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 달라이라마 노벨평화상 수상을 매년 기념하는 이유는”

한국티베트공동체, 세계인권의날 맞아 '제2회 국제평화의 날' 세미나

정향매
2023년 12월 11일 오후 8:18 업데이트: 2023년 12월 12일 오전 9:28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정토마을에서 티베트 민족의 종교·지도자 제14대 달라이 라마 존자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기념하기 위한 ‘제2회 세계 평화의 날’ 세미나가 열렸다. 

1391년 이래 티베트 불교의 ‘환생하는 스승’으로 여겨져 온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불교의 최고 수장을 가리키는 호칭이다. 1935년 7월 6일 티베트 자치구 암도 탁첼에서 태어난 제14대 달라이 라마(이하 달라이 라마)는 두 살이던 1937년 환생 검증 시험을 거친 후 1939년 달라이 라마로 공식 인정받았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중국) 설립 이듬해인 1950년 중국 당국은 티베트를 전격 침공했다. 달라이 라마는 1954년 7월~1955년 6월 평화 회담을 위해 중국 공산당 지도층과 여러 차례 회동했지만, 협상에 실패했다. 1959년 3월 10일, 티베트인의 중국 당국 저항 운동이 시작됐다. 7일 뒤인 3월 17일 밤, 달라이 라마는 망명길에 나섰다. 

이후 1963년 인도 히마찰프라데시주 다람살라에서 <티베트 민주 헌법> 초안을 발표하고 티베트 망명 정부 초대 의회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60년간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어 온 그는 1989년 ‘자신이 속한 민족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관용과 상호존중을 기반으로 한 평화적 해결 방안을 주창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전 세계 티베트인은 매년 세계인권의 날을 맞이해 달라이 라마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축하하는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올해 한국에서 열린 기념행사는 한국티베트공동체(대표 게쉬 덴젠 상보 스님)가 주최했다. 한국티베트공동체는 티베트 문화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한국 거주 티베트인 간의 소통을 돕는 동시에 한국인에게 티베트 문화를 소개하는 다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34년 지난 현재 티베트 종교 환경은 더 열악해졌다” 

세미나 발표자로 나선 티베트 불교철학 박사 게쉬 소남 초펠 스님은 아직은 서툰 한국어로 티베트인이 30여 년간 달라이 라마 노벨 평화상 수상 기념행사를 견지해 온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나는 티베트의 작은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당시 할아버지와 삼촌을 비롯한 마을 사람 몇 명은 티베트 화가가 그린 달라이 라마 존자의 초상화를 성당에 모시고 매일 기도했다. 우리는 달라이 라마 존자가 노벨 평화상을 받은 1989년 12월 10일을 ‘평화상의 날’이라고 부른다. 이날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날이지만, 이날에도 마을 사람들은 몇 명씩 모여 조용히 축하했다. 중국 당국의 단속 때문에 큰 규모의 행사는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겔루파 불교철학 박사 나선 게쉬 소남 초펠 스님 | 에포크타임스

“34년이 지난 지금 중국 당국의 단속은 더 심해졌다. 티베트 사람들은 여전히 오늘같이 기쁜 날에도 대규모 축하 행사를 열 수 없다. 티베트인이 오늘 행사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면 중국 당국에 의해 체포될 위험도 있다. 최근 1~2주 전부터, 우리는 고향에 있는 가족과 연락이 두절됐고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 2~3주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년 달라이 라마 존자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축하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발표하게 돼 많이 긴장되지만 매우 기쁘다.”

초펠 스님은 이날 종교인이자 수행자로서 달라이 라마의 관심사인 ‘세계 종교 조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한국 영토보다 25배 넓은 티베트, 인구는 한국의 14% 미만 

경상국립대학 생명공학 박사 과정 중에 있는 뗀진 체뗀은 티베트 지리·문화·종교·언어 등을 소개하며 티베트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달라이 라마의 노력을 설명했다. 

체뗀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 사이에 있는 티베트는 면적이 한국 영토의 25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한국 인구의 14% 미만인 7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인도의 인더스강·브라마푸트라강·아룬강, 중국의 황허강·양쯔강, 중국·미얀마·태국·라오스·캄보디아·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르는 메콩강 등을 비롯해 아시아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강이 티베트에서 발원한다. 

티베트 수도 라싸에 있는 포탈라궁을 통해 티베트 문화를 엿볼 수 있다. 700여 년간 달라이 라마의 겨울궁전으로 사용된 포탈라궁은 티베트 불교와 전통 행정 기구의 중심지이자 상징이다. 일반적인 왕궁은 왕과 그의 가족을 중심으로 설계되지만, 포탈라궁에는 일반인을 위한 학교·절·도서관, 승려를 위한 거처·기도실, 국가 정보 사무실, 박물관을 비롯한 다수 기구가 들어서 있다. 궁 안에 작은 사회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포탈라궁은 서민과 스님에 초점을 두고 건설됐다. 

티베트자치구 라싸의 포탈라궁 | 위키백과

“달라이 라마, 티베트 언어·예술·의술 지키고 있다”  

체뗀에 따르면 티베트 문화는 불교 의식과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여러 세기 동안 이어온 티베트의 전통과 불교문화 유산은 지난 1950년대 이후 위기에 직면했다. 티베트 영토를 점령한 중국 공산당은 티베트 사찰 6000개 이상을 파괴하고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온 다수 불상과 경전을 훼손했다. 

이 속에서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달라이 라마는 1960년대 인도에서 최초의 티베트 학교를 설립했다. 현재 티베트 교육 기구는 인도 전역에 걸쳐 70개 이상의 중앙 티베트 국립학교, 50개 이상의 티베트 사립학교로 확장했다. 2만 명 이상의 학생이 티베트 언어와 역사, 과학, 재무회계 등을 공부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는 망명 초기부터 인도의 다양한 지역에서 사찰을 재건하거나 건립하는 동시에 승려 교육을 지지해 왔다. 티베트의 민속 음, 춤, 악기 등을 보존·홍보하기 위해 티베트 공연 예술 연구소 티빠(TIPA)를 설립했다. 또 티베트 문명의 절정에서 성취했던 불화를 그리거나 불상을 만드는 지식과 기술을 유지하기 위해 노블링카 연구소(Norbulingka Institute)를 설립했다. 

경상국립대학 생명공학 박사 과정 중에 있는 뗀진 체뗀 | 에포크타임스

체뗀에 따르면 티베트 의학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의료 시스템 중 하나로,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토번국 제38대 첸포(군주) 트리송더첸(756~797년)는 당시 인도·중국·아프가니스탄·페르시아·탁지크 등 인접 국가의 의학 지식의 정수를 참고해 티베트의 이학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1916년, 제13대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라싸에 멘치캉(Men-Tsee-Khang) 연구소를 설립했다. 중국 당국은 1959년 해당 연구소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인도로 망명한 제14대 달라이 라마는 1961년 인도에서 멘치강 연구소 복원 사업을 추진했다. 의학도 10명, 의사·점성술사 각 1명과 함께 세운 해당 기구는 현재 지점 58개 이상, 직원 738명을 둔 의료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전 세계 환자가 진료받기 위해 연구소를 찾았고, 민츠강 설립자인 고 예시 돈된 의사는 지난 2018년 인도 대통령이 수여하는 파드마 쉬라 상을 수상했다.      

한국티베트공동체, 민족 문화 행사 이어갈 것…누구든 환영 

현재 국제학술지 투고 연구 준비 중인 뗀진 최된 박사는 “우리는 특별한 기념일에 함께 모여 14대 달라이 라마 존자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날을 축하하고, 그를 향한 존경과 고마움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주한미국대사관 청소년 리더십 프로그램 보조원, 동국대학 WISE캠퍼스 연구보조원 등으로 활동했다. 

주한미국대사관 청소년 리더십 프로그램 보조원 겸 동국대학 WISE캠퍼스 연구보조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뗀진 최된 박사 | 에포크타임스

이날 행사에는 한국티베트센터 광성사 주지 소남 스님, 대구 티벳불교센터 팬대링 게시 따시 스님, 부산 근본경전연구회-해피법당 지도법사 겸 선원장 비구 뿐냐디빠(해피스님) 등 티벳 불교 스님과 전 해인사승가대학장 무애 스님, 정토마을 자재병원 이사장 능행 스님, 세종 학림사 회주 수환스님, 해인총림 해인사 학인 스님 10여 명을 비롯한 한국 불교계 인사가 참석했다. 이 밖에도 김경일 마하보디교육원 교학처장, 최성 한국어정보학회 회장, 한국 거주 티베트인, 한국인 불자 등을 포함해 100여 명이 함께했다. 

한국티베트공동체 대표 상보 스님은 “매년 이러한 행사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평화를 주장하는 사람이라면 종교와 국적을 초월해 누구나 환영한다”고 밝혔다. 

제14대 달라이 라마 존자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기념하기 위한 ‘제2회 세계 평화의 날’ 세미나에 참석한 각계 인사 | 에포크타임스

달라이 라마는 앞서 11월 24일 세계인권선언문 채택 75주년 기념 메시지에서 “우리는 모두 같은 권리와 필요를 가진 인간”이라며 “비폭력과 연민의 정신으로 분쟁을 해결하고, 현재와 미래의 전 인류의 안녕을 위해 기도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