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핵 아마겟돈으로 가나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전 통일연구원장
2023년 10월 30일 오전 7:53 업데이트: 2023년 10월 30일 오전 9:51

10월 7일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Hamas)의 기습으로 촉발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이미 팔레스타인 지역에 국한된 국지전이 아니다. ‘피의 복수’를 다짐한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대한 폭격과 소탕 작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란은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면서 연일 참전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도 두 개의 항모전단을 지중해로 급파하고 ‘확전 방지’와 ‘이스라엘 자위권 보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분주한 외교·군사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지원하는 레바논의 헤즈볼라(Hazbollah), 시리아의 친이란 민병대 등이 이스라엘 공격에 가담함에 따라 이스라엘군은 세 방면의 전선(戰線)에서 적과 대치하고 있다. 이슬람 국가들에서 반이스라엘·반미 시위가 확산되고 있으며, 이라크 알아사드 미 공군 기지를 포함한 중동 내 미군기지들이 공격을 받음에 따라 미군이 시리아 민병대 시설을 공습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10월 27일 긴급 유엔총회가 즉각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했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 퇴치를 위한 지상전’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렇듯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이미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확전 DNA’를 가지고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게다가 확전이 중동에만 국한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세계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추구하는 ‘전체주의 국가들(axis of tyrannies)’이 새로운 ‘악의 축’(new axis of evil)이 되어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주도하는 기존의 세계 질서에 도전함으로써 야기된 ‘신냉전 대결’ 시대에 진입해 있다. 신냉전 구도에서 보면, 동유럽, 중동, 대만해협 그리고 한반도는 현상 변경을 원하는 세력이 존재하는 지역, 즉 ‘4대 화약고(flashpoints)’다. 동유럽의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에 의한 현상 변경이 시도 중이며, 중동에서는 이란이 ‘이스라엘의 건재’와 ‘이슬람의 분열’이라는 현상을 타파하고 이슬람의 맹주에 오르기 위해 이슬람 혁명을 수출하고 범이슬람주의의 재부상을 부추기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무력 행사 가능성으로 대만해협 상공에 전운(戰雲)이 떠돌고 있으며, 한반도에서는 북한이 ‘핵무력을 통한 현상 변경’을 노리고 있다.

그래서 이번 사태가 이슬람과 ‘악의 축’이 합세하여 미·이스라엘 연합 세력에 대항하는 사태, 즉 1993년 헌팅턴(Samuel Huntington)이 예고했던 ‘문명 충돌(clash of civilization)’로 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수니파 하마스와 시아파 헤즈볼라의 공조, 하마스 및 이란 지도자들의 모스크바 방문, 북한제 무기의 등장 등 ‘악의 축’ 국가들의 연대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그림에서 본다면, 하마스가 자체 역량을 초과한 치밀성과 정교성을 과시한 10월 7일의 ‘알아크사 작전’은 이란이 각본을 쓰고 ‘악의 축’ 카르텔이 후원한 가운데 하마스가 행동대원이 돼 연출한 입체 드라마로서 애초부터 ‘확전 DNA’를 가지고 시작된 사태였다. 대만해협이나 한반도가 다음 전장(戰場)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현상 변경을 원하는 세력들이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이어 중동에서 다시 한번 발목이 잡히는 것을 ‘현상 변경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제3차 대전으로 이어지고 ‘핵 종말 전쟁(Nuclear Armageddon)’이 시작될 수있다. 이 가능성이 얼마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면 그렇다는 뜻이다.

이스라엘이 핵을 사용한다면

2천 년 동안 살아온 땅을 수천 년 전 연고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넘겨 주고 험난한 삶을 살아온 팔레스타인인들도 그렇지만, 수백 년 동안 차별과 수난을 당하면서 유럽과 러시아를 떠돌다가 홀로코스트까지 겪은 후 힘들게 나라를 세운 유대인들의 호국 결기는 말릴 수 없는 수준이다. 이번 사태로 국가가 절멸의 갈림길에 선다면 핵사용을 마다할 유대인들이 아니다. 한 나라의 핵사용이 다른 핵보유국들의 핵 개입을 불러오고 핵교전이 ‘확전의 사닥다리(ladder of escalation)을 탄다면 바야흐로 인류는 ‘핵 종말(nuclear doomsday)’ 위기와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핵보유나 핵실험 유무를 밝힌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핵보유를 부인한 적도 없다. 굳이 있다면 1986년 이스라엘의 디모나 핵연구단지에서 근무하던 모르데하이 바누누(Moderhai  Vanunu)가 영국으로 도주하여 런던 타임스를 통해 이스라엘이 100~200개의 핵탄두를 만들었다고 폭로했다가 모사드에 의해 납치되어 압송된 것이 전부다. 그것이 이스라엘식 ‘불확실 전략(strategy of nuclear ambiguity)’이다. 즉, 핵 억제력을 발생시키면서도 증명된 핵보유가 아니므로 제재를 받을 필요도 없는 ‘꿩 먹고 알도 먹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이스라엘의 핵실력은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있었던 사건들과 정황들을 종합하여 이스라엘의 핵탄두 숫자를 100~400개로 추정하며, 원폭, 수폭, 중성자탄 등을 두루 가진 것으로 본다. 핵보유 시기는 1967~1973년으로 보는 것이 대세다. 정교한 첨단 투발수단들도 운용하고 있다. 공대지 핵투발 플렛폼으로는 F-16 개령형, F-15E, F-15I 등에 최근에 도입한 F-35들이 있으며, 핵투발이 가능한 팝아이(Popeye Turbo) 순항미사일을 운용한다. 지대지 미사일로는 사거리 1,500km의 여리고(Jericho)-II와 4,000km 사거리를 가진 Jericho-III 미사일이 주력이며, Jericho-IV도 개발 중이다. 잠대지 플랫폼으로는 기존의 돌핀급 5척과 금년에 진수한 드라콘급 1척이 있는데, 이스라엘 잠수함들은 특별 제작한 대구경 어뢰발사관들을 가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발사관을 통해 공대지용 Popeye 미사일을 사거리 1,000km 잠대지용으로 개조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드론 강국이자 각종 인공지능과 첨단 C4I 자산들을 갖춘 군사 강국이다. 이스라엘이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핵사용에 나선다면 중동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고도 남을 것이다.

확전 방지는 온 인류의 과제

이쯤 되면, 아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의 확전을 막고 조속한 해결을 강구하는 것은 그 지역을 넘는 온 인류의 과제다.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30년 전 ‘오슬로 협정’이 내놓았던 ‘두 나라 해법’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완전 독립을 인정할 것 같지는 않지만, 팔레스타인에게 보다 확실한 자치와 보다 나은 삶을 보장하고 평화를 약속받는 것이 최선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사국들 간의 상이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쉽지 않아 보인다. 이스라엘은 보복의 강도를 높일수록 이슬람의 단결을 촉발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지만 하마스 발본색원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1981년 이라크의 오시라크(Osiraq) 원전을 그리고 2007년에는 시리아가 건설 중이던 핵시설도 파괴했던 이스라엘인지라 차제에 이란이 핵을 보유하기 전에 이란의 핵시설들을 초토화하고 싶은 동기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확전을 막고 싶지만 인질 석방, 이스라엘의 자위권 보장 등의 목표가 있어 무조건적 휴전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확전 시 최대 수혜자가 될 ‘악의 축’ 국가들의 입장도 그렇다. 확전이 되어 미국과 서방의 에너지가 중동으로 분산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월함을 느낄 것이고, 중국은 세계의 전략 균형을 자국 쪽으로 기울게 할 기회를 가지며, 이란은 시아파와 수니파를 망라하는 이슬람의 맹주로 부상할 호기를 맞을 것이다. 확전이 ‘불발’되면 이슬람의 개입을 기대하고 사고를 쳤던 하마스는 공연히 ‘호랑이 앞에서 웃통을 벗었다가 피박살이 난 토끼’가 되고 만다. 이렇게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속에서 과연 모두가 합의하는 해법이 나올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럽다. 그럼에도 어쨌든 핵 아마겟돈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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