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음료 자주 마시면…우리 몸에서 벌어지는 일

미셸 스탠들리(Michelle Standlee)
2023년 08월 23일 오전 11:12 업데이트: 2024년 02월 3일 오후 10:03

매장의 음료 진열대 앞을 지나가다 보면 ‘에너지!’라고 적힌 굵은 글씨와 번개 모양이 눈에 들어오곤 한다.

음료 제조업체들은 카페인, 아미노산, 허브 추출물과 같은 성분이 든 에너지 드링크를 한 모금만 마셔도 초인적인 집중력과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다고 광고한다. 그러나 캔따개 아래 숨어 있는 위험은 음료가 제공하는 기분 전환 효과보다 더 클 수 있다.

이제 질문을 던져볼 때다. “혹시… 이러한 에너지를 얻는 대가가 음료수 가격보다 비싸다면?”

에너지 드링크의 진화

오늘날 대중화된 에너지 드링크의 기원은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의 에너지 드링크는 1929년 영국에서 탄생했다. ‘루코자데 에너지’라는 이름의 이 음료는 포도당이 주원료로, 독감 등 아픈 환자에게 에너지원을 보충해 주기 위한 목적으로 생산됐다.

1949년 미국에서 출시된 ‘닥터 이너프’는 카페인, 비타민B, 설탕을 혼합해 제조된 탄산음료이자 미국 최초의 에너지 드링크였다.

그러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전 세계에서 오스트리아산 에너지 드링크 레드불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는 대대적인 마케팅과 캠페인의 결과였다. 카페인, 타우린, 비타민B군, 설탕이 주원료인 레드불은 현재 많은 에너지 드링크 브랜드가 따르는 표준 음료 공식을 확립했다.

오늘날 전 세계 에너지 드링크와 스포츠 드링크 시장 규모는 1590억 달러(한화 약 212조7400억 원) 이상이다.

소비자는 성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많은 청소년이 학습 집중력이나 스포츠 경기력 향상을 위해 에너지 드링크를 즐겨 찾는다. 이에 미국의 일부 학교에서는 설탕 및 카페인 함량이 높은 에너지 드링크가 장기적인 집중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에너지 드링크 섭취를 금지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드링크의 이면

연구에 따르면, 에너지 드링크는 집중력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현지 약사인 오마르 엘리와 씨는 에포크타임스에 “에너지 드링크에 함유된 카페인의 양과 질은 잘못된 에너지 공급원”이라고 지적했다. 엘리와 씨는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면) 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양의 카페인을 섭취하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억력에 해로울 수 있고, 세포의 노화나 영양소 고갈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 식욕을 떨어뜨려 신진대사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드링크가 뇌에 미치는 영향

최근 에너지 드링크의 성분 조합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연구 결과들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1. 신경퇴행성 질환과 뇌 노화

2020년 해부학과 세포생물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카페인이 함유된 에너지 드링크는 수컷 쥐의 장기 기억에 필수적인 구조인 해마에 신경퇴행성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드링크가 유발하는 설탕 과다 섭취는 인슐린 저항성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인슐린 저항성은 뇌 세포를 포함한 전반 신체 세포가 포도당을 흡수하는 것을 방해한다. 인슐린 신호전달 장애는 시간이 흐르면서 신경퇴행과 뇌 노화를 가속화할 위험성이 있다.

2021년 국제분자과학저널에 게재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인슐린 저항성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촉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루나 투말라 정신건강의학과 박사는 이에 관해 “대다수 에너지 드링크는 알루미늄으로 포장돼 있다. (그리고) 알루미늄은 알츠하이머병과 연관된 신경 독소”라고 에포크타임스에 설명했다.

2.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DHD)

에너지 및 스포츠 드링크에 흔히 사용되는 합성착색료인 ‘알룰라레드에이시’는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아연과 철분 등 미네랄의 흡수를 방해할 위험이 있다.

또한 일부 연구에 따르면, 인공 식용색소는 어린이의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DHD) 증상을 악화할 수 있다. 지난 2007년 영국에서 실시된 무작위 대조시험 결과 인공 색소 섭취가 어린이의 과잉행동 수준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2년 진행된 메타분석에서는 ADHD 아동의 약 8%가 식용색소 섭취와 관련된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아동들의 식단에서 인공 색소를 제거하면 잠재적인 이점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3. 피로, 불면증, 두통

한 고등학생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학교에서 집중력과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한두 잔의 에너지 드링크를 마셨고, 만성 피로와 두통, 수면 장애 등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에너지 드링크 속 이뇨 작용이 있는 카페인은 소변 배출량을 늘려 탈수를 유발할 수 있다. 우리 몸의 뇌 세포는 주로 물로 구성돼 있어서 적절한 수분 공급은 뇌 기능에 매우 중요하다. 에너지 드링크로 인한 탈수는 피로와 집중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투말라 박사에 따르면, 에너지 드링크의 카페인이 장기적인 불면증도 야기할 수 있다. 카페인은 수면 주기를 방해하는 신경전달물질인 히스타민과 글루타메이트 수치를 높여 각성을 촉진한다.

투말라 박사는 에너지 드링크 섭취를 중단하면 카페인 금단 증상이 나타나 두통도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페인 섭취를 중단하면 혈관이 확장돼 혈류가 증가하고 압력이 높아져 두통을 느끼게 된다.

4. 불안감

에너지 드링크는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 카테콜아민 수치를 높일 수 있다. 이러한 화학물질의 급격한 증가는 심박수와 혈류를 증가시키고, 불안감을 형성한다.

5. 발작

최근 에너지 드링크와 발작 증가 사이 연관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추세다. 얼마 전 영양학술지 뉴트리션 리뷰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에너지 드링크의 카페인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와 도파민의 방출을 촉진한다. 반대로 중추신경계의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에 대한 반응성을 감소시켜 발작 역치(어떤 자극을 통증으로 인식하는 기준점)를 낮춘다. 에너지 드링크의 섭취를 자제하자 발작이 멈췄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에너지 드링크가 신체의 다른 부분에 미치는 영향

이렇듯 에너지 드링크가 전반적인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 세계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폴란드는 최근 타우린과 카페인이 함유된 에너지 드링크의 18세 미만 판매를 금지했다.

1. 당뇨

에너지 드링크의 높은 당분 함량은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 혈당 수치를 높여 당뇨병 전증 또는 제2형 당뇨병으로 이어질 위험을 불러온다.

에너지 드링크의 카페인은 중독성이 강하고, 어린이들은 이에 특히 취약하다.

투말라 박사는 “어린이들은 갑작스러운 과다 당분 섭취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과 제2형 당뇨병에 노출돼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를 냈다.

2. 스트레스

에너지 드링크의 카페인과 기타 자극 성분은 부신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과도하게 분비하도록 자극한다. 이 과정이 반복, 누적되면 부신이 과로해 부신 피로와 스트레스 반응 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3. 심장 문제

투말라 박사는 “에너지 드링크의 높은 카페인 함량은 심장 부정맥 및 급성 심장사와 관련이 있다”고 비판했다. 사례 보고에 따르면, 에너지 드링크의 과도한 섭취가 급성 심부전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대안

에너지 음료를 대신해 줄 건강한 대안이 있다. 예를 들어 탄산수에 과일 주스를 섞으면 항산화 성분이 가득한 상쾌한 음료가 된다. 이러한 음료들은 에너지 드링크의 부작용 위험에서 안전할 뿐 아니라 에너지와 집중력을 지속해서 제공해준다. 히비스커스나 루이보스와 같은 허브 차에도 유익한 항산화제와 피토케미컬이 함유돼 있다.

음료보다 더 좋은 것은 걷기와 같은 신체 활동이다. 신체 활동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에너지 수준을 높이며 뇌 건강을 돕는다.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요즘 현대인에게 특히 중요한 활동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엘리와 씨는에너지 드링크가 비판받아야 하는 점 중 하나는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소비자가 알 수 없게 하는 기만적인 마케팅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는 작은 세부사항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라벨을 확인해야 한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