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11월 바이든과 정상회담할까

저우샤오후이(周曉輝)
2023년 09월 22일 오후 8:08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05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회담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17일 자 보도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몰타에서 만나 미중 양자 관계, 대만·우크라이나·북한 문제와 함께 양국 정상회담 건도 논의했다. 따라서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양국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리창(李强) 총리를 대신 참석시킨 시진핑이 11월에 미국으로 떠날 수 있을까? 중국 당국은 지금까지 시진핑의 참석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앞서 몇 차례 시진핑의 해외 방문을 보면 출국 여부는 출국일이 일주일도 안 남은 시점에 공개됐다.

당장의 경제·사회적 어려움에서 벗어나려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야 하고, 그러려면 미·중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그렇다면 시진핑이 미국에 가야 마땅하다. 하지만 시진핑에게는 별도로 고려할 요소들이 있다. 그의 미국행은 3가지 요인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쿠데타 우려

드니 사수 은게소 콩고공화국 대통령(79)이 유엔 총회에 참석차 자리를 비운 사이 국내에서 군부가 쿠데타를 시도했다는 소식이 17일 복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졌다. 하지만 콩고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든 아니든 시진핑에게는 섬뜩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에포크타임스 중문판이 내부 소식통을 통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시진핑은 중국 고대 예언서에 나오는 쿠데타 예언이 실현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문제의 예언서는 당나라 태종 때 주역에 밝았던 도사 원천강(袁天罡)과 이순풍(李淳風)이 쓴 ‘추배도(推背圖)’이다. 추배도는 60개 예언을 담고 있는데 그중 제46번째 예언에는 ‘활을 지닌 용사가 후문으로 황궁에 들어온다(有一軍人身帶弓, 勇士後門入帝宮)’는 내용이 있다. 이 대목은 중국군이 시진핑이 물러나도록 압박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당나라 때 예언서인 ‘추배도’의 제46번째 그림을 정리한 온라인 이미지. | 웨이보

시진핑은 최근 몇 개월 동안 경위(警衛) 부대를 교체하고 군을 숙청하는 등 잠재적 쿠데타 위험을 제거하는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

중앙경위국 전 부국장 왕사오쥔(王少軍)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시진핑이 직접 창설한 로켓군 수뇌부를 대거 물갈이하고, 우궈화(吳國華) 전 로켓군 부사령관이 자살하고, 해군 출신의 왕허빈(王厚斌)과 공군 출신의 쉬시성(徐西盛)을 로켓군 사령관과 정치위원으로 임명했다.

리상푸(李尚福) 국방장관도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지 20여 일 만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내부 소식통에 의하면 그는 장비발전부 장성 8명을 공모자로 지목했다.

경위부대를 교체하고 경위부대 전 주무장관이 사망한 이유는 장쩌민 계파 색체가 짙은, 미국에서 운영되는 중화권 매체 둬웨이왕(多維網)의 글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둬웨이왕은 2021년 9월 23일 ‘4인방(四人幫)을 분쇄하는 데 네 사람이 큰 공을 세웠다’는 글을 발표했다.

‘4인방’은 문화대혁명 기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4명의 중국 공산당 지도자 장칭(江青), 왕훙원(王洪文), 장춘차오(張春橋), 야오원위안(姚文元)을 일컫는 말이다.

이 글은 1976년 마오쩌둥이 사망한 후 최고 권력을 놓고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치열한 다툼이 벌어졌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들춰냈다. 당시 마오쩌둥의 후계자로 지정됐던 화궈펑(華國鋒)과 국방부장 예젠잉(葉劍英), 중앙경위국 제1서기 왕둥싱(汪東興) 등은 4인방이 최고 권력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중앙경위부대와 베이징 위수구부대(衛戍區·경위부대)를 동원해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글에는 두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하나는 “(4인방 체포) 전반 과정에서 총 한 방 쏘지 않고 깔끔하게 해냈다”고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왕둥싱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었다면 4인방을 체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한 점이다. 왕둥싱은 쿠데타의 4대 공신 중 한 명으로 당시 중앙군사위 상무위원, 중앙판공청 주임, 중앙판공청 경호국장, 8341부대(마오쩌둥 경위부대) 정치위원을 겸임하고 있던 실세였다.

둬웨이왕이 장쩌민 계파 색체가 짙다는 점과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시진핑과 장쩌민 파벌이 치열하게 투쟁할 때 이 글이 발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글은 장쩌민 계파 2인자 쩡칭훙이 시진핑에게 쿠데타 위협을 가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은 또 어떤 사람이 쿠데타를 주도해야 하는지, 어떻게 사람을 체포하고 어떤 기관을 통제해야 하는지 등 쿠데타 성공의 핵심 요건도 밝혔다.

시진핑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집권 이후 경위부대를 여러 번 교체했다. 경위부대 책임자는 물론 부대원까지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자기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로켓군 숙청과 관련해서는 여러 추측이 나온다. 그중 하나는 지난해 10월 20차 당대회 직후 미국 공군대학 산하 중국우주항공연구소(CASI)가 방대한 분량의 중국 로켓군 보고서를 공개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다. 야오청 전 중국 해군 중령은 미국이 로켓군의 기밀을 속속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군 고위 간부가 기밀을 유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군을 숙청했다고 위험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숙청으로 인해 군 장성들이 불안을 느끼고 동요하면 쿠데타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이 자리를 비우려면 이런 문제가 안정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이것이 시진핑의 미국행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다.

예언에 대한 우려

최근 몇 년간 시진핑의 운명에 대한 예언이 인터넷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중 두 가지 예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나는 ‘추배도’에 나오는 군사 쿠데타 관련 예언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 민간 예언서 ‘철판도(鐵板圖)’에 나오는 예언이다.

추배도에는 활을 들고 있는 그림이 나온다. 고대의 활과 화살이 현대의 로켓에 해당한다고 믿는 시진핑은 린뱌오(林彪)나 바그너 용병그룹 수장처럼 자신도 비행기 격추 사고로 숨질 것을 두려워 한다는 것이다.

또 청나라 때의 것으로 추정되는 예언서인 ‘철판도’에는 하얀 깃털을 가진 새가 산 중턱에 부딪혀 죽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하얀(白) 깃털(羽)은 ‘시(習)’를 의미하므로 결국 시진핑의 죽음 혹은 몰락을 예언한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 ‘철판도’로 전해지고 있는 그림. 시진핑의 마지막을 예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자료사진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시진핑은 이러한 예언을 믿고 있고, 이 때문에 보안을 강화하고 ‘의심스러운’ 사람들을 숙청하고 있다.

시진핑이 신변 안전에 얼마나 신경 쓰는지는 과거 해외 순방 때의 조치들을 보면 알 수 있다.

9일 대만 상보(上報)에 따르면, 시진핑이 지난달 남아공에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당시 그와 대표단이 묵을 숙소로 호텔 2곳을 통째로 빌렸다. 대표단 규모는 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경호 관련 인력일 것으로 추측된다.

당국은 또 컵과 그릇, 침대, 매트리스, 카펫, 심지어 커튼까지 중국에서 운송해 갔다. 상보는 시진핑이 묵는 호텔 객실에는 남아공 물건이 하나도 없다며 “완전히 새로운 대통령 스위트룸을 꾸렸다”고 전했다. 안전 조치가 도를 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19년 시진핑 부부와 중국 대표단이 로마를 방문했을 때 최고급 호텔 파르코 데이 프린시피(Parco Dei Principi)를 통째로 빌렸다. 객실 수는 177개였고, 시진핑 부부는 하룻밤 숙박비가 1만 유로(약 1422만원)나 하는 로얄 스위트룸(350m²)에 묵었다.

2018년 11월 시진핑이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했을 때는 중국산 방탄차 2대를 현지로 공수했다. 같은 해 12월, 시진핑이 포르투갈을 이틀간 방문했을 때는 200만 유로를 들여 리즈호텔의 모든 방을 빌리고, 시진핑이 가져간 방탄차가 드나들 수 있도록 호텔 차고 문을 넓혔다.

만약 시진핑이 미국 APEC 참석한다면 안전 비용이 더 들 것이다. 하지만 안보에 100% 확신이 없다면, 시진핑은 ‘모험’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中 외교의 무게중심이 미국에서 제3세계로 이동 

지난 3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을 비난하는 시진핑의 발언을 전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억제하고, 포위하고, 압박해 우리 나라의 발전에 전례 없는 엄중한 도전을 가져왔다.”

지금도 미중 양국이 공식적인 소통을 유지하고 있고, 베이징은 민간 외교를 통해 미중 관계를 개선하려 애쓰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 양당은 이미 ‘전방위적으로 중국 공산당을 억제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시진핑은 갈수록 악화하는 외부 환경을 보면서 미·중 정상회담을 한다 하더라도 양국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보지 않는 듯하다.

최근 베이징의 외교 행보를 보면 시진핑은 마오쩌둥을 모방해 제3세계 국가들과 연대해 미국에 맞서려는 듯하다. 시진핑은 지난 15일 중국을 방문한 하카인데 히칠레마 잠비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1974년 마오쩌둥이 케네스 카운다 당시 잠비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제기한 ‘제3세계’ 이론을 특별히 언급했다.

제3세계 이론에 따르면 미국과 소련이 제1세계이고, 일본·유럽·캐나다는 제2세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및 라틴아메리카 전체가 제3세계이다. 마오쩌둥이 당시 이 이론을 제기한 것은 중국 공산당이 미국과 소련에 맞서기 위함이었다.

시진핑은 마오쩌둥의 이 이론을 다시 꺼내 잠비아와의 관계를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끌어올리고 “현재 개발도상국의 집단적인 부상과 국제 영향력의 부상은 돌이킬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됐다”고 했다.

또 시진핑은 국제연합(UN) 내 개발도상국들의 연합체인 ‘77그룹’ 정상회의에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리시(李希)를 쿠바에 파견했다. 역대 최고급 관리를 파견한 것이다. 또 베네수엘라 및 아프리카 여러 국가의 대통령을 초청해 양국 관계를 격상시켰고, 지난해에는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런 행보는 베이징이 외교의 무게 중심을 조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미국에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시진핑은 지난해 9월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중앙아시아를 방문했지만, 전 세계 정상들이 모이는 제77차 유엔총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는 베이징이 서방의 대중국 제재와 디커플링에 맞서기 위해 세계에 역행하는 길을 택했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

현재로서는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요인으로 인해 미국행이 쉽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경제적·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중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일국의 지도자가 국익보다 개인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지금 베이징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