄보디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을 비롯한 중국 주변국에서는 중국 당국의 압력으로 인해, 신장자치구를 탈출한 위구르 난민을 중국으로 송환하는 사건이 수 차례 발생했습니다. 2014년 태국으로 탈출한 위구르 난민 109명은 이듬해인 2015년 태국 정부에 의해 중국으로 강제 추방됐습니다. 이후 소식이 끊겼고요. 8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소식이 전무합니다. WUC는 이러한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 위구르 난민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는 각종 보고서 발간도 WUC의 주요 임무라고 했다. “위구르 인권 문제 연례 보고서, 위구르 난민이나 강제 노동 문제 등 특정 주제 관련 보고서 등을 작성해 유엔을 비롯한 국제 기구에 제출합니다. 2024년 1월 20일, 유엔 인권이사회의는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를 통해 중국의 인권문제를 리뷰할 예정입니다. WUC는 이미 유엔에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관련 활동을 전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WUC는 위구르 청년 리더십 배양을 위해 국제법, 미디어 활동, 로비 방법 등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위구르족 박해 실상은 어떠한가요?

“중국 당국의 위구르족 박해는 길고 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위구르족과 카자흐족은 중일전쟁 중인 1944년 당시 소련의 지지하에 ‘동투르키스탄공화국’을 건립했습니다. 그러다 중국 공산당은 국공내전 기간인 1949년 9월 25일 오늘날 신장위구르자치구에 군대를 진주시켰고 내부 동조자의 배신으로 동투르키스탄공화국은 멸망했습니다. 1955년 중국 공산당은 ‘신장위구르자치구’ 성립을 공포했습니다.” 

돌쿤 이사 의장은 신장위구르자치구는 명목상 자치구이지 실질적인 민족 자치를 누린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위구르족은 한 번도 자치권을 누린 적이 없습니다. 중국 당국이 약속한 자치권은 서류상에만 존재할뿐 실행된 적이 없기 때문이죠. 위구르족은 중국 당국의 일상적인 차별·흡수 정책에 시달려 왔습니다. 2013년 시진핑 집권 후 중국의 위구르 정책은 차별 정책에서 학살 정책으로 바뀌었습니다. 신장자치구 전역이 거대한 감옥이 된 거죠. 중국 당국은 지난 2016년부터 지금까지 최소 300만 명의 위구르인을 강제수용소에 가뒀습니다. 해외 위구르 단체는 국제사회에서 위구르 인권 문제를 제기했지만 중국 정부는 박해 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학살 정책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의 지적과 압박에 대해서는 ‘신장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위구르인은 행복하다. 이른바 인권 문제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날조한 허위 정보에서 비롯됐다’며 반박했습니다. 캐나다를 비롯한 몇몇 국가가 유엔에서 해당 문제를 제기했을 때도 중국 당국은 유사한 이유를 대며 부인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동화라는 미명하에 위구르족에 대한 집단 학살(제노사이드)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를 비롯한 국제 법정에서 이 점을 승인받아야 하지만 중국을 회원국으로 두고 있는 ICC가 그렇게 하기를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중국이 이사국으로 있는 유엔 인권이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국제기구가 아닌 민간 단체에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WUC는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특별재판소에 조사를 의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WUC는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 검사를 지낸 제프리 나이스 경(Sir Geoffrey Nice)에게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WUC가 제출한 문건과 증거물을 검토한 나이스 경은 즉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요청을 수락했습니다. WUC는 2020년 6월 나이스 경에게 공식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그는 3개월 뒤인 2020년 9월 독립법정 위구르재판소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위구르재판소는 수십만 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수집했습니다. 펜 한 자루와 빈 종이 한 장으로 시작한 재판소는 18개월 만에 이같이 방대한 분량의 증거, 전문가·증인의 증언, 보고서를 수집한 것입니다. 2021년 6월 위구르재판소 1차 청문회가 열렸고, 국제 전문가 30명과 증인 약 30명이 출석했습니다. 같은 해 9월 2차, 11월 3차 청문회를 거쳐 12월 9일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을 대상으로 저지른 행위는 집단 학살, 반인도 범죄, 그리고 고문에 해당한다”는 최종 판결문을 발표했습니다. 다수 국제 언론이 해당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2021년 9월 14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독립법정 ‘위구르재판소’ 1차 청문회가 열렸다. | 비터윈터 사진

위구르재판소 판결문 발표 후 중국 정부의 반응은 어땠나요?

“앞서 위구르재판소는 중국 정부에도 증인 파견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분노하고 예민해진 중국 당국은 갖가지 방식으로 재판소를 공격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1차 청문회가 끝나자마자 재판에 참석한 수용소 생존자·증인 가족을 베이징으로 데려가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회견에 나타난 수용소 생존자·증인 가족은 이구동성으로 “우리 가족(오빠· 아내·남편)은 거짓말쟁이입니다”라고 주장했죠. 중국 당국이 이들에게 강요한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족을 인질로 삼아 증인 출석을 막으려는 게 분명합니다. 2차 청문회를 앞두고는 일부 증인에게 중국에 있는 가족을 생각해서 위구르재판소에 참석하지 말라고 협박했습니다. WUC는 모든 증인을 격려하며 재판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도록 협력했습니다. 위구르재판소 판결문은 제노사이드를 막겠다는 국제사회의 의지를 담은 국제법에 근거해 내린 결론이며 정치적 문서가 아닙니다. WUC는 판결문 발표 후 다수 국가를 방문해 각 정부에 해당 문서를 제시하며 집단학살 종식을 위해 행동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위구르재판소에 앞서 열린 ‘중국재판소’ 판결문에도 위구르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위구르재판소가 열리기 전 제프리 나이스 경은 중국 당국의 강제 장기적출 범죄를 다룬 중국재판소를 열었습니다. 저는 증인으로 중국재판소에 출석했습니다. 파룬궁 수련자뿐 아니라 위구르족도 해당 범죄의 피해집단이기 때문이죠. 중국 당국은 지금도 위구르인을 비롯한 강제수용소 수감자의 장기를 강제로 적출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중국 당국은 이른바 ‘할랄 장기’, 즉 무슬림 장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광고했습니다. 위구르족의 장기를 사용하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위구르족은 무슬림에 속하기 때문에 아랍 세계의 일부 무슬림 환자는 위구르인의 장기를 이식받고 싶어합니다. 강제 장기적출은 반인도 범죄입니다. 중국재판소 판결은 범죄를 종식시키는 과정에서 큰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중국 당국은 중국재판소 참여자도 공격했습니다.”

위구르재판소 판결 후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상황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재판이 끝났음에도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2022년 9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위구르 문제 보고서를 발표했고, 유엔총회와 EU의회도 중국 당국의 집단학살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위구르재판소 판결문 공개 후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다수 언론을 통해 중국에서 유출된 신장공안국 내부 문서 내용 등이 외부 세계에 알려지면서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거세졌습니다. 더 이상 의혹을 잠재울 수 없다고 판단한 중국 정부는 내러티브 전략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비난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다수 ‘프로파간다 투어’를 조직했습니다. 국제 언론사 기자, 이슬람 국가 출신의 이른바 학자·언론인을 신장으로 초대해 ‘검문소는 없다’고 선전합니다. 앞서 2016년 기준 신장 전역에는 정부가 설치한 검문소 총 960곳이 있었습니다. 구도 우루무치에는 200미터 간격으로 검문소가 설치돼 있었죠. 중국 정부는 2018~2020년 감시 카메라를 대량 설치하면서 검문소를 다수 철거했습니다. 지금은 도시와 도시의 경계에만 검문소가 있습니다. 도시에는 도처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검문소가 필요없어진 거죠.” 

돌쿤 이사 의장은 중국 당국의 이슬람 탄압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의 2020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2017년에서 2020년 사이 신장 지역의 이슬람 사원(모스크) 약 65%(16000곳)을 파괴했고, 그중 8500곳은 바로 철거됐습니다. 모스크를 방문해 기도하는 위구르인은 체포합니다. 하지만 무슬림 국가 학자, 외교관의 신장 방문 시기를 맞춰 현지 위구르인들에게 이슬람 사원을 방문해 기도하라고 합니다. 앞서 자발적으로 사원에 갔던 위구르인은 모두 강제수용소에 수감돼 있기 때문에 중국 당국의 이런 태도에 현지인들은 매우 혼란스러워 하죠. 이는 친중 내러티브를 형성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전략으로 판단됩니다. 경각심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는 위구르족 대상 강제 노역도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위구르족 강제노동 현실은 어떤가요?

“전 세계 면화의 25%이자 중국산 면화의 85%는 강제 노동에 동원된 위구르인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WUC는 아디다스, 나이키 등 위구르 강제 노동에 연루된 다국적 기업에 관련 사업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글로벌 의류회사 H&M을 포함한 일부 기업은 신장산 면화 사용을 중단했지만, 여전히 중국과 거래하고 있습니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도 위구르족 강제 노동에 연루돼 있습니다. 이 속에서 지난 2021년 미국에서는 ‘위구르 강제 노동 금지법’이 발효됐고 현재 국제 인권 단체, 노동조합, 시민 단체 460개가 강제 노동 종식을 위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여전히 경제력, 외교적 영향력을 이용해 다른 국가를 침묵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해외 거주 위구르족 탄압 실상은 어떠한가요?

“중국의 초국가적 탄압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저 또한 피해자입니다. 중국 정부는 1997년 저를 인터폴 적색수배자 명단에 올렸고, 2018년에야 명단에서 제외했습니다.” 

돌쿤 이사 의장은 수배자 시절 겪었던 고난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인터폴 적색수배자 명단에 올랐던 지난 2009년,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구금된 후 중국으로 강제 송환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당시 한국과 독일 언론은 물론 전 세계 다수 언론이 해당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독일, 미국, 기타 유럽 정부가 중국에 압력을 행사한 결과 저는 4일 후 독일로 추방됐습니다.”

그는 자신이 겪은 일은 단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후에도 국경을 넘나들며 유사한 일이 수 차례 발생했습니다. 2016년 터키에 있었던 저는 인도 전자 비자를 신청했는데 거부당했습니다. 2006년 대만 방문 이후로 올해 9월 다시 대만 땅을 밝았습니다. 2008년부터 13년간 대만 여행 금지 조치를 당했습니다. 중국 당국이 대만 정부에 압력을 가한 결과로 알고 있습니다. 2017년 뉴욕에서 유엔 행사가 열렸는데, 중국 당국이의 영향력 행사로 저는 행사장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럼에도 1년여 후인 2019년 저는 유엔에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때도 중국 정부는 저를 막으려고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당시 독일, 미국을 비롯한 다수 민주주의 국가가 제가 발언을 이어갈 수 있게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인터폴 적색수배자 명단에서 제외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중국 당국은 지금도 저를 테러리스트로 간주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여전히 입국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한 돌쿤 이사 의장은 해외에서 유사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아시다시피 중국 당국은 전 세계 150개 도시에서 비밀 경찰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기구를 이용해 해외 거주 위구르족 활동가, 반체제 인사, 티베트인, 파룬궁 수련자 등을 공격합니다.” 

중국 비밀경찰서 실태는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요?

“중국 공안들은 해외에서 정체를 숨긴 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부는 사업가로 위장해 해외 거주 위구르인에게 접근합니다. 현금을 쥐어주며 ‘중국의 스파이로 활동해 달라’고 압박하죠. ‘신장에 가서 가족을 만나고 싶으면 우리와 협력해야 한다’고도 합니다. 주독일 중국대사관·총영사관도 공개적으로 독일 시민권을 취득한 위구르인을 이렇게 협박합니다. 중국 비자를 신청하면 ‘위구르인 단체 관련 정보 제공’ 등 여러 조건을 제시하는데, 일부 위구르 출신 독일 시민권자는 중국 당국의 수법에 넘어갑니다. 오랜 시간을 거쳐 이런 사례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WUC는 독일 정부를 비롯한 유럽 각국 정부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중국 당국의 비밀 조직이 이 나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수 차례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각국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잘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서드가 다수 국가에 중국 비밀경찰서가 설치돼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자 모든 정부가 충격받았죠. 그러나 우리는 일찍이 알고 있었습니다.”  

돌쿤 이사 의장은 지난 2월 18일 세계 최대 규모의 안보회의 ‘MSC(뮌헨아보회의) 2023’에서 재회한 낸시 펠로시 전 미국 연방하원 의장과 기념 사진을 남겼다. | 본인 제공

WUC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위구르족은 국제사회에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10개국 의회와 유럽의회가 ‘중국 정부의 위구르 탄압은 제노사이드이자 반인도적 범죄’라고 명시한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유엔총회도 이 점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OHCHR도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돌쿤 이사 의장은 보고서가 발간된 것에는 감사하지만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보고서는 중국의 반인도적인 범죄를 언급하면서도 규탄 수위가 다소 낮은 듯합니다. 그럼에도 유엔의 공식 문건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미국의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각 ‘위구르 인권보호법’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에 서명했습니다. 현재 미국 의회에는 위구르 관련 법안 2~3가 계류돼 있습니다. 올해 10월에는 51개 유엔 회원국이 위구르족 박해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다수 해외 언론도 위구르족 학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는 고무적인 일이지만 충분하지는 않다고 했다. “오늘날에도 위구르인 수백만 명이 강제수용소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최소 백만 명의 어린이가 가족과 강제로 떨어져 지내고 있으며 위구르 여성들은 강제 불임 수술, 성폭행 등 성적 학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다수 다국적 기업은 계속 중국과 거래하며 강제 노동에 동원된 위구르인의 피땀을 이용해 돈을 벌고 있습니다.”

WUC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중국 당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라고 부르는 그곳을 우리는 ‘동투르키스탄’이라고 칭합니다. 중국 당국은 그곳을 점령한 후 1955년 자치구를 설립했고, 위구르족의 자치권은 중국 헌법에 명시돼 있지만 위구르족은 단 하루도 자치권을 누려보지 못했습니다. 이른바 ‘자치’는 위구르족에 차별과 고통, 한(漢)족으로 강제 동화를 가져다 줬을 뿐입니다. 오늘날 우리 위구르인은 대량 학살을 당하고 있습니다. WUC는 위구르족을 보호하고 민족 정체성도 지키고자 합니다. 다수 위구르인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독립해 민족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저도 독립이야말로 민족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한국인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앞서 제가 한국에서 겪었던 일을 말씀드렸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그런 문제에 직면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잠깐 구금됐다 풀려난 일이 종종 있었지만, 중국으로 추방될 위기에 처했던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충격이 더 컸습니다. 중국은 한국의 중요한 무역 파트너 중 하나이며 양국은 밀접한 경제·무역 관계를 맺고 있음을 이해합니다. 경제 성장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은 아무 일도 없었을 때처럼 비즈니스 거래를 할 때가 아닙니다. 오늘날 중국 정부는 위구르족에 대한 반인도적인 집단학살 범죄를 저지르고 있을 뿐 아니라 △티베트 문화 말살 △파룬궁 수련생 박해 △자국민 인권 침해 △홍콩 민주화운동 진압 △대만 위협 등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시아의 모범적인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한국 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중국 당국을 규탄하고 위구르족을 비롯한 중국 당국에 의해 억압받는 사람들의 인권을 지지할 도덕적, 법적 의무가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 특히 위구르 강제 노동과 직접 관계 있는 기업에 중국과 거래 중단을 요구해야 합니다. 지난날 오랜 독재를 겪었던 한국인들은 오늘날 민주주의, 인권 보장, 언론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역사의 교훈을 기억한다면 우리를 도와야 합니다. 한국 정부와 국민이 중국 당국의 집단학살을 인식하고 위구르족 인권을 옹호하는 국제 연대에 동참해 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