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연계 단체들이 ‘위장 언론사’로 침투하는 방법

에바 푸, 테리 우
2024년 04월 16일 오전 9:35 업데이트: 2024년 04월 16일 오전 9:35

中 부역 매체들, 꼼수로 ‘외국대리인등록법’ 피해 美서 영업
지면광고도 거의 없이 미국 전역에 배포…공산당 선전 공작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미중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 활동하던 중국 매체들의 입지도 좁아졌다.

그러자 중국공산당은 자국 내러티브를 전파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았는데, 바로 그 시점에 뉴욕에서 ‘차이나 프레스(僑報·교보)’가 생겨났다.

이 매체의 창립자인 셰이닝(謝一寧)은 ‘미중 관계를 우호적으로 증진한다’는 사명을 내세우며 미국에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중국 베이징에도 사무소를 열었다.

매체 최고경영자(CEO)인 유 장은 “공산당 고위 관리들과 자주 만나고 긴밀하게 소통한 것이 차이나 프레스가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커짐에 따라 우리 매체는 미국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어 신문이 됐다”고 주장했다.

차이나 프레스의 중국식 명칭인 ‘차오바오’는 ‘중국인 디아스포라 신문’을 의미한다. 중국공산당은 이런 화교 매체를 두고 “중국인 디아스포라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국무원 교무판공실의 전직 공보관은 “1990년대 초, 글로벌 담론을 재편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며 ‘다리(bridge)’와 동음이의어인 ‘차오’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에포크타임스에 말했다.

또한 “여기에는 ‘이 매체를 다리로 삼아 중국의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대한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전했다.

현재 차이나 프레스는 미국에서 간체자를 사용하고, 베이징에 뉴스 센터를 두고 있으며, 중국 본토에서 온 이민자들에게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향력 있는 미디어임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지원으로 미국 내에서 빠르게 성장한 차이나 프레스는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D.C. 등 주요 도시의 중국 식료품점과 신문 가판대를 점령했다.

2018년 11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알함브라에 있는 차이나 프레스 건물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창립자 셰이닝(謝一寧)이 사망했다. | Linda Jiang/The Epoch Times

차이나 프레스의 편집 방향은 초창기부터 분명했다.

이들은 1997년 7월 홍콩 반환식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 유일한 화교계 매체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반환식 한 달 전부터 관련 소식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는데, 이 기간에만 사설 10건을 게재하며 홍콩 반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드러냈다.

또 반환식 전날에는 “앞으로 미국은 중국 문제에 간섭하지 마라”고 경고하는 등 중국 관영매체와 다를 바 없는 행보를 보였다.

공산당 고위 관리들은 공개 석상에서 차이나 프레스의 이런 활동을 치하했다.

중국공산당과의 연관성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는 중국의 영향력 작전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중국 매체와 관련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공화당 소속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영향력 작전에는 한계가 없다. 중국은 자국 매체를 통해 미국의 이익과 가치를 훼손하고 정보를 조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이런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이나 프레스는 “우리 매체는 중국 당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뉴욕에 있는 차이나 프레스 사무소 | Chung I Ho/The Epoch Times

하지만 수익 구조를 살펴보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차이나 프레스는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 지면 광고도 거의 없다.

중국 한 관영매체의 전 부편집장은 에포크타임스에 “중국공산당이 차이나 프레스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그 자금을 직접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관을 통해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나 프레스의 전직 기자들도 “중국공산당이 차이나 프레스의 자금줄이자 생명줄”이라고 폭로했다.

심각한 문제는 차이나 프레스가 개인이 소유한 ‘민간 기업’이라는 이유로 미국 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매체는 미 법무부의 ‘외국 대리인 목록’에 오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중국 분석 전문가들은 “차이나 프레스는 외국 대리인이나 마찬가지”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무판공실의 전직 공보관은 “중국의 성과를 홍보하는 내용의 콘텐츠를 차이나 프레스에 정기적으로 제공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이런 콘텐츠들은 중국의 국영 통신사나 정부기관이 제공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차이나 프레스는 언론사로 위장한, 중국공산당의 해외 선전기관”이라고 지적했다.

여론 조작

미국 인구조사국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의 수는 54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중 교육 수준이 낮고 영어 구사 능력이 제한적인 이들은 미국에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중국 관련 커뮤니티나 중국어 매체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차이나 프레스는 이 점을 노렸다.

이들은 중국과 관련한 사건을 전달하며 중국 정권의 입장과 정책을 옹호하는 논조를 유지했다. 이와 동시에, 중국에 비판적인 미 의회 의원들을 ‘반중 인사’로 낙인찍었다.

게다가 파룬궁과 관련된 가짜 뉴스를 수백 건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공산당은 파룬궁 박해를 정당화하기 위한 허위 정보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차이나 프레스가 이에 일조한 것이다.

차이나 프레스가 미 법무부의 ‘외국 대리인 목록’에 등록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스크린샷 | Screenshot via The Epoch Times, U.S. Department of Justice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2023년 미중 정상회담과 같은 국제적인 이벤트가 열리면 차이나 프레스는 노골적으로 친중 성향을 드러낸다.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아시아 태평양을 비롯한 전 세계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며, 그 안에 100개 이상의 친중 단체 명칭을 나열하고 홍보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 총영사관은 “차이나 프레스는 중국 관련 소식을 정확하고 심층적으로 전달하는 매체”라며 “화교들이 중국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파자 양성

지금까지 차이나 프레스는 젊은층의 화교를 세계 각국에 친중 내러티브를 퍼뜨리는 ‘전파자(傳播者)’로 양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표면적으로는 ‘중국계 미국인 청소년들이 저널리즘 기술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를 내세우며 2013년부터 주니어 기자 클럽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중국계 미국인 청소년 2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투어를 다녀왔다. 중국 당국은 자국에서 경력이나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격려하고, 고위 관리들과의 만남을 허락하는 등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초기 프로그램을 이끈 차이나 프레스의 편집장 젱 씨는 “여기에 선발된 청소년들은 실제 기자들도 얻지 못하는 특권을 누리며 중국에 대해 학습하고, 경험했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중국계 미국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이 프로그램이 ‘교육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선전했다. 인민일보는 2016년 “미국으로 돌아간 이들은 중국에 대한 편견을 가진 교사에게 도전하고, 학교 친구들에게 ‘진짜 중국’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듬해 신화통신은 “이 프로그램에 두 번이나 참가했던 한 학생이 중국에서 공부하기 위해 칭화대에 입학했다”고 전했다.

주니어 기자 클럽의 회원인 또 다른 학생은 차이나 프레스에 기고한 글에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 당국의 엄격한 봉쇄 조치가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 노약자들을 지켜냈다”고 적었다.

2018년 3월 16일, 미국 앨라배마주에 있는 트로이대 캠퍼스의 공자학원 건물 | Kreeder13 via Wikimedia Commons

통일전선공작

차이나 프레스의 전 직원들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발행 부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대량 해고가 이어졌다. 주니어 기자 클럽도 2020년에 중단됐다.

하지만 선전 활동은 계속하고 있다. 중국 영사관이나 통전부와 긴밀히 소통하며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나 프레스의 전직 기자는 “이 매체에 실리는 기사, 광고 등은 독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중국 영사관을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중화권 매체인 월드 저널의 전 편집자는 “차이나 프레스는 중국 정권을 위해 공작을 펼치는 ‘위장 언론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당국은 미국에 기반을 둔 조직이나 기관에 본토 인력을 파견하기도 한다. 차이나 프레스도 그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촉구해 온 짐 뱅크스(공화당) 미 하원의원은 지난달 중국 통전부를 겨냥한 ‘중국 정치전 대응법’을 발의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매체들은 모두 중국공산당의 범죄 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세워진 선전기관”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차이나 프레스는 외국대리인등록법을 위반한 혐의로 조사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내가 발의한 법안은 중국 매체의 실소유주를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을 미국 당국에 부여한다. 이를 통해 중국공산당의 선전 활동과 영향력 작전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에포크타임스는 차이나 프레스에 연락해 논평을 요청했지만, 보도 시점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