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방은행서 헝다 루머로 뱅크런 촉발…당국은 ‘입단속’

뤄야(駱亞)
2023년 10월 19일 오후 7:11 업데이트: 2023년 10월 20일 오후 2:53

허베이성 창저우은행서 집단 예금인출 사태
中 금융당국 ‘국가대표팀’ 투입해 진화 안간힘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그룹의 은행 대출 잔액 리스트가 온라인에서 유포되면서 허베이(河北)성 창저우(滄州)은행에서 뱅크런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 당국은 ‘루머’를 퍼뜨린 사람들을 체포하고 ‘입단속’에 나섰다.

이에 ‘국가대표팀’이라고 불리는 국유기업 기금이 최근 4대 국유은행에 자금을 투입해 금융 안정에 나섰으나, 시장의 불안감을 충분히 달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헝다그룹은 정부 대출 규제 강화와 부동산 시장 악화로 2021년 말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지난 6월 말 현재 총부채는 2조 3882억 위안에 달하며 은행 및 기타 금융 시스템에 위험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 ‘헝다의 은행 대출 세부목록’이 유포됐는데, 28개 은행이 명단에 올랐다. 여기에는 1위 민생은행은 헝다에 293억 위안, 2위 농업은행은 242억 위안의 대출 잔액을 안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허베이성 창저우은행은 16위로 대출 잔액이 34억 위안에 달했다.

이에 불안감을 느낀 예금주들이 지난주부터 창저우은행으로 몰려들었다. 지난 10일 인터넷에 올라온 여러 동영상에 따르면 창저우은행의 일부 지점은 현금을 인출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사람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줄을 서서 돈을 인출했다.

온라인으로 이체하려는 사람들도 많아 한때 온라인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창저우은행은 지난 7일 소동을 잠재우기 위해 “헝다 그룹에 대한 실재 대출금이 34억 위안이 아니라 3억4600만 위안에 불과하며 융자 목록이 매우 부정확하다”며 “우리는 충분한 토지와 기타 담보물을 확보했다”는 성명을 발표했으나 예금 인출자의 수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현지 공안당국의 한 경찰관은 현지 매일경제신문에 “소문 유포자를 구속하기 시작했고, 10일 오전 3시까지 많은 사람이 구속됐다”고 했다. 누가 소문을 퍼뜨렸냐는 질문에 경찰은 “현재로서는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창저우 정부 금융부서도 긴급 공고를 통해 “(창저우은행은) 전반적으로 건강하고 평온하게 발전하고 있다”며 “창저우은행에 관한 인터넷 정보는 사실과 매우 다르다. 루머를 믿지도 퍼뜨리지도 말아야 한다”고 했다.

중국 전문가 왕허(王赫)는 11일 에포크타임스에 중국 당국이 ‘입단속’에 올인하고 있다며 “헝다의 부채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은행이 어느 은행인지는 현재 내부자들만 알고 있어 인터넷에서는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창저우은행에서 뱅크런이 발생한 것은 누군가가 이 소식을 흘렸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 당국은 극히 긴장하며 일찍부터 은행에 함구령을 내렸다”고 했다.

이어 “문제는 7000~8000억 위안에 달하는 헝다의 은행 차입금이 200여 개 은행에 나누어져 있어 예금자들이 관련 소문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라며 “일단 예금주들이 패닉에 빠지면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했다.

시사평론가이자 작가인 차이신쿤(蔡慎坤)은 11일 에포크타임스에 “헝다의 문제는 부동산과 관련된 업계, 특히 건설 업체, 공급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은행, 신탁회사와도 긴밀히 연결돼 경제 전반, 특히 금융계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했다.

‘국가대표팀’이 4대은행 구제에 나서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부동산업체 디폴트로 인한 금융업계 리스크로 국가대표팀인 ‘중앙후이진(匯金)투자공사’가 직접 나서 농업은행 A주 3727만 주, 중국은행 A주 2488만 주, 공상은행 A주 2761만2000주, 건설은행 A주 1838만주를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중앙후이진은 중국투자공사(CIC)가 건립한 금융 지주회사로, 중국은행·공상은행·건설은행·농업은행 등 4대 국유은행의 최대 주주이자 국가대표팀의 가장 ‘큰손’이다. 중앙후이진은 중국 주식이 폭락했을 때 여러 차례 은행주 부양에 개입했다.

역사적으로 중국공산당은 금융 리스크를 해결한 적이 있다. 1998년 중국 국영은행들이 막대한 부실 대출에 직면했을 때 서구 경제학자들은 중국 국영은행 시스템에 대해 “기술적으로 파산했다”고 평가했다. 당시 주룽지 총리는 4대 국유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분리해 배드뱅크(bad bank)인 4대 자산관리회사(AMC)가 떠안게 했다. 그 후 4대은행은 초우량 은행으로 승승장구했다.

왕허는 당시는 중국 경제가 부상하는 단계에 있었고, 전 세계 자금이 유입되고 중국 경제 전반에 대해 국제사회가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은행들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지금의 국내외 환경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 경제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전 세계가 중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어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또 지금 부동산 업계의 채무 규모가 크고 디폴트 상태에 빠진 업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왕허는 중국의 금융위기는 피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지금은 20여 년 전 1998년 상황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이 국가 금융 시스템을 더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중국 공산당은 정치권력을 더욱 강화하고 엄격히 통제하고 있지만, 그 밑천이 이미 바닥났기 때문에 금융위기의 발발은 필연적이며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