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회 뒤흔든 9가지 사건사고로 되돌아 본 격동의 2023년

왕요췬(王友群)
2023년 12월 28일 오후 1:06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04

중국에 있어 2023년은 유독 권력을 둘러싼 사건 사고가 많은 해였다. 혹자는 청나라 말기의 혼란상이 떠오른다고 지적한다. 각 분야별 사건사고를 통해 중국의 한 해를 정리해봤다.

◇ 책 한 권

10월 16일, 중공 당국이 ‘숭정: 부지런히 정사를 돌본 망국의 군주(崇禎: 勤政的亡國君)’라는 책을 전량 회수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책의 제목과 표지 광고 문구가 숭정제에 빗대 시진핑을 풍자한 것으로 보고 이 같은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책의 표지 광고문은 “패착을 반복하고 연거푸 실수했고(昏招連連步步錯), ‘부지런히’ 정사를 돌볼수록 나라는 망해갔다(越是‘勤政’越亡國)”, “숭정제가 어떻게 자신을 한 걸음 한 걸음 궁지에 몰아넣었는지 알 수 있다”는 문구를 담고 있다.

중국 당국이 10월 중순 회수 조치를 취한 명나라 시대 역사서 ‘숭정: 부지런히 정사를 돌본 망국의 군주(崇禎: 勤政的亡國君)’ 표지. | 인터넷 이미지

명나라 마지막 황제인 숭정제(崇禎帝·1611~1644)는 ‘근면히 정사를 돌본 것(勤政)’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무리한 정책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의심이 많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결국 궁지에 몰려 자금성 뒤 매산(煤山, 지금의 경산)의 홰나무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의 표지 디자인에는 숭정제의 ‘숭(崇)’ 자에 목을 맨 밧줄이 더해져 있다.

시진핑은 두 번째 임기부터 실정을 연발했고, 이는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았다. 시진핑이 직접 추진한 수많은 프로젝트는 모두 ‘부실 프로젝트’가 됐다. 이제 그는 3연임에는 성공했지만 당내에서 외톨이가 됐고, 국내 정치는 도처에 위기가 도사리고 있고 외교적으로도 전례 없이 고립됐다. 그는 지금 국내에서나 국외에서나 온통 적들로 둘러싸여 있다.

◇ 만화 한 컷

12월 4일, 중국 월간지 ‘잡문선간(雜文選刊)’ 편집부가 2024년 1월 1일부터 휴간한다고 발표했다.

12월 4일에 발행된 ‘잡문선간’ 마지막 호 표지에는 ‘방향을 가리키다(指明方向)’라는 만화가 실려 있다. 많은 사람이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줄지어 달려가지만 그 끝은 낭떠어지로, 사람들은 줄줄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평론가들은 이 만화가 시진핑을 빗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잡문선간(雜文選刊)’의 12월호 표지 만화는 ‘방향을 가리키다(指明方向)’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그 방향을 따라 달리는 사람들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 인터넷 이미지

중공 매체들은 늘 시진핑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고 선전하기 때문이다. 그는 민영경제 발전, 슝안신구 건설, 빈곤 퇴치, 중미 관계 발전, 중국 특색 대국외교, 일대일로 건설, 중국-유럽 관계 발전, 인류운명공동체 건설, 글로벌 ‘인권 거버넌스’ 구축, 국가축구대표팀의 발전, ‘일국양제’ 등을 추진한다면서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시진핑의 지도 아래 중공은 현재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

◇ 글(詞) 한 편

6월 30일, 공산당 이론지 ‘구시(求是)’는 시진핑이 지난해 3월 1일 중앙당교에서 열린 청년 간부 양성반 개학식에서 한 연설 전문을 공개했다.

이 연설에서 시진핑은 “만약 우리가 양성한 사람들이 모두 마르크스주의와 공산주의를 신봉하지 않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깃발을 들지 않는다면, 동유럽의 격변, 소련 공산당 붕괴, 소련 해체와 같은, ‘달빛 속 내 나라 쪽을 차마 바라보지 못하는(故國不堪回首月明中)’ 비극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달빛 속 내 나라 쪽을 차마 바라보지 못하네(故國不堪回首月明中)”라는 말은 중국 오대십국(五代十國) 때 남당(南唐) 황제 이욱(李煜)이 북송(北宋)에 패해 포로로 살면서 그 심정을 담아 쓴 사(詞) ‘우미인(虞美人)’의 한 구절이다.

이욱은 변경(汴京)으로 끌려가 포로로 살면서 종종 ‘고국’을 그리워하며 눈물로 얼굴을 씻었고, 송나라 태종 황제는 “달빛 속 고개 돌려 고국을 바라보지 못하네”라는 구절이 너무 싫어서 그를 독살(毒殺)했다고 한다.

시진핑이 망국 군주의 사를 인용한 것도 불길한 징조다.

오늘날 중공에는 아무도 마르크스주의와 공산주의를 신봉하지 않고, 사회주의의 깃발을 드는 사람도 없다. 중공이 진정으로 신봉하는 것은 권력이고 숭배하는 것은 금전이다. 권력과 돈이 없으면 아무도 중공을 위해 목숨 바치지 않을 것이다.

◇ 고위관리 한 명

2023년, 시진핑이 직접 발탁하고 중용한 최연소 ‘당·국가 지도자’급 관리인 친강(秦剛) 외교부장이 ‘실종’됐다. 이는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다.

2022년 10월, 시진핑은 당시 주미 중국대사였던 친강을 20차 당대회에서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발탁·중용했다.

이어 그해 12월 30일 외교부장관으로, 그리고 2023년 3월 12일 국무위원으로 승진시켰다.

시진핑이 친강을 중용했을 때는 분명 친강이 자신에게 충성하고, “마르크스주의와 공산주의를 신봉”하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깃발을 들고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친강은 외교부장이 된 지 6개월, 국무위원이 된 지 3개월 만인 6월 26일 ‘실종’됐다.

그리고 7월 25일 외교부장직에서, 10월 24일에는 국무위원직에서 해임됐다. 친강은 중공 창당 이래 가장 단명한 외교부장·국무위원이 됐다.

지난 4월 14일,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이 기자회견 참석하고 있다. | Suo Takekuma-Pool/Getty Images

7월 16일부터는 친강의 사망 소식이 온라인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12월 6일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소식통을 인용해 친강과 로켓군 최고위층이 중공의 핵무기 관련 기밀을 서방 정보기관에 유출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친강은 7월 말 공산당 고위급 지도자들이 입원하는 베이징의 한 군 병원에서 사망했다. 자살인지 고문사인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지금까지 중공 당국은 친강이 사망했다는 소문에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다.

시진핑이 신뢰했던 친강이 배신했다면 시진핑은 또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 만약 친강이 ‘사망’했다면 중공 고위 관료들 중 안전한 사람이 있겠는가?

◇ 도시 하나

2023년은 중공이 홍콩에서 ‘홍콩보안법’을 시행하면서 ‘일당독재’가 ‘일국양제’를 대체한 지 3년째 되는 해이다.

올해 홍콩의 주식 시장은 세계에 가장 좋지 않은 증시로 추락했고, 홍콩 구의원 선거 투표율은 30년 만에 가장 낮았고, 홍콩 행정장관은 26년 만에 처음으로 APEC 정상회의에서 제외됐고, 무디스는 홍콩의 신용 등급을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홍콩 국제금융센터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2018년 홍콩의 IPO(기업공개) 규모는 2865억 홍콩달러로 세계 1위를 차지했지만, 2023년 1~10월에는 316억7300만 홍콩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1~3분기 IPO 금액을 기준으로 볼 때, 홍콩증권거래소의 자금 조달은 2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국이 홍콩을 ‘세계 3대 금융 중심지’로 만드는 데 100년이 넘게 걸렸지만, 중공이 홍콩을 ‘국제금융센터 유적지’로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5년이 채 되지 않는다.

한때 ‘동방의 진주’였던 홍콩은 이제 그 빛을 잃었다.

◇ 글자 한 자

한 금융 평론가는 ‘올해의 한자’에 대해 언급했다.

“올해의 한자를 고르라면 나는 ‘고꾸라질 질(跌)’자를 추천하고 싶다. 집값, 주가, 소득, 수출, 투자, 환율, 고용, 출생률 등 국민생활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가 고꾸라지고 있다. 유일하게 증가하는 것은 정부 부채이다.”

주식 시장을 보면, 12월 20일 상하이 증권거래소 지수는 2902포인트까지 하락했다. 3000포인트는 고사하고 2900포인트도 겨우 지켰다.

부채도 마찬가지다. 한 경제학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중앙 및 지방 정부의 부채 114조 위안(약 2경649조원)에 국유 비금융 기업의 부채 220조 위안(약 3경9848조원), 금융 시스템의 부채 56조 위안(약 1경145조원)을 더하면 총 390조 위안(약 7경656조원)으로 400조 위안에 육박한다. 이는 중국 GDP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중국을 대기업에 비유한다면, 연간 매출액이 120조 위안인 기업이 부채가 400조 위안에 달한다면 이 기업은 파산 직전이 아니겠는가?”

중국 정부의 치솟는 부채는 중국 경제를 파산 직전까지 몰아가고 있다.

◇ 소년 한 명

2월 2일 장시성·상라오(上饒)시·옌산(鉛山)현 등 성·시·현(省市縣) 경찰 당국은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즈위안중학교 고1학년 학생 후신위(胡鑫宇)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후신위는 2022년 10월 14일에 실종됐고, 2023년 1월 28일에 그의 시신이 ‘발견’됐다.

장시성·상라오시·옌산현 공안 기관의 합동 태스크포스(TF)는 “조사 방문, 현장 조사, 부검, 물증 감정 등을 통해 후신휘가 스스로 목을 매 죽었다”고 발표했다.

이 결과에 대해서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중국 장시(江西)성 15세 고등학생 후신위(胡鑫宇)의 실종 사건이 중국에서 전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 인터넷 이미지

사실 규명에 나선 일부 인사들은 다방면의 조사와 직접 비교 실험을 통해 당국의 조사 결과에 결정적인 결함이 있음을 발견하고 20여 가지 강력한 증거를 확보해 후신위의 죽음은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고 결론 내렸다. 공안 기관이 ‘자살’의 증거로 제시한 ‘자살 현장’이 조작된 것이라는 것이다.

후신위가 중공의 ‘강제 장기적출’ 범죄의 희생양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 노래 한 곡

중국에서 10여 년 만에 컴백한 중견 가수 다오랑(刀郎·52)의 신곡 ‘나찰해시(羅剎海市)’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7월 19일 발표한 이후 20여 일 만에 누적 조회수 100억 회 이상을 기록할 만큼 중국 남녀노소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찰해시는 수많은 기록을 세우며 사회적 문화 현상으로 떠올랐고, 이 열풍은 해외에까지 전해졌다.

나찰해시의 인기 비결이 무엇일까?

조회 수 100억의 히트곡 ‘나찰해시(羅刹海市)’가 수록된 새 앨범 산가요재(山歌寥哉)를 발표한 중국 중견 가수 다오랑(刀郎). | 유튜브 영상 캡

필자는 가사가 수많은 중국인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본다.

노래 제목은 청나라 소설가 포송령(蒲松齡)의 소설집 ‘요재지이(聊齋誌異)’ 중 나찰해시라는 단편에서 따온 것이고, 가사는 소설 속 주인공 마기(馬驥)가 폭풍을 만나 도착한 ‘나찰국’을 배경으로 써졌다.

나찰국은 어떤 나라인가? 한마디로 옳고 그름, 선과 악, 정(正)과 사(邪), 아름다움과 추함이 뒤바뀐 나라다.

성품이 좋고 능력이 있을수록 홀대받고, 못생기고 못될수록 대접받고 높은 벼슬에 오른다. 준수한 외모를 가진 마기는 석탄을 칠해 자신을 추하게 분장하고서야 어울릴 수 있었다.

이 노래 후렴구는 “그러나 석탄알(煤蛋·석탄가루와 점토를 섞어 만든 연료)은 태어날 때부터 검은 것으로, 아무리 씻어도 더러운 것”이라면서 흑백이 전도되고 거짓이 가득한 ‘나찰국’을 조롱한다. 이는 공산당 통치하의 중국의 현실을 그대로 그려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나찰해시’가 일반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 이유일 것이다.

◇ 바이러스

코로나19는 2020년 우한에서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중국에서 떠난 적이 없다.

작년 말과 올해 초에 중국 본토에서 코로나가 또다시 대규모로 확산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사망했다.

지난 9월에 다시 확산하기 시작한 코로나는 이제 폭발하고 있는 상태다. 중국 전역의 병원은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베이징, 톈진, 상하이, 다롄, 선양, 충칭, 허난, 허베이, 산시 등지는 특히 심각하고, 많은 지역의 장례식장과 화장터가 또다시 과부하 상태가 됐다.

이번 코로나 대확산으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이다.

맺음말

최근 일부 전문가들은 2024년 중국의 가장 큰 ‘블랙스완’ 사건이 시진핑에게 일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시진핑은 집권 11년 동안 너무 많은 사람을 적으로 만들었다. 장쩌민파, 공청단파, 원로파, 공산당 혁명 2세, 개혁파, 중하급 관리, 심지어 시진핑 진영의 투기꾼까지 시진핑에게 변고가 있기를 기다리고 있다.

권력이 한 명에게 집중될수록, 그 정권은 권력자의 돌발적인 변고에 취약해지기 마련이다.  시진핑에게 변고가 생긴다면 정권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