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풀리는데도 안 떨어지는 기침, 원인과 대처법

플로라 자오
2024년 03월 27일 오후 5:04 업데이트: 2024년 03월 27일 오후 5:04

기침, 이물질 배출해 신체 보호하는 효과
‘완치’ 후에도 계속된다면 증상별 관리 필요

기침 자체가 독립된 질병으로 인식되지는 않지만, 증상으로서의 기침은 완화하기 어려운 증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는 왜 때때로 지속적인 기침 증상을 겪는 걸까?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국립심폐연구소 소속 교수 키안 팬 청(Kian Fan Chung) 박사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침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면역 기능 중 하나이고, 폐를 보호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청 박사는 기침을 “집에 설치된 일종의 경보기”로 비유하며 “집에 도둑이 침입하면 울리는 도난 경보기와 비슷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호흡기에는 목구멍(인후), 성대, 상기도에 위치한 신경 다발이 다량 존재하는데 이 신경 다발을 ‘기침 수용체’라 부른다. 기침 수용체는 이물질 및 외부 자극에 반응하며, 활성화되면 기침 반사 반응을 일으켜 점액을 분비하거나 기침 자체로 이물질을 배출한다.

종종 기침을 할 때 깊게 숨을 쉬어 공기가 폐까지 들어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성문(목의 공기 통로)을 닫아 기도를 폐쇄한 뒤 가슴과 복부의 근육이 강하게 수축한다. 이때 닫힌 기도로 인해 빠져나오지 못한 흉강 내 공기 압력은 보통 300mmHg를 넘을 정도로 고압 상태가 되는데, 기침의 마지막 과정으로 성문이 갑자기 열리게 되면 공기는 최대 시속 80km 속도로 쏟아져 나와 기도에 쌓인 점액과 이물질을 체외로 배출한다. 기침이 격렬해지면 때로는 공기 배출 속도는 음속에 가까워지기도 한다.

기침 수용체를 자극할 수 있는 물질로는 바이러스 및 박테리아와 같은 병원체 감염, 화학 독성 물질, 염증, 알레르기, 비강(콧속 공간) 내 점액, 위산 등이 있다. 또한 호흡기 외에도 귀, 코, 위, 흉막, 심낭 등 다양한 위치에 있는 감각 수용체도 기침 반사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급성 기침은 자연치유 가능

기침은 증상의 지속 기간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3주 미만 지속되는 급성 기침과 3주에서 8주까지 이어지는 아(亞)급성 기침, 8주 이상 계속되는 만성 기침, 이렇게 말이다.

전 미국 이스턴 버지니아 의과대학 호흡기중환자 치료 연구부장이자 코로나19 중환자 치료 연합(FLCCC) 회장 겸 최고선임과학자인 폴 마릭 박사는 에포크타임스에 “급성 기침은 매우 흔한 증상”이라고 말했다.

주로 일상적인 감기, 독감, 코로나19를 포함한 상기도 바이러스 감염 뒤에 급성 기침이 발생하며, 이러한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염증이 기침 수용체를 활성화해 기침 반응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속 기간에 따른 기침의 분류 | 그래픽=에포크타임스

마릭 박사는 “환자 대부분이 병원체 감염에 대한 면역 반응 혹은 분비물 제거를 위한 급성 기침을 겪는데, 이는 신체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며 이러한 증상은 대부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소된다고 설명했다.

급성 기침보다 증상이 긴 아급성 기침 또한 주로 상기도에서 감염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아급성 기침 또한 저절로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상실험 데이터에 따르면 아급성 기침의 경우 약물치료가 큰 효과를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마릭 박사는 기침할 때 배출되는 분비물의 특성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분비물이 맑지 않고 탁하다면 세균성 기관지염 및 부비동염과 같은 세균 감염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추가 검사가 필요하며, 만약 이와 같은 질병에 걸린 것이라면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부분의 백일해 환자는 급성 기침 증상을 보인다. 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이란 특정 박테리아에 의해 발생한다. 백일해 백신을 여러 차례 접종한 성인이라 하더라도 이 질병에 걸릴 수 있다. 백일해 환자의 기침 소리는 특이하게 개 짖는 소리와 같아서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로 인해 백일해는 영어로 ‘우핑 코프(whooping cough, 그르렁거리는 기침)’로 불리기도 한다.

마릭 박사는 급성 및 아급성 기침이 심각한 경우 이에 맞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도한 기침은 인후 및 상기도를 손상해 기침을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급성 기침이라 하더라도 심한 경우 단기간 경구용 스테로이드성 약물 복용이 필요할 수 있다.

그는 또한 급성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특정 증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는 다른 불편한 증상이 나았음에도 기침만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청 박사는 “일반적으로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사라지면 기침 증상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기침은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청 박사는 자신의 연구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의 60~70%가 장기간 기침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러한 증상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마릭 박사는 “기침을 유발하는 기관지에 지속적인 염증이 남아있어 그런 것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또한 청 박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침 수용체의 과민 상태를 유발하는데 이러한 상태가 장기간, 때로는 몇 달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멘톨(박하)을 녹인 물을 끓어 그 수증기를 들이마시면 기침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 셔터스톡

급성 기침의 효율적 관리

많은 사람이 심한 기침을 겪으면 기침 시럽 같은 기침 억제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약물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기침에는 거의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발간된 ‘영국 일반실무학회지(The British Journal of General Practice)’에 따르면 6개의 무작위로 선정된 임상시험에서 바이러스 감염 후 아급성 기침 증상을 겪는 환자 724명의 데이터를 메타분석(meta-analyses, 특정 주제에 대해 실시된 여러 연구 결과를 통계적으로 통합하는 방법)한 결과, 감염 후 14일 및 28일 후 기침 증상 회복과 관련해 명확히 이점이 있는 별도의 치료법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릭 박사는 비타민D는 면역 체계에 매우 필수적인 영양소이기 때문에 비타민D 보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면역 관련 영양소인 아연 보충제 또한 복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부 항염증 영양제에 대해선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효과를 뒷받침할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평했다.

그는 기침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멘톨이 함유된 흡입제를 끓는 물에 넣어 거기서 올라오는 증기를 흡입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러한 흡입제는 약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멘톨은 구강과 기도의 감각신경에 작용해 시원한 느낌을 준다. 많은 기침 시럽과 기침 사탕에는 멘톨이 향료 및 활성 성분으로 함유돼 있다. 특히 동물 실험에 따르면 멘톨은 잠재적으로 특정한 상황에서 기침 완화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식품의약국(FDA)과 같은 각국 식약처에서도 이러한 멘톨의 기침 억제 작용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꿀을 섭취하거나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는 것도 일부 기침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증상별 대응

○만성 기침
1~4주 동안 기침이 지속되는 경우 일반적으로 감염이나 화학물질 혹은 연기와 같은 자극물질이 원인일 수 있다. 미국 폐건강협회의 최고 의료 책임자이자 토머스 제퍼슨 대학 시드니 키멜 의대 임상조교수인 앨버트 리조 박사는 에포크타임스에 “기침이 8주 이상 지속한다면 다른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리조 박사는 만성 기침이 근본적으로 “폐에 있어서는 안 되는 무언가를 빼내기 위해 신체가 하는 시도”라고 규정한다.

무엇보다도 기침이 폐암이나 만성 폐감염 혹은 폐섬유증에 인한 것이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질환은 다른 질환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다. 의사는 흉부 엑스레이나 CT(컴퓨터단층촬영) 스캔을 통해 환자의 폐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만성 기침은 일정 비율로 악성 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2023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만성 기침 원인의 약 90%는 악성 질환이 아니었지만, 나머지 사례의 경우 종양을 비롯한 악성 질환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학술지 ‘BMC 패밀리 프락티스(BMC Family Practice)’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 리뷰 및 메타분석에 따르면 만성 기침 환자 중 암을 겪고 있는 환자의 비율은 0.2~1.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 박사는 암은 해당 조직에 특정 형태의 염증을 유발해 감각신경을 더 민감하게 만들어 기침이 유발되기 쉬운 상태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만성 기침을 일으키는 원인이 반드시 생명을 위협할 만한 질환이란 뜻은 아니다.

○상기도 기침 증후군
이전에는 ‘후비루(점액성 인후) 증후군’으로도 불렸던 상기도 기침 증후군은 만성 기침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코는 호흡기의 첫 관문으로, 적절한 점액 분비를 통해 호흡된 공기를 가열하고 가습하며 또한 여과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 알레르기 유발 물질, 비염, 대기 오염 물질 등의 원인이 코점막을 자극하면 평소에 분비되는 점액과는 다른 성질의 점액이 더 많이 생성되고, 이 점액은 대개 묽다 보니 묽은 콧물이 나오게 된다. 콧구멍에서 비강을 통해 목구멍 뒤로 흘러내려 목구멍의 감각신경을 자극해 기침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상기도 기침 증후군 환자는 종종 밤에 기침이 더 심해지고 목구멍 안에서 가려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 증후군으로 콧물, 코 막힘, 재채기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일부 환자는 그러한 증상 없이 기침만 하기도 한다.

○기침형 천식
흔히들 숨 쉴 때 나는 거친 호흡 소리(천명음)와 호흡곤란만 전형적인 천식 증상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지만, 기침만 나타나는 천식도 있다. 이를 기침형 천식이라 부른다.

기침형 천식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마른기침이 계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일부 환자들은 밤에만 기침 증상을 겪을 수도 있다. 기침형 천식 환자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 먼지 혹은 찬 공기에 노출된 이후에 기침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격한 신체 활동도 기침을 유발할 수 있다.

○위산 역류
위산은 식도 신경을 자극해 기침 반사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위산이 목구멍까지 올라가 마른 기침을 유발할 수 있다.

○특정 고혈압 및 심장병 치료제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 억제제는 고혈압과 심부전을 치료하는 데 널리 사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약물에는 부작용이 있다. 연구 결과에 따라 다르지만 ACE 억제제 사용 환자 중 최대 10%가량이 만성 기침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경우 종종 목이 간지럽고 마른기침이 뒤따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부작용은 약물 복용 시작 후 빠르면 3주, 늦어도 1년 후에는 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고혈압과 심장병의 경우 대체해서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많이 있으므로 부작용이 발생하면 의료진과 상담 후 약물을 교체할 수 있다.

만성 기침의 다른 일반적인 잠재적 원인으로 만성 기관지염이 있다. 만성 기침 원인의 3분의 2는 상기도 기침 증후군, 기침형 천식, 위산 역류가 차지한다.

○난치성 만성 기침 개선법
미국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중환자의학과 교수 피터 딕피니가이티스 박사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의사가 이 세 가지 가능성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모두 치료했는데도 기침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 시점부터는 난치성 만성 기침의 정의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는 난치성 만성 기침이 ‘기침 반사 신경의 과민성’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경험에 따르면 만성 기침 환자의 약 30~40%가 이 범주에 속한다고 말했다.

청 박사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난치성 만성 기침 환자는 대부분 40대 이상이며 평균 연령은 55세라고 설명했다. 성비로는 여성이 더 많은데, 여성이 남성보다 2배 더 많다.

난치성 만성 기침 환자들은 마치 미세한 바람에도 오작동하는 경보 시스템마냥 신경이 지나치게 예민해지는 과민성 증상도 경험한다. 온도 변화, 향수, 심지어 웃음소리와 같은 요소들이 기침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뇌의 역할도 중요하다. 청 박사는 뇌의 기침 반사 제어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마치 경보시스템 오작동으로 잘못된 신호가 발생하는 것처럼 기침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유형의 난치성 만성 기침을 관리하기 위해 의사가 취해야 하는 전략은 환자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기침 자체를 최대한 억제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딕피니가이티스 박사는 “그렇지만 난치성 만성 기침을 치료하는 특효약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러한 환자들은 기침 유발 요인을 파악하고 기침 사탕을 먹거나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등의 습관 개선만으로도 증상이 상당히 완화될 수 있다.

청 박사는 또한 목이 건조하면 기침 수용체를 자극해 더 예민해질 수 있으므로 목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므로 만성 기침 환자는 항상 작은 물병을 휴대하는 것이 좋다. 또한 따뜻한 환경을 유지하고 차가운 자극을 피해야 한다.

만성 기침은 성대 기능장애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청 박사는 숙련된 언어 치료사도 기침 충동을 억제하도록 환자를 지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리조 박사는 “안타깝게도 일부 사람들은 기침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