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방지? 비행기 대신 전용열차 이동 선호하는 시진핑

강우찬
2023년 09월 20일 오전 11:06 업데이트: 2023년 09월 21일 오후 4:59

뉴스분석

시진핑, 먼 거리도 기차 이용하고 중간에 돌발 일정 섞어
군사 전문가 “로켓군 지대공 미사일 공격이 가장 위협적”

지난해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한 놀이 중에 ‘상대가 예측할 수 없게 행동하라(Never let them know your next move)’가 있었다.

악수를 하려다가 머리를 매만지거나 축구 경기 때 슛을 하려다가 상대방을 걷어차는 등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찍은 영상을 올려 웃음을 주는 식이었다.

지난 수개월간 시진핑의 행보가 딱 그렇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지난달 27일 신장 위구르자치구 방문이었다. 전날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 후 귀국한 시진핑은 베이징으로 직행하는 대신 신장을 찾았다.

중국 매체들은 시진핑이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한다는 소식을 일제히 전했지만 귀국길에 신장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전한 매체는 한 곳도 없었다.  예고하지 않은 깜짝 방문인 셈이다.

게다가 시진핑은 이미 작년 7월 신장을 8년 만에 방문해 주민들의 환영을 받는 모습을 연출한 바 있다. 이는 위구르족 무슬림 강제노역에 대한 국제적 비난을 의식했음이 역력했다.

그런데 올해 2년 연속으로 신장을 찾은 것이다. 특별한 명분도 없었다. 시진핑은 지역 당 간부들과 정부 관리들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언론에 보도된 것으로만 최소 8번 ‘안정’을 언급하며 사회안정을 거듭 강조했다.

신장에 도착한 시진핑은 며칠 머문 뒤 전용열차를 타고 베이징에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베이징에서 열기로 했던 브릭스 정상회의 결과 보고회도 ‘없었던 일’로 했다. 당초 정상회의 성과를 알리며 외교적 업적을 내세우려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이를 포기한 것이다.

시진핑은 중국 내부를 이동할 때 항공기 대신 전용열차를 선호해왔다. 이 전용열차는 겉모습은 일반 열차와 비슷하나 호화로운 내부시설과 방탄기능을 갖췄다. 핵 공격에 대비한 쉘터도 탑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돌발상황에 따른 충격을 줄이려 지나친 고속 운행을 자제한다.

시진핑이 예정에 없었던, 혹은 미리 공개하지 않았던 일정을 소화하는 경우는 이번 남아공 방문만이 아니다. 올해 들어 자주 이러한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7월 25~27일 쓰촨성 시찰을 마친 시진핑은 28일 쓰촨성 성도인 청두에서 열리는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개막식에 참석한 후 베이징으로 향했다.

그러나 곧장 베이징으로 향하는 대신 29일 산시성 한중시에 들러 한중 박물관을 찾았다. 신화통신은 시진핑이 한중시의 역사와 문화, 문물 보호 현황을 살펴봤다고 보도했다.

앞서 5월에도 시진핑은 산시성 시안에서 18~19일 열린 제1회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전용열차로 이동하던 도중 16일 산시성 윈청을 찾았다. 이때에도 별 일정 없이 지역 박물관을 둘러봤다.

시진핑은 이처럼 공식 일정을 위해 이동하다가 예고 없이 중간에 내려 지역 박물관을 둘러보는 식으로 ‘상대가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종종 보이고 있다. 그때마다 전용열차를 이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항공기로 이동하다가 중간에 비행기를 착륙시켜 어딘가를 둘러본다는 것은 많은 번거로움이 따른다. 반면 열차는 도중에 아무 역에서나 멈춰 몇 시간 혹은 하루 이틀 일정을 바꾸기가 쉽다. 대신 비행기보다 이동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작년 6월 30일, 홍콩 반환 25주년을 기념해 홍콩을 찾았을 때도 시진핑은 전용열차를 타고 홍콩 주룽(九龍·구룡)역에 도착했다.

베이징에서 홍콩까지 직선거리는 약 1900km이며 일반 여객기로는 약 3시간 반 정도 걸린다. 고속열차를 타면 주행거리는 약 2400km로 늘어나며 최소 9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그런데도 시진핑은 항공기 대신 전용열차를 택했다.

이 밖에도 시진핑은 먼 거리를 이동할 때도 전용기 대신 전용열차를 탑승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2022년 6월 30일, 홍콩 반환 25주년을 맞아 전용열차를 타고 홍콩에 도착한 시진핑. | 신화통신/연합뉴스

시진핑 암살…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항공기 격추

러시아에서 무장반란을 일으켰다가 이를 자진 철회한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지난달 23일 항공기 추락으로 사망했다.

아직 러시아 측의 조사결과는 나오지 않았으나 지대공 미사일 공격 혹은 기내 폭탄 폭발이 추락 원인으로 추측되고 있다. 어느 쪽이든 항공기 고장이 아닌 누군가의 공격으로 추락해 사망한 것이다. 배후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목되고 있다.

군사평론가 선저우(沈舟)는 시진핑이 전용기로 이동할 경우 추락으로 인한 사망, 특히 지대공 미사일 공격에 격추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선저우는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인민군)이 보유한 미사일은 많지만 그중 시진핑 공격에 사용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것은 탄도 미사일이 아닌 대공 미사일”이라고 밝혔다.

인민군이 보유한 미사일은 대부분 로켓군이 관리한다. 로켓군이 마음만 먹으면 항공기가 아니라 지상에 있는 목표물, 시진핑이 머물고 있는 베이징의 공산당 수뇌부 집단 거주지 중난하이를 직접 타격할 수도 있다.

로켓군이 보유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둥펑(DF)-11, DF-15, DF-16은 주로 동부연안 대만해협 인근에 배치돼 베이징까지 사거리가 닿지 않는다. 다만 시진핑이 푸젠성이나 광둥성 등 동부 지역으로 시찰을 가면 사거리 안에 들 수 있다. 그러나 시진핑은 푸젠성에 두 차례 태풍이 상륙해 큰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현장 시찰을 가지 않았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핵탄두가 탑재돼 시진핑의 지시 없이 발사가 불가능하다. 중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최고 지도자가 핵 코드를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로켓군 장성들이 독단으로 DF-31, DF-41, DF-5 같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 가능 상태로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

중거리 탄도미사일 DF-26,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DF-21가 있지만, 이를 동원하려면 여단 지휘관과 부지휘관, 정치위원이 모두 동의하더라도 최소한 1개 발사부대가 모두 지시에 따라야 한다. 여기에 연료와 탄두 등 발사에 필요한 물자를 관리하는 병사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새면 안 된다.

이 모든 조건을 갖추더라도 난관은 또 있다. DF-26 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부대 중 베이징에서 가까운 부대는 안후이성 싱허시에 주둔하고 있는 611여단, 랴오닝성 하이청시에 주둔하고 있는 654여단, 허난성 신양시에 주둔하고 있는 666여단이다.

세 부대 중 베이징과 직선거리가 약 600km로 가장 가까운 654여단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시진핑과 측근들이 거주하는 중난하이에 착탄하기까지 최소 몇 분이 걸린다.

베이징 주변에는 인민군 최고 수준의 레이더가 있어서 미사일의 발사와 접근을 즉각 감지할 것이다. 몇 분이라고 하더라도 경보를 받은 시진핑이 지하 방공호로 이동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쿠데타 세력이 미리 레이더를 무력화하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그려진다. 인민군의 전자전, 사이버전, 우주전을 담당하는 ‘전략지원부대'(육군, 공군, 해군, 로켓군, 무장경찰부대와 함께 인민군 6개 군종 중 하나)를 포섭하는 경우다.

이 부대는 베이징 인근 레이더를 방해할 수 있는 전자방해부대를 산하에 두고 있으며 레이더 관리와 기술 지원과 보수를 담당한다. 즉, 탄도미사일로 중난하이를 공격하려면 로켓군, 전략지원부대 등 2개 군종이 모두 쿠데타에 협조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추가로 붙는다.

게다가 전략지원부대 쥐첸성(巨乾生·61) 사령관은 최근 체포설이 나돌고 있다. 쥐첸성은 지난 2019년 7월 중장으로 승진하고, 2년 만인 2021년 7월 다시 상장(上將·한국군의 대장에 해당)으로 파격 승진한 인물이다. 본래는 중장으로 4년 근무해야 승진할 수 있는데, 이 관행을 깬 인사다.

쥐첸성의 체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최근 인민군 고위 장성들의 실종·체포설이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매우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마찬가지로 체포됐다는 소문에 휩싸인 리상푸(李尚福·65) 중국 국방부장(장관)도 전략지원군 부사령관 출신이다. 이 소문에는 전략지원군 고위 장교 8명이 함께 체포됐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DF-26 미사일은 탄도 무게가 12~18톤이다. 여러 발 발사하면 중난하이에 있는 시진핑을 제거하기에 충분한 위력을 발휘한다. 로켓군과 전략지원부대 사령부가 손잡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선저우는 “최근 로켓군 수뇌부의 대폭적 물갈이, 전략지원부대 사령관의 체포설 등은 시진핑 측이 이미 이러한 가능성에 대비해 두 부대 고위 장교를 모두 숙청하고 있다는 표시일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러한 시나리오를 모두 소거하면 남는 것은 시진핑이 항공기에 탑승했을 때를 노린 지대공 미사일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S-400 미사일 시스템. | 타스/연합뉴스

‘활 든 군인’과 ‘추락하는 하얀 새’ 예언 그리고 로켓군

미사일은 대부분 인민군 로켓군이 관장하지만, 지대공 미사일은 그 특성상 다수가 육군과 공군에 배치됐다.

군사전문가 선저우는 “로켓군은 지대공 미사일은 소수만 보유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지대공 미사일이 가장 집중된 곳은 베이징과 그 인근으로 주로 러시아산 S-400이 배치돼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차세대 지대공 미사일 및 미사일 시스템인 S-400 트리움프는 미국의 사드(THAAD)와 유사하며 40~400km 거리의 공중 목표물을 요격하도록 설계됐다. 이동에서 발사까지 5분이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저우는 “로켓군이 반란을 일으킨다면, 가장 개연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항공기에 탄 시진핑을 S-400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해 살해하는 것”이라며 “이는 시진핑의 로켓군 숙청, 전용기보다 특별열차 선호하며 중간에 예정에 없던 일정을 섞는 이동 패턴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고진의 비행기 추락 역시, 지대공미사일에 피격됐든 폭탄 때문이든, 시진핑의 항공기 공포증을 더욱 강하게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저우는 “시진핑은 주요 20개국 회의도 불참했다. 인도와의 신경전이 원인으로 보도되고 있으나, 항공기 공포증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인도까지 열차로 가려면 티베트 쪽으로 엄청난 거리를 우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베이징에서 출국할 때도 시진핑이 베이징 공항에서 항공기에 탑승하는 장면은 방송에 나오지 않는다. 특별열차로 베이징을 빠져나간 후 항공기에 올라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열차로 신장, 쓰촨, 홍콩까지 가려면 비행기보다 몇 배의 시간이 걸리지만, 어쨌든 지대공 미사일 공격을 피하려면 다른 선택지가 없다. 권력은 측근의 배신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모든 게 두려워지기 마련이다”라고 덧붙였다.

선저우는 세간에 떠돌고 있는 예언도 로켓군에 대한 시진핑의 의심을 증폭시켰을 것으로 추측했다.

당나라 시대 예언서인 ‘추배도’에는 “만인은 죽지 않고 한 사람은 도망하기 어렵다”, “한 군인이 활을 지니고 오직 나만이 백두옹이라고 하니, 동쪽 문 속에 금검이 감춰져 있어 용사가 후문으로 황궁에 들어온다”는 구절이 실려 있다.

청나라 때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예언서인 ‘철판도’에는 하얀 깃털(白羽)을 가진 새가 산 중턱에 부딪혀 죽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하얀 깃털은 시(習)진핑의 죽음 혹은 몰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로켓군은 중국어로 ‘훠전(火箭·불화살)군’이다. 두 예언을 접한 사람들은 화살을 든 군인이 새를 쏘아 떨어뜨리는 장면이 연상된다고 말한다.

이달 초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난달 중국 공산당 전·현직 고위층 비공개 회의인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당 원로그룹이 중국의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으며 시진핑이 “문제가 내 탓인가”라며 분노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시진핑 면전에서 문제를 지적한 원로는 쩡칭훙 전 부주석인 것으로 전해졌다. 쩡칭훙은 장쩌민 전 주석 사후 당내 최대 라이벌 세력인 장쩌민파(상하이방)를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일부 중국 평론가들은 시진핑의 참모진 중에 권력 안정을 위한 보험으로 예언과 풍수를 연구하는 팀이 있으며 이들을 통해 세간에 퍼진 예언이 시진핑에게 보고됐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불길한 최후에 대한 예언, 경제 침체로 인한 국내 여론 악화, 당내 라이벌 세력의 면박 등 시진핑에게 가해지는 안팎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