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중국, 6월에 큰 거 내놓을까? 3중전회 개최설

강우찬
2024년 04월 22일 오후 3:46 업데이트: 2024년 04월 22일 오후 3:46

5년치 경제정책 결정하는 회의, 반년 넘게 안 열려
리커창식 해법 제시 가능성…문제는 ‘시진핑 체면’

이달 초 대만 중앙통신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 고위급포럼’에 참석한 더글라스 팔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연구원을 인용해 중국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오는 6월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은 임기 5년인 중앙위원 205명과 후보위원 171명, 총 376명의 중앙위원회가 임기 동안 7차례 전체회의(중전회)를 개최해 주요 사항을 결정한다. 이 가운데 세 번째인 3중전회는 향후 5년간의 국정 기본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이자, 경제 정책을 발표하는 회의로 주목받아 왔다.

특히 이번 3중전회는 관행상 지난해 10월 개최됐어야 했지만 반년 넘도록 열리지 않아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일으켰다. 부동산 경기 침체, 지방정부 부채 등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졌다.

중화권 전문가들은 이번 3중전회에서 지난 2013년 11월 열렸던 중국 공산당 18기 3중전회 정책을 일부 재탕할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프리랜서 평론가 라오덩(필명)은 “현재 중국 경제와 관련에서는 3중전회가 언제 열릴지, 어떤 내용이 발표될지가 주요 관심사의 하나”라며 “시진핑 지도부가 내놓을 해법이 금리 인하와 자금 공급이라는 견해가 다수”라고 평가했다.

라오덩은 “오는 6월 3중전회가 열린다면, 18기 3중전회에서 제시된 개혁안이 포장만 바꿔 다시 제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지금 중국에 필요한 대책은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라, 그동안 강화한 통제를 풀겠다는 정치적 결단”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 18기는 시진핑 국가주석, 리커창 국무원 총리라는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한 첫 임기였다. 당시 3중전회에서는 정치·경제·사회·군사 등 총 16개 분야에서 이른바 ‘개혁개방 2.0’의 핵심 정책들이 줄줄이 제시됐다.

16개 분야 결정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3번째인 경제 분야에서의 ‘현대적인 시장 시스템 완성’이다. 당시 중공은 “시장을 통한 자원 배분, 시장에 의한 가격 결정”을 강조하며, 정부가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에서 완전한 시장경제를 향해 한 걸음 내딛겠다는 선언이었다.

라오덩은 “개인적으로 18기 3중전회에서 개시한 개혁개방 패키지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정책이 가능했던 것은 시진핑 1인 독재가 아니라 집단지도체제가 가동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권력 기반이 약했던 시진핑으로서는 다른 계파와 타협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기도 했다. 하지만 약속했던 개혁개방들은 그 후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는 많은 사람이 시진핑에게 매우 실망하는 주된 이유다. 약속만 지켜졌으면 지금의 경제난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식인이 많다”고 전했다.

라오덩은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18기 3중전회 때 했던 약속을 재탕할까?”라며 “시진핑조차 이를 피하려 할 것”이라고 자문자답했다.

이어 “아마도 현 지도부는 18기 3중전회와는 차별화된 정책을 고심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 나온 것보다 더 새롭고 나은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오덩은 “사실 시진핑 취임 후, 정치 선전에 세뇌된 젊은 층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중국 여론은 실망의 연속이었다”며 “바꿔 말해, 더 나아지리라는 우리의 기대는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시진핑이 자신의 집권을 더 강화하는,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드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이 마오쩌둥을 따라 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마오쩌둥은 집권 20년 동안 대약진, 공사합영(민간기업의 국유화), 인민공사(집단농장) 등의 정책으로 경제를 망쳤고, 그로 인해 권력이 흔들리면 곧 반우파 운동, 문화대혁명 같은 정치적 술수로 빠져나가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실책을 수습할 역량이 없다면, 시진핑은 마오쩌둥을 따라 사회주의 노선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헤쳐 나가려 할 수 있다”며 “지금 가장 우려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에포크타임스 중문판 주필 스산은 “여러 소식통을 통해 접한 정보를 종합하면, 현재 중국 나라살림을 총괄하는 국무원 총리인 리창은 지난 1년간 리커창 전 총리의 정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산은 “시진핑은 민간기업을 후퇴시키고 국유기업을 전진시키는 ‘국진민퇴’ 정책을 추진했지만, 비(非)경제 전문가인 리창은 경제 전문가로 이름났던 리커창의 정책을 슬그머니 실행하고 있다. 민간기업 장려가 그 사례”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심장마비로 사망한 리커창은 퇴임 전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시진핑과 대립각을 세우며 소신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재임 기간 지속적으로 시진핑의 견제를 받았고 사망 후에는 추모가 금지되며 흔적 지우기를 당하기도 했다.

스산은 “현재 리창은 중국 언론들의 비판을 받고 있는데, 문화대혁명 이전, 마오쩌둥의 뒤를 이어 사태 수습을 맡았던 류사오치 주석이 인민공사를 일부 후퇴시키는 등 경제 개혁을 추진하다가 비판을 받던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평론가 리쥔은 시진핑과 리창 간 갈등의 골이 깊다고 주장했다.

리쥔은 “지난해 시진핑은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첫날만 참석하고 다음 날 베트남으로 날아갔다”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시진핑은 이 회의에서 나온 안건에 대해 매우 짜증을 냈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1~12일 중국에서는 다음 해 경제 운용의 큰 틀을 결정하는 중대한 회의인 ‘중앙경제공작회’가 열렸다. 하지만 시진핑은 둘째 날인 12일 베트남을 국빈방문해 중공-베트남 정상회담을 가졌다.

리쥔은 “이 회의에서 시진핑은 지난 1년간 벌어진 중국의 경제 혼란상에 매우 화를 냈다고 한다. 그런데 리창이 내놓은 해결책에는 민간기업 안정화, 경제 펀더멘털 유지에 심지어 리커창의 민생경제까지 포함됐다. 이에 시진핑은 더욱 격분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민생경제는 개혁과 시장 개방으로 중국 민생과 경제발전을 해결하자며 리커창이 제시한 정책이다.

경제학 석박사 출신에 경제학 논문상까지 받았던 리커창은 중국에서도 가난한 지역인 저장성 출신으로 밑바닥 경제를 두루 경험한 후 중국 경제 최고 사령탑에 올라 중국의 경제 구조를 꿰뚫고 있던 인물이었다.

리쥔은 “리창은 현재 중국의 민생과 경제를 살리려면 리커창식 해법밖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6월 3중전회가 열린다면, 시진핑 지도부가 리커창 시절의 해법을 다시 들고 나올지 아니면 마오쩌둥식의 권력 강화를 시도할지 지켜봐야 한다”며 “권력자 체면 때문에 제대로 된 해법을 채택하지 못한다면 위기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