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기립성빈맥 환자 급증” 美 의료진 경고

셰라미 차이(Sheramy Tsai)
2023년 07월 25일 오후 8:21 업데이트: 2024년 02월 3일 오후 10:11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장기 후유증(Long covid) 환자가 크게 늘면서 의료계에 비상이 걸렸다.

그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자율신경계 이상 증상인 기립성빈맥증후군(POTS)으로, 코로나19 확진자 및 백신 접종자 가운데 기립성빈맥증후군 진단을 받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사례

건강에 문제가 없었던 20대 중반 여성 피비 이튼과 오브리 조지는 어느 날 갑자기 기립성빈맥증후군 증상을 호소하며 삶이 완전히 망가졌다.

25세 교사 연수생인 이튼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 후 이상 증세를 느꼈다. 만성 피로, 편두통, 체중 감소, 불규칙한 혈당 수치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지막 백신 접종 후 그녀의 건강은 더욱 나빠졌다.

이튼은 “갑자기 의식을 잃고 기절, 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결국 교사 연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조지는 최근 6개월간 3번의 뇌진탕 증상을 겪었고, 치료 후에도 어지럼증, 만성 두통, 피로감 등 후유증을 앓고 있다. 심혈관계와 소화기 계통에서 이상 소견을 보이지만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조지는 “원인불명의 증상으로 일상생활이 완전히 바뀌었다. 일상에서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후유증을 걱정해야 한다”고 고백했다.

기립성빈맥증후군

이 질환은 일종의 자율신경계 장애로 호흡, 소화, 심박수 등 필수적인 생명 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

누워있을 때와 일어났을 때의 맥박수가 10분 이내에 30회 이상 차이 날 경우 기립성빈맥증후군으로 본다. 예를 들어 누워있을 때 70이던 맥박수가 일어났을 때 100 이상으로 급상승하면 기립성빈맥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기립성빈맥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에는 전신 피로감, 두통, 어지럼증, 뇌 안개(Brain fog) 등이 있다. 메스꺼움, 설사, 변비 등 소화장애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식사, 목욕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으며 일부 환자들은 일어서기, 걷기 등 기본적인 운동능력마저 잃게 된다.

이튼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지치고 호흡이 가빠진다. 집안일을 하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적도 있다”고 전했다.

국제자율신경실조증협회는 약 600만 명의 미국인이 기립성빈맥증후군에 걸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협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립성빈맥증후군 환자가 2배로 증가했다”며 “이 질환은 명확히 진단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환자는 더욱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기립성빈맥증후군이 경제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협회가 5500명 이상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기립성빈맥증후군 환자 중 48%만이 직업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체 중 약 75%는 기립성빈맥증후군으로 인해 소득이 줄었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약 33%는 1년간 1만 달러 이상의 소득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협회는 “기립성빈맥증후군은 고용 감소, 소득 손실 등 경제활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에서 기립성빈맥증후군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정태환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기립성빈맥증후군) 환자들은 대부분 직장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원격 근무,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직장에서만 풀타임 근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립성빈맥증후군에 대한 인식 제고, 진단 및 치료법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와의 연관성

기립성빈맥증후군의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최근 의학계에서는 코로나19 확진 및 백신 접종이 기립성빈맥증후군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립성빈맥증후군 치료 관련 의뢰가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기립성빈맥증후군 치료 센터의 조던 파스토렉 박사는 “상당수의 환자들이 코로나19 확진 또는 백신 접종 후부터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며 “이런 현상은 과거에 흔히 볼 수 없었던 사례”라고 의견을 더했다.

지난해 1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심혈관 연구(Nature Cardiovascular Research)’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기립성빈맥증후군과 코로나19 감염 및 백신 접종 간의 잠재적 상관관계가 확인된 바 있다. 특히 ‘SARS-CoV-2’ 감염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백신 접종자 28만459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그중 93%가 mRNA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신 접종 시 기립성빈맥증후군의 발병 가능성이 33% 증가했고, 총 4526명의 기립성빈맥증후군 환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백신 접종 후 진단을 받았다.

연구진은 “백신 접종 후 기립성빈맥증후군의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SARS-CoV-2’ 감염 후 발병 가능성은 더욱 높았다”고 설명했다.

의료 시스템의 한계

기립성빈맥증후군 등 코로나19 장기 후유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의료 시스템이 한계에 부딪혔다.

정 교수는 “현재 치료 센터에 환자가 내원하려면 2년 이상 기다려야 할 만큼 환자가 수도 없이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기립성빈맥증후군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해 조기 진단이 어렵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환자들이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6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 발현 후 1년 이내에 진단을 받는 비율은 단 25%에 그쳤다.

또 관련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에 한계가 있다. 기립성빈맥증후군에 대한 경험, 지식이 부족한 의료진이 만성 피로감, 어지럼증, 메스꺼움 등을 일시적인 증상으로 치부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 교수는 “인식 부족, 진단의 어려움, 제한된 치료법 등은 기립성빈맥증후군 환자들이 직면하는 커다란 장애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개발 자금 부족으로 인해 치료법 개선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Pixabay

현행 치료법

기립성빈맥증후군의 치료는 비약물치료와 약물치료로 나뉜다.

비약물치료는 쉽게 말해 환자의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방법으로, 심박수를 안정시키고 체내 혈류량을 늘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평소에 물을 많이 마셔야 하며, 염분 섭취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미국 밴더빌트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고염식 식단을 유지한 환자에게서 증상이 완화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또 갑자기 일어나거나 오래 서 있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

환자에 따라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베타 차단제, 메스티논 등 심박수를 낮춰주고 자율신경계 장애를 개선하는 약물이 주로 사용된다. 체내 수분 및 염분 흡수를 도와주거나 혈관 수축을 촉진해 혈류를 개선하는 약물이 쓰이기도 한다.

치료법 개선을 위한 노력

현행 치료법은 기립성빈맥증후군의 증상을 완화하는 데만 중점을 두지만, 최근 의학계에서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법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내추럴 하트 닥터(Natural Heart Doctor) 클리닉을 운영하는 심장전문의 잭 울프슨 박사는 자연치료 방식으로 기립성빈맥증후군 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기립성빈맥증후군은 염증성 질환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접근 방식은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하는 것”이라며 “환자에 따라 맞춤형 치료를 진행하고 질환의 원인을 해결하는 등 놀라운 의학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의학계는 자연치료법 등 대체 치료법이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립성빈맥증후군 환자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셰라미 차이는 10년의 집필 경력을 지닌 작가이자 간호사다. 미들버리대학과 존스홉킨스대학교를 졸업했으며, 간호 전문 지식을 통해 건강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이 기사는 번역 및 정리에 김연진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