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이후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전 통일연구원장
2023년 11월 29일 오후 6:14 업데이트: 2023년 11월 30일 오후 1:51

기만과 기습으로 점철된 북한의 제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신속하게 펼쳐진 한 편의 전격전 드라마였다. 북한이 11 22일부터 12 1일 사이에 위성을 발사하겠다면서 서해 두 곳과 필리핀 동쪽 태평양 해역 한 곳 등 낙하물 추락 예상지점을 일본 해상보안청에 통보한 것은 11 21일이었다. 그랬던 북한은 발표 당일인 21일 밤에 기습적으로 위성을 발사했고, 위험 해역을 항행하는 선박들의 안전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다음 날인 22일 북한은만리경-1위성을 실은천리마-1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고 발표했다.

또다시 유린된 안보리 결의와 9·19 남북군사합의

북한의 위성 발사는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하는 북한의 모든 발사를 금지 유엔 안보리결의 1874호와 2087호를 농락한 것이었고, 남북이지상, 해상, 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의 적대행위 금지를 약속했던 2018 9·19 남북군사합의를 또다시 어긴 것이었다. 이에 대응하여 한국 정부가 한국군의 공중 감시정찰 활동을 크게 제약했던 군사합의 제13항에 대해 잠정적 효력정지를 결정하자,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이군사합의 전면 폐기를 선언했다. 군사합의 서명 이후 5년 동안 북한은 해안포 사격, 휴전선 감시초소 총격, 무인기 침투, 미사일 발사 등 위반을 수십 차례 반복했으며, 해안포를 개방한 횟수는 3,400회나 된다. 반면, 백령도, 연평도 등 서북도서에 주둔한 한국 해병대는 합의를 준수하느라고 포들을 배에 실어 육지로 옮겨서 훈련을 해왔고 운송비로만 1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써야 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북한은현 정세를 통제불능의 국면으로 몰아간 저들의 무책임하고 엄중한 군사도발에 대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면서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장비들을 군사분계 지역에 전진 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결국, 북한은 국제사회와 한국의 대응을 예상하고 작성한 각본에 따라 전격전을 펼치듯 기습적인 위성 발사, 선전, 군사합의 파기 선언, 책임 전가, 대남 협박 등을 전광석화처럼 이어간 것이었다. 9·19 남북군사합의는 이 기습작전의 제물이 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을 맞았다.

북한의긴장 고조게임과 한국의 안보과제

하지만, 북한은긴장 고조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이 제2라운드 게임이 시작되는 시점일 수 있다. 우려했던 대로 북한은 휴전선 일대에 감시초소를 증설하고 중화기들을 반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C)에는 권총을 소지한 경비요원들이 등장했다. 초대형 방사포, 전술핵 미사일, 무인기 등의 전진 배치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위성을 이용한 선전전에도 돌입했다. 북한 매체들은만리경-1가 괌의 미군기지, 백악관, 미 동부에 정박 중인 미 항모 등을 촬영했다고 보도하면서도 실제 사진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한반도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이 우려되는 시기다. 북한이 한반도에서 유사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미국이 개입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순간 한반도에 짙은 전운(戰運)이 몰려올 것이며, 서북도서 해역은 국지전 도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코 심상치 않은 이러한 이 상황은 한국에게 적지 않은 장단기 안보과제들을 던져 주고 있다.

군사합의의 대응적 폐기 및 공중 감시정찰 재개, 군사훈련 복원, 서울 북방 및 서해방어사령부 및 인천해역방어사령부 담당 해역의 경계태세 격상, 도발에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일선 지휘관들에게 판단권과 실행권을 일임하는임무형 지휘 체제의 재정비, 동원예비군 소집 훈련 등이 필요해 보인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얻어야 할 교훈도 한국에게는 안보과제다. ‘과학화 경계 체계에 대한 과신은 금물이며, 이런 차원에서 휴전선 감시초소 증설이 시급해 보인다. 하마스가 방어 역량을 초월하는 숫자의 로켓을 일시에 발사하여 이스라엘에 큰 피해를 주었던 사실에서 배울 점이 있지만, 아이언 돔이라는 방어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이스라엘은 더 많은 피해를 당했을 것이고 벤구리온 공항과 공군기지들의 정상 운용이 중단되었을 것이라는 점에서는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군 당국은 단거리 대공체계의 국산화 만을 기다리다가는 어느 순간 낭패를 맞이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해야 한다.

나홀로 코메디가 되어버린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진실로 이제는 1991 12월 남북이 서명한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정식 폐기해야한다. 아니, 훨씬 더 일찍 폐기되었어야 했다. 북한이 물론 핵무기와 핵독트린을 갖추고 핵을 운용하는 전략군까지 창설한 마당에 한국이농축 재처리 상호 금지상호 핵무기 생산 금지를 합의한 공동선언을 끌어안고 있는 것은 무의미한나홀로 코메디일 뿐이다. 이제 한국은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을 정식 폐기함으로써 주권적 결정과 동맹협의만 있으면 언제든 농축·재처리 및 핵무장에 나설 수 있음을 내외에 선포해야 한다.

만만치 않은 중·장기 과제들도 수두룩하다.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북핵 위협의 증강과 신냉전 구도하에서의 중·러의 북핵 비호에 대처하는 동맹전략 발전, 워싱턴 선언 및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뒷받침하는 확장억제 강화와 한··일 안보공조 강화의 구체화, 이미 시작된 남북 간 우주경쟁을 의식한 대위성무기 개발, ‘강군건설을 위한 새로운 국방개혁 착수 등 숱한 안보과제들이 정부와 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러시아가 북한에게 예상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군사기술들을 제공했거나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하며, 특히 러시아가 지리적으로 당면 주적인 북한과 북한의뒷배가 되고 있는 중국의 배후에 위치한 나라인 데다 핵군사력과 우주기술에 있어서는 미국에 버금가는 초강대국이라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 대러시아 관계는 신냉전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지전략적(geostrategic)’ 차원에서 다루어 나갈 필요가 있다. 말하기는 쉬워도 실행하기는 어려운 고난도 안보 외교가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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