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위험을 키울 수 있는 ‘평범한 약’ 4가지

조지 시트로너
2023년 07월 15일 오전 9:06 업데이트: 2024년 02월 3일 오후 11:19

우울증은 미국 전체 인구의 약 8.4%에 해당하는 2100만여 명 미국인이 고통받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우울증과 관련 없는 질환에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흔한 약들의 복용 부작용으로 우울증 발병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데 있다.

혈압약, 특정 항생제, 특정 스테로이드(코르티코스테로이드), 특정 신경안정제(벤조디아제핀)를 복용하는 사람은 특히 위험하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약물은 대부분 뇌 속 화학물질 균형과 기분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생성 및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도 모르게 우울증 고위험에 노출된 미국인들

지난 2018년 일리노이대학교 시카고캠퍼스에서 성인 2만6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참가자의 37.2%가 우울증을 유발하거나 자살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처방약을 하나 이상 복용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팀은 혈압약, 심장약, 제산제, 항염증제 등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200개 이상의 처방약에 우울증 또는 자살 충동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명시된 것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이러한 약물을 3개 이상 동시에 복용하는 성인은 우울증을 경험할 확률이 15%에 달했다. 이에 비해 약물을 전혀 복용하지 않는 사람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5%, 한 가지 약물만 복용하는 사람은 7%에 그쳤다.

이러한 약물들이 일반적으로 우울증 치료에 쓰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위 수치는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며, 환자와 의사 사이에서도 약물-우울증의 상관관계에 대한 의식 부재를 야기한다.

벤조디아제핀

불안이나 불면증 또는 발작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기분 조절을 돕는 뇌 신경전달물질의 수치를 변화시켜 우울증 및 기타 정신건강 장애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지난 2017년 총 17개 연구를 검토한 결과, 벤조디아제핀과 자살 위험 증가 사이에 일관적인 연관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원인으로는 충동성 또는 공격성 증가, 금단 증상, 과다 복용으로 인한 독성 등이 꼽혔다. 또 자살 위험은 복용량에 따라 달라졌다.

벤조디아제핀을 복용 중인데 우울증 증상을 경험한다면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 의료진은 복용량을 줄이는 처방을 내리거나 부작용에 우울증 증상이 없는 대체 약물을 처방할 수 있다.

불안이나 불면증 등의 치료도 필요한 상황이라면 비약물치료를 통해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부정적인 생각과 행동의 패턴을 바꾸는 치료다. 그 밖에 명상, 마음 챙김, 유산소 운동 같은 다른 치료법 또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기분을 개선해 불안과 불면증 관리에 효과적이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코르티코스테로이드는 류머티즘 관절염 같은 염증 및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데 쓰이며 약효 또한 뛰어난 편이다.

하지만 기분과 수면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호르몬의 수치를 낮추기 때문에 우울증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고용량으로 복용할 경우 우울증 발병 가능성이 특히 크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대신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를 처방받는 방법도 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는 대개 통증과 열을 완화하기 위해 복용하는데, 우울증 발병 위험 없이 염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나아가 우울증 증상도 개선할 수 있다. 단,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또한 장기간 사용은 금물이다.

혈압약

약 42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검토 결과, 특정 혈압 약물이 우울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관한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일부 혈압 약물이 기분 조절을 다루는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끼친다고 추측한다.

그렇다면 우울증 부작용이 없는 대체 약물로는 무엇이 있을까.

1. 이뇨제: 이뇨제는 체내 과도한 나트륨과 수분을 제거해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2. ACE 억제제: 혈관을 수축하고 혈압을 높이는 호르몬인 안지오텐신을 적게 생성하도록 돕는 약물이다. 연구에 따르면 ACE 억제제는 특히 노인 우울증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알려졌다.

3. 생활습관 변화: 건강한 식단, 운동, 금연은 건강한 혈압 수치를 유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항생제

감염 치료에 필요한 약, 항생제와 관련해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광범위한 항생제 사용은 특히 남성의 불안 및 우울증 위험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연구에서는 특정 항생제가 장내 미생물군집에 미치는 영향 때문일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미국 뉴욕 노스웰의 스태튼 아일랜드 대학병원 정신행동과학 학과장인 티모시 설리반 박사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진행한 대규모 연구를 통해 장내 미생물군집이 기분과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장내 세균총의 변화는 여러 정신 질환과 관련이 있다.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 섭취가 잠재적인 해결책으로 여겨지고는 있으나, 장내 세균총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일관된 접근 방식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설리반 박사는 장내 미생물군집의 건강을 위해서는 식단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까지 우울증 위험을 확실하게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권장 사항은 없다. 다만 지중해식 식단처럼 붉은 고기를 되도록 적게 먹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식단이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위 약물들을 복용해야 하는 상태에서 우려되는 사항이 있으면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