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의 인지전’…틱톡이 청소년들을 파멸로 이끄는 방법

테리 우
2024년 04월 24일 오후 11:25 업데이트: 2024년 04월 24일 오후 11:25

미국 텍사스주에 사는 여성 로리 쇼트는 2020년 11월, 사랑하는 딸 애널리를 잃었다. 불과 18세였던 딸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그로부터 약 2년이 지난 뒤 로리 쇼트는 딸의 스마트폰을 살펴보다 모든 사실을 깨달았다.

딸이 생전에 자주 이용하던 소셜미디어 틱톡을 확인했는데, 그곳에 폭력적이고 유해한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로리 쇼트는 틱톡으로 인해 딸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으로 확신했다.

그녀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틱톡이 딸의 정신건강을 해치고 머릿속을 점령한 것”이라며 “딸이 세상을 떠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딸의 스마트폰 속 틱톡 앱에는 유해한 콘텐츠가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의회 의원들과 전문가들은 틱톡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틱톡은 이용자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개인 데이터에 접근하며, 가짜 뉴스를 유포하거나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23일(현지 시각) 미 상원이 ‘틱톡 매각법’을 통과시켰다. 이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만 남았다.

이 법안이 제정되면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270일 안에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해야 한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미국 내 서비스가 금지된다.

유해 콘텐츠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제프리 케인은 “미국 Z세대(18~28세)의 정신건강 수준이 악화하고 있으며, 이는 대부분 틱톡 중독으로 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판 틱톡으로 불리는 더우인과 미국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틱톡의 알고리즘을 비교·분석했다. 더우인과 틱톡에 각각 어떤 콘텐츠가 노출되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의 10대 이용자에게 노출되는 콘텐츠가 중국의 10대 이용자에게는 노출되지 않는 것이 확인됐다. 더우인은 해당 콘텐츠를 ‘유해 콘텐츠’로 규정하고 접근을 제한했다.

이와 관련해 제프리 케인은 “동일한 콘텐츠가 미국에서는 노출되고, 중국에서는 제한된다”며 “중국 정부가 이것이 매우 유해한 콘텐츠임을 알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이런 종류의 콘텐츠가 10대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의도적으로 틱톡에만 이를 노출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0년 9월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남성이 틱톡 로고가 붙어 있는 식당 앞을 지나가고 있다. | Greg Baker/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올해 초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사실상 틱톡의 소유주인 중국공산당이 이용자들의 개인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으며, 알고리즘까지 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을 겨냥한 영향력 작전의 일환으로,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해한 기술을 폭로하는 비영리 단체 ‘휴먼 테크놀로지 센터’의 공동 설립자인 아자 래스킨도 “틱톡의 알고리즘은 우리의 생각을 조종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데 쓰인다”고 밝혔다.

인지전(Cognitive Warfare)

미국의 저명한 작가이자 정치평론가인 피터 슈바이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틱톡은 중국이 주도하는 인지전의 도구”라고 말했다.

인지전은 적국의 지도부와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인지시켜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가짜 뉴스를 퍼뜨리거나 특정 사상을 주입해 사회 혼란과 분열을 일으키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중국의 한 군사 전문가는 2017년 공산당 기관지에 기고한 글에서 “인지전의 표적은 적국의 모든 국민이며, 전장(戰場)은 인류 사회 전체”라고 적었다.

또한 “잘못된 정보와 유해 콘텐츠를 퍼뜨려 적국을 통제하거나 치명적인 피해를 입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터 슈바이처는 “중국공산당은 틱톡을 이런 인지전의 도구로 쓰고 있다”며 “특히 틱톡 내 감정적인 콘텐츠를 통해 이성을 마비시키고 가치관을 흔들어 이용자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틱톡 이용자 10명 중 4명은 “틱톡을 통해 정기적으로 뉴스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제프리 케인은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틱톡이 뉴스 매체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바꿔 말하면, 미국의 뉴스 매체를 중국 정부가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미 상원의원. 그는 지난달 틱톡 매각법과 관련해 한 틱톡 지지자로부터 협박 메시지를 받았다. | Anna Moneymaker/Getty Images

틱톡의 방해 공작

미국에서 ‘틱톡 매각법’ 제정이 현실화함에 따라 틱톡은 이를 막기 위한 방해 공작을 펼치고 있다.

최근 틱톡은 미국 이용자들에게 “이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의회 의원들에게 연락해 ‘틱톡 금지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전해 달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지난달 한 틱톡 지지자로부터 ‘살해 협박’까지 받았다. 그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한 여성이 ‘미국에서 틱톡을 금지할 경우 당신을 찾아가 총격을 가할 것’이라는 협박 메시지를 보냈다”고 알렸다.

미 의회 의원들은 “이 법안은 틱톡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 수집, 알고리즘 통제 등 적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틱톡이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의 관계를 끊는다면, 틱톡의 미국 서비스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틱톡 측은 “이는 궁극적으로 틱톡의 미국 서비스를 완전히 금지하려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틱톡을 사용하는 미국인 1억 7000만 명의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틱톡 측의 반발에도 ‘틱톡 매각법’은 23일 미 연방 의회를 통과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르면 이날 중 법안에 서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