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샤댐 방류도 거짓말? 관영언론 “29일 올해 첫 방류”…온라인엔 28일 방류 공문 유출

뤄야(駱亞)
2020년 07월 3일 오후 12:59 업데이트: 2020년 07월 3일 오후 3:51

중국 남부지방에서 한달여 폭우가 이어지면서 중국 싼샤댐 방류를 시작한 가운데, 실제 방류시점이 중국 당국 발표보다 하루 앞섰다는 자료가 유출됐다.

지난달 30일 후베이일보는 후베이성 이창(宜昌)시에 있는 싼샤댐이 전날 오전부터 방류를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나온 싼샤댐 방류 소식이었다.

신문은 전날 새벽부터 싼샤댐으로 들어오는 물 유입량이 초당 4만m³로 늘어나 당국이 2개 방류구를 열고 초당 3만4천m³의 물을 내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온라인에 유출된 싼샤댐 방류지시 공문 내용은 이와 달랐다.

중국 수리부(水利部) 명의로 작성된 이 공문에서는 28일 오후 8시부터 싼샤댐 물을 초당 3만1천m³ 방류하고 12시간 뒤인 29일 오전 8시부터는 3만5천m³로 늘리도록 했다.

중국 수리부, 창장(양쯔강) 수리 위원회 명의로 발송된 싼샤댐 방류구 개방 지시 공문 | 화면캡처

눈길이 가는 것은 ‘타이밍’이다. 싼샤댐과 30km로 가까운 이창은 지난 25일부터 연속된 폭우로 도심 곳곳이 물에 잠기며 수십년 만에 가장 심각한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관영매체는 “50년만에 최대” “시간당 170mm 물폭탄” 등 보도를 쏟아냈지만, 시민들은 “폭우만으로 이런 피해가 나겠느냐”며 방류 시기만 살피던 당국이 폭우를 빌미로 싼샤댐 물을 몰래 방류한 것 아니냐며 ’몰래 방류’ 의혹을 제기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28일 댐 방류를 지시한 공문이 유출되면서 ‘몰래’ 방류 의혹이 일정부분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싼샤댐의 방류는 이창시뿐만 아니라 하류지역으로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이창시에서 300km 떨어진 곳에는 중부지방 최대도시인 인구 1100만의 우한(武漢)시가 있다.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발원지인 바로 그 우한이다.

우한은 이미 폭우로 시내 일부지역에서 주택 1층이 물에 잠기는 등 물바다가 됐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 28일 8시부터 29일까지 시간당 최대 148mm의 폭우가 내렸다.

우한 홍수도 원인은 폭우만이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싼샤댐의 물 방류 지시와 우한시의 홍수방지 긴급대응 발령이 시간상 가깝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오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한 침수지역 | 화면 캡처

현지언론에 따르면 우한시 홍수방지본부는 28일 오후 4시 30분께 최고등급인 4등급 긴급대응을 발령했다. 중국 수리부 공문 발송 일시인 28일 오후 4시보다 30분 뒤다.

은밀한 댐 방류 지시 30분 뒤 하류지역 대도시에 발령된 최고등급 홍수경보.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에는 매우 공교롭다.

싼샤댐 방류가 하류 지역 홍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피해를 키웠을 개연성은 높다. 문제는 수리 전문가들의 하류 지방 피해 가능성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상황에서 방류를 강행한 이유다.

후베이일보에 따르면, 이번 방류 조치로 싼샤댐 수위는 147m로 낮아졌다. 그러나 당국이 발표한 최고 수위 175m보다는 아직 한참 여유가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싼샤댐 붕괴 소문이 돌자 “싼샤댐은 100만년만에 한번 닥칠 홍수로 수위 175m, 초당 물 유입량 7만m³ 상황에도 끄떡없다”고 반박했었다.

그런데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초당 물 유입량 4만m³에 방류를 시작하고도 하루 이상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와 관련, 오랫동안 싼샤댐을 감시해온 중국 경제학자 재경냉안(財經冷眼·필명)은 트위터에서 “이번 방류는 당국이 싼샤댐을 보호하려 내린 조치”라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트위터에 업로드된 싼샤댐 방출 영상. 당국은 “발전을 위한 방류”라고 밝혔다. 중국 언론들은 홍수통제를 위한 방류는 지난달 29일 올들어 처음 시작됐다고 밝혔지만, 중국 온라인에는 이와 다른 내용을 담은 공문이 유출됐다.

지난해 구글 어스 사진을 인용해 싼샤댐 변형을 지적했던 그는 에포크타임스에 “초당 방류량 3만5천m³라면 우한의 홍수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고 볼만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재경냉안은 하류 지역 피해에도 당국이 수문을 연 것은 주민이 아니라 싼샤댐 보호를 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언론이 보도한 역대 싼샤댐 수문 개방 기록을 제시하며 “올해 (홍수대비를 위한) 방류구 개방은 여느 때보다 20일가량 빨랐다”며 “장마가 그만큼 빨리 찾아왔다”고 덧붙였다.

재경냉안이 공개한 지난 2008년~2015년 중국 싼샤댐 홍수 통제 방출 기록

그가 제시한 표에서는 지난 2015년을 제외하면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홍수 통제를 위한 싼샤댐 방류구 개방은 7월 20일 이후 이뤄졌다. 또한 같은 기간 방류량은 최대 초당 3만m³ 이하였다.

그런데 올해는 6월 말에 방류구를 열었고, 언론보도가 맞는다면 초당 방류량이 3만4천m³로 치솟은 것이다.

재경냉안은 “싼샤댐 방류량이 초당 4만m³를 넘어서면 우한시가 위험해진다. 5만m³까지 올라가면 대형 재난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과거 기록을 보면 상류지방 폭우 때 싼샤댐 물 유입량은 초당 7만m³까지 올라갔었다. 싼샤댐이 밝힌 초당 최대 방류량은 11만m³다. 올 7~8월에도 지속적인 폭우가 예상된다. 당국이 싼샤댐을 보호하기 위해 방류량을 초당 5만m³ 이상 최고 초당 7만m³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