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계 초기화하자”는 ‘그레이트 리셋’…본질은 낡아빠진 세계화

허칭롄(何淸漣)
2022년 07월 5일 오후 2:24 업데이트: 2022년 07월 7일 오후 9:43

6월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세계화 반대론자들의 7가지 잘못된 인식’이란 칼럼을 실었다.

FT의 수석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Martin Wolf)가 쓴 이 글은 필자가 보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이 글에서 언급한 7가지 잘못된 인식에는 그럴듯하지만 실재로는 인식 오류가 아닌 것도 있고,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식도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서방 좌파연대가 세계화(Globalization)를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으로 격상한 사실을 철저히 외면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울프의 주장을 조목조목 분석하고, ‘그레이트 리셋’ 세력이 설정한 인류의 ‘새로운 항로’가 전 세계에 재앙을 안길 것이라는 점을 설명하고자 한다.

울프는 “미국이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무역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첫 번째 잘못된 생각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말은 ‘경제 세계화를 추진할 때 반드시 정치 세계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필자는 울프의 이 주장은 미국과 서방이 항상 옳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미국은 1990년대 경제 세계화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유·민주·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내놓았고 세계는 이를 환영했다. 이러한 가치관을 내세운 ‘색깔혁명’을 독재국가에서 추진하더라도 보편적으로 환영을 받았다. 당시 미국은 ‘언덕 위의 도시’였기에 세상 사람들은 미국의 막강한 하드파워뿐만 아니라 소프트파워에 존경심을 드러냈다.

소프트파워란 국제관계에서 한 국가가 가진 경제력과 군사력을 제외한 제3의 파워로, 주로 문화·가치관·이데올로기·민중의식 등의 영향력을 말한다. 한 나라가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를 강제하거나 조종하는 힘인 하드파워에 비해 소프트파워는 한 나라가 문화·예술 등을 통해 다른 나라의 자발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을 말한다.

세계화가 시작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2011년 서방이 환호했던 ‘아랍의 봄’이 ‘아랍의 겨울’로 바뀐 뒤 색깔혁명은 마침내 수명을 다했다. 미국 민주당이 이끄는 좌파연대는 마침내 타국에서 색깔혁명을 추진한 일련의 경험을 본국에 적용함으로써 자국의 ‘색깔혁명’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피부색으로 권력 등급을 나누는 ‘정체성 정치’와 ‘사회주의적 경제(적색)’를 추진하는 미국 민주당은 2020년 미국 대선을 통해 ‘탈민주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이는 미국 사회학자이자 정치학자인 찰스 틸리(Charles Tilly)의 저서 ‘위기의 민주주의(Democracy)’에서 열거한 ‘탈민주화’의 특징 네 가지와 일치한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악화돼 대선이 조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결사의 자유가 위축돼 정치적 반대파가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힘이 약화되고 △행정부과 관료를 제약하는 법치가 약화돼 사법의 독립성이 위협받고 △정부가 일종의 ‘위기감’을 조성하기 위해 국가 안보 위협을 날조하거나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것 등이다.

이런 좌파의 색깔혁명을 거친 미국이 전 세계로 추진하는 것은 이미 기존의 보편적 가치와 민주화가 아니라 그들이 열중하는 진보주의 문화다. 이 점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국무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링크]

“오늘 우리는 전 세계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퀴어, 간성인 등 성소수자(LGBTQI+)의 인권 증진에 관한 미국 정부의 첫 공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 우리는 성소수자 인권 운동가의 의미 있고 고귀한 일을 지지하는 데 전 세계 다른 정부들이 함께할 것을 촉구한다.”

2021년 6월 25일 모스크바 미국대사관 입구 미국 국기 옆에 무지개 깃발이 걸려 있다. | Dimitar Dilkoff/AFP via Getty Images

바이든 정부의 이런 행보는 당연히 환영받지 못했다. 비영리 사회과학연구기관인 ‘세계가치관조사 협회(World Values Survey Association)’는 “결혼·가족·성별·성지향 등 문제에서 저소득 국가와 고소득 국가의 주류 가치관의 차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좌편향된 뉴욕타임스(NYT)조차 ‘세계화는 끝났다. 글로벌 문화전쟁이 시작됐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 점을 인정했다.

“이제 우리와 여타 국가들 간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과거의 대국 간 권력 투쟁과도 다르고 냉전과도 다른 더 중대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단지 정치적 또는 경제적 갈등만이 아니다. 이것은 정치·경제·문화·지위·심리·도덕·종교의 갈등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광범위한 전선을 따라 수억 명의 사람들이 서방의 행동 방식을 거부하는 것이다.”

문화 마르크스주의의 핵심은 전 세계의 가치관을 통일하는 것이다. 필자는 극좌 성향의 미국 민주당 정부가 LGBTQI+ 문화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울프는 또, 세계화 반대론자들의 두 번째 잘못된 인식은 “세계화 시대를 경제적 재앙으로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자는 이런 견해를 다른 언론에서는 본 적이 없다.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극단적인 견해라고 본다. 중국과 인도는 세계화의 수혜자이고, 이 두 국가의 27억 인구는 세계화의 혜택을 받아 중산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중국에서 방대한 부자층이 생겨나고 억만장자 수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많은 것도,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된 것도 모두 세계화 덕분이다.

이어서 울프는 세계화 반대론자들의 세 번째 잘못된 인식은 “고소득 국가, 특히 미국에서 갈수록 심화되는 불평등은 주로 무역을 개방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경제 세계화는 무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투자도 있어 선진국 산업이 해외로 대거 빠져나갔다. 약 8년 전, 한 경제학자가 대량의 경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경제 세계화로 인해 선진국 내부의 소득 불평등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5월, 브란코 밀라노비치(Branko Milanovic) 전 세계은행 수석 경제학자와 존 로머(John E. Roemer) 예일대 정치경제학 교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기고한 글에서 “세계화 추세 속에서 중국과 인도 두 개 개발도상국의 급부상으로 세계적 불평등이 크게 줄었지만 여러 나라 안에서는 빈부격차가 오히려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관련 기사]

1988년부터 2011년까지 선진국 중산층 이하 가구의 소득은 거의 변화가 없을 정도로 성장 속도가 더뎠다. 대다수 국가, 특히 인도·미국·러시아 같은 대국 내부에서는 빈부격차가 심화됐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경제학자가 대량의 데이터에 근거해 세계화가 필연적으로 세계 전체의 소득 상승을 이끌고, 세계 소득 격차를 크게 줄이면서도 자국 내 불평등을 심화한다는 심각한 결론을 도출했다. 그래서 후자로 인한 불만으로 세계화가 더 불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퓨리서치센터의 미국 중산층에 대한 보고서도 이 같은 결론이 옳다는 것을 증명했다. 1950년대 초 미국 전체 인구의 60%가량이 중산층이었지만 2013년에는 50%도 채 안 됐다. 2016년 4월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미국의 비근로가구 비율이 총 8141만 가구 중 1606만 가구로 19.7%에 달했다. 적지 않은 미국 근로자들과 일부 화이트칼라들은 이런 상황은 세계화가 진행되고, 생산기지가 해외로 이전하고, 이민자가 지속적으로 대거 유입돼 일자리를 선점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울프가 지적한 네 번째 잘못된 인식은 “더 높은 수준의 자급자족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공급망 붕괴로부터 경제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울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자원 공급국과 자원 수요국의 지위가 뒤바뀐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연합(EU) 국가들은 러시아 천연가스를 대체할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그린워싱(Greenwashing)’을 시작하고 있다. 이른바 그린워싱이란 원래 녹색 분류 체계에 포함되지 않았던 원자력, 천연가스 등을 녹색 분류 체계에 포함하는 위장 환경주의를 말한다.

바이든 정부는 심지어 물품 부족과 치솟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상품에 부과한 고율 관세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울프가 지적한 다섯 번째 잘못된 인식은 “무역을 선택적인 추가 경제활동으로 보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견해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울프는 무역이 미국에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미국의 현재 상황과 정반대라면서 예를 들어 설명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국이지만, 소비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은 연간 수천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 2021년 미국의 무역적자가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조784억)를 넘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5%를 차지했다. 적지 않은 국가의 경제가 대미(對美) 수출로 버티고 있는 것은 미국이 해외 여러 나라의 제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려는 것 또한 소비재 공급을 늘리기 위함이다.

울프가 지적한 여섯 번째 잘못된 생각은 “우리가 이미 급속한 탈세계화의 시대에 진입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울프는 한 가지 사실을 망각했다. 세계화에 사형을 선고한 사람이 바로 ‘그레이트 리셋’을 주창한 세계경제포럼의 창립자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라는 점이다. 그는 세계화로는 세계를 통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6월 3일 ‘지금이 그레이트 리셋을 할 때’라는 글을 통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그레이트 리셋을 위한 최적의 기회라며 각국 정부가 이 기회에 백신 여권 등을 통해 사회를 리셋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경제포럼의 창립자이자 집행위원장인 클라우스 슈밥이 2022년 5월 23일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Fabrice Coffrini/AFP via Getty Images

이는 세계화 시대가 곧 끝나고 그레이트 리셋 시대가 등장한다고 선언한 것과 같다. 울프는 “세계화는 결코 종지부를 찍지 않았고, 어쩌면 말로의 길을 걷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새로운 항행의 방향을 설정할 때 우리는 7가지 오류를 피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이른바 ‘새로운 항로’의 목표 지점은 바로 세계경제포럼이 선언한 그레이트 리셋이다. 그래서 그는 탈세계화에 진입했다고 가정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그레이트 리셋 움직임을 숨기려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한 잘못된 생각은 “국제무역기구(WTO)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이다. 2018년 WTO 분쟁해결기구(DSB) 리카르도 에르난데스(Ricardo Ramirez-Hernandez, 멕시코) 상소위원이 임기를 마치고 WTO를 떠나는 고별식에서 “WTO가 서서히 목 졸려 죽어가고 있지만 이 기구가 질식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최근 몇 년간 WTO 체제에 만족하지 못해 많은 다자간 경제협의체가 생겨났다. 지난 1월 1일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총 15개국을 포함한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미국의 오랜 라이벌인 이란과 아르헨티나는 중국, 러시아가 포함된 신흥경제 5개국 모임 브릭스(BRICS) 가입을 신청하고 있어 브릭스 5개국은 곧 7개국이 된다.

이런 움직임은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WTO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세계화를 추진하기 위해 관세동맹을 개편한 기구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국 주도의 단극세계가 다극세계로 변하고 있는 데다 새로운 비동맹운동까지 가세하고 있다. 다극세계는 당연히 다극세계의 무역관계를 필요로 한다.

경제 세계화가 1990년대에 시작돼 30여 년을 거치면서 여러 가지 문제와 갈등이 있었지만, 모두가 경제 세계화가 대세이기에 아무도 이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야심에 찬 그레이트 리셋 세력은 인류가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재앙을 맞은 시기를 틈타 그레이트 리셋을 세계화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삼아 ‘새로운 세계 질서(New World Order)’를 세우려 하고 있다. 그들은 서로 다른 문화·종교를 가진 국가들을 억지로 한데 엮어 그린에너지 계획을 이용해 ‘탄소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이는 거센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또한 프랑스, 캐나다, 미국 등의 정부는 백신여권을 통해 시민의 권리를 재설정하려 했지만 자국민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그뿐인가? 그레이트 리셋의 ‘최고경영자(CEO)’인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당이 열중하는 LGBTQI+ 문화를 보편적 가치로 전 세계에 확산시켜 트랜스젠더를 전 세계에 꽃피우겠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시도는 전 세계에 재앙이 될 유토피아적 실험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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