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예비후보 인터뷰] “권력 다이어트로 정치혁신 이루고 싶어”

신지호 전 국회의원(대통령실 정책자문위원)

이윤정
2024년 02월 6일 오전 10:46 업데이트: 2024년 02월 6일 오후 8:46

86 좀비 정치 청산하고 정치교체 이뤄내야
하드파워 줄이고 소프트파워로 정치 신뢰 회복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출마를 위한 예비후보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에포크타임스는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 여덟 번째 순서는 신지호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의원이다.

신 예비후보는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후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 객원교수, 서강대 연구 교수를 지냈고 KDI(한국개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2008년 치러진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 도봉갑에 출마해 김근태 통합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2021년 대선 경선 때는 윤석열 캠프 총괄부실장을 맡았고 윤 정부에서 국무총리실 산하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을 지냈다. 현재 대통령실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출마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보수 정당이 서울에 뿌리를 내리고 안정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선 뚜렷한 근거지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말고는 이렇다 할 근거지가 없습니다. 강남 3구 벨트에 필적할 만한 강북 벨트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이라고 봅니다.”

신 예비후보는 “서울에서 태어나 중3 때까지 자란 곳이 마포”라며 “사회에 나와서도 서강대에서 교수 생활을 했고 뉴라이트 운동을 시작한 곳도 이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마포 갑을 지역구로 선택했고 이 곳을 강북 보수의 심장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출마하신 마포(갑) 지역구는 어떤 곳이며 현재 시급한 현안은 무엇인가요?

“마포갑은 아시다시피 매년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가 열리는 곳입니다. 새우젓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것처럼 전통적으로 아주 서민적인 곳이었는데 지금은 강북의 핫플레이스가 됐죠.”

“마포가 용산과 더불어 강북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지역이 됐다”는 신 예비후보는 “주로 주거 환경이 개선되면서 강남과 아파트 가격을 비교해 봤을 때 그렇다는 이야긴데 그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하드웨어적인 것 말고도 소프트웨어 수준도 높여야 하지 않을까 해서 저는 ‘교육문화특구’라는 전략적 목표를 정했다”고 부연했다.

-다른 예비 후보자들과 차별화되는 본인만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저는 서울 도봉구에서 국회의원을 해 봤습니다. 좌파의 대부 거물 김근태와 맞붙어서 싸워본 경험도 있기 때문에 마포갑을 보수의 심장으로 만들 수 있는 최적의 후보라고 자신합니다.”

신 예비후보는 ‘치열함’에서도 자신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라고 강조했다. “작년 10월부터 시작해 넉 달 정도 선거 운동을 했는데 제가 가장 치열하게 활동하는 것 같아요. 사무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아침 출근길 인사도 4주 정도 했고 밖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의 고민을 경청하면서 현장 정치를 하고 있어요.”

-‘권력 개혁’를 총선 어젠다로 내세우셨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이 궁금합니다.

“원래 보수의 권력에 대한 방향은 작은 정부 아닙니까. 보수주의의 기본 컨셉트인 ‘작은 정부, 큰 시장’과도 일맥상통하지만 제가 말하는 권력 개혁은 권력은 줄이고 매력을 키우는 겁니다. 권력은 하드 파워이고 매력은 소프트 파워죠.”

그는 “하드파워·소프트파워는 하버드 케네디 스쿨 학장을 지낸 조지프 나이라는 국제정치학자가 만들어낸 개념”이라며 권력 개혁의 방향을 “하드파워는 확 줄이고 소프트파워는 확 키우는 권력 다이어트를 하자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소프트파워가 하루아침에 생기는 건 아닐 테지만 그런 것을 키우는 게 권력 개혁이라고 봅니다. 권력(하드 파워)을 확 줄이는 액션 플랜으로 제가 4가지를 제안했는데요.”

그가 제시한 4가지는 ▲국회의원 특권(불체포·면책) 철폐 ▲현재 9명인 보좌진 수 절반 축소 ▲출판기념회 폐지 ▲후원금 10만 원 이하로 제한 등이다. 신 예비후보는 “당선되면 다른 의원들이 동참하지 않더라도 개인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 4가지를 뽑은 것”이라며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중국의 한국 선거 개입은 이미 진행 중”이라는 전문가 의견이 있습니다. 최근 중국의 대만 선거 개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총선을 앞둔 한국의 대응 방안은 무엇일까요?

“온라인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온라인 공작을 해 왔습니다. 주로 온라인 댓글 공작을 통해서 여론을 자기들이 원하는 쪽으로 끌고 가려는 것이죠.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의 외교 안보 노선을 볼 때 민주당이 말하는 상대는 북한 중국 러시아가 아닌가 저는 그렇게 보고 있어요. 중국은 당연히 한국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이기기를 바라는 것이고, 그걸 위해서 여러 가지 공작을 하는데, 그중에 가장 두드러지는 게 인터넷 공작입니다.”

그는 “인터넷 여론 조작은 이미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서 사실로 입증됐다”며 “이번 타이완 총통 선거에 중국이 엄청난 공작을 퍼부었을 텐데 그걸 뚫고 민진당이 승리한 것을 보니 우리도 그렇게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신지호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좋은 정치란 어떤 정치라고 생각하시나요?

“좋은 정치는 허업(虛業)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김종필 전 총리가 한 말인데 ‘빌 허(虛)’ 자를 써서 정치를 허업이라고 했어요. 정치를 잘해서 열매가 풍성하게 열리면 그 열매를 따 먹고 향유하는 것은 국민이지 정치인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반대로 기업은 열심히 일해서 그 열매를 직접 따 먹는다는 의미로 옛날엔 실업(實業)이라는 표현도 썼는데요. 정치는 실업이 돼선 안 된다는 겁니다. 정치를 허업이 아닌 실업으로 대하는 자들이 갈 곳은 교도소 말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번 총선과 관련해서 이야기하자면 정권 교체를 넘어서 정치 교체를 하는 것입니다. 1987년 6공화국 헌법 체제가 들어선 이후 김대중으로 한 번 바뀌었고, 그다음에 이명박으로, 다시 문재인으로 바뀌었죠. 이번에 윤석열 정부는 5년 만의 정권 교체였어요. 하지만 미완의 정권 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총선을 통해서 입법 권력을 교체해야 한다”는 신 예비후보는 “단순히 입법 권력 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정치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86 운동권은 역사적 수명을 다했고 퇴장했어야 하는데 아직도 남아 있는 참 묘한 좀비”라고 직격했다. 덧붙여 “이미 시대적 의미를 다 상실했는데 묘하게 살아남아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일종의 이권 카르텔화된 정치 세력”이라고 말했다. “제가 직접 경험하고 거기에 대한 한계와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끼는 사람으로서”라는 전제를 달았다.

81학번인 신 예비후보는 자신 역시 ‘전형적인 86세대’라며 말을 이어갔다. “1980년 광주의 영향을 받아서 운동권의 길을 걸었습니다. 노회찬 의원과 노동 운동을 같이 했어요. 사회주의 혁명운동이었죠. 그러다 오랜 번민과 고뇌 끝에 1990년대 초 전향했습니다. 86세대의 낡은 정치를 보면서 안 되겠다 싶어 새로운 보수를 만들자는 뉴라이트 운동을 했었고요.”

그는 자유주의연대 대표,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총장을 지냈고, 2006년 ‘식민지 근대화론’ 등을 담은 대안 역사 교과서 운동을 펼치는 등 대표적인 ‘뉴라이트’ 인사로 꼽히기도 한다.

“이번 총선의 의미는 86 좀비 정치를 청산하고 한 시대를 마감하는 것입니다.”

문득 궁금해져서 두 개 질문을 추가했다.

-전향하신 이유가 뭡니까?

“사회주의에 대한 환멸이죠.”

-여전히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동경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이른바 ‘강남좌파’ ‘리무진 리버럴’ 같은, 자기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면서 사회주의적 행보를 하는 것은 제가 보기엔 물질세계와 정신세계가 완전히 불일치하는 의식 분열 현상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정치는 국민들에게 불신받고 있습니다.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그게 아까 얘기한 권력 다이어트입니다. 권력은 줄이고 매력은 키우는 것, 소프트파워라는 게 누구에게 강요하는 게 아니라 뭔가 메시지를 발신하거나 하면 팔로워들이 자발적으로 생겨서 따라올 수 있게끔 만드는 그게 매력 아니겠습니까? 권력으로 압박해서 굴복시키는 하드 파워가 아니라 소프트파워라야 신뢰 회복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국민들이 마음에서 우러나 저절로 따를 수 있는 그런 정치를 하는 게 답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정치인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과 자질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퍼블릭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퍼블릭 마인드는 아까 얘기한 허업과 연결됩니다. 다시 말해 사회적 공공선을 추구해야 합니다. 옛날 같으면 국회의원도 가문의 영광일 정도로 높은 벼슬이니까 입신양명의 수단으로 정치를 할 수도 있었겠죠. 퍼블릭 마인드가 없다면 그냥 자기 분야에서 사업 열심히 해서 돈 많이 벌고 누리고 살면 되는 거죠. 그렇지만 정치를 하려면 퍼블릭 마인드가 있어야 합니다.”

-국민들에게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정치 혁신을 통해서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기여한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저는 권력 다이어트를 꼭 실천하고 싶습니다. 특권을 내려놓고, 보좌진 수 절반으로 줄이고, 출판 기념회 열지 않고, 10만 원 이내의 후원금만 받아서 권력 다이어트를 반드시 실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