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윤 교수 “한국사 교과서 좌편향 심각…정통세력·시민이 나서야”

대한민국 발전의 세계사적 의의 ①

김태영
2023년 06월 17일 오전 9:50 업데이트: 2023년 06월 21일 오후 6:16

한국사 교과서, 역사 왜곡 문제 두드러져
건국·자유민주주의·6·25남침 정확히 기술해야
정통세력이 자유민주주의 지킨 건국 과정 새롭게 써야

송재윤 교수는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테네시주립대를 거쳐 지난 2009년부터 캐나다 맥마스터대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총 3부작으로 기획한, 중화인민공화국 설립부터 현재까지의 중국 현대사 70년을 다룬 책 ‘슬픈 중국’의 저자이기도 하다. 1부작 ‘슬픈 중국: 인민민주독재 1948~1964’와 2부작 ‘슬픈 중국: 문화대반란 1964~1976’은 각각 2020년 4월과 2022년 1월 출간됐으며, 3부작 ‘대륙의 자유인들’은 최근 집필을 마치고 출간을 앞두고 있다. 슬픈 중국 1부작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국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송재윤 교수는 지난 6월 15일 한반도선진화재단과 박수영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한 제432회 공동체자유주의 웹 세미나에서 ‘대한민국 발전의 세계사적 의의’를 주제로 발표했다. 총 3개의 발제 중 첫 번째 순서로 송 교수는 우리나라 한국사 교과서의 문제점에 대해 짚었다.

그는 우리나라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대부분이 낡은 ‘수정주의’에 집착하며 지나치게 좌편향돼 있어 역사 왜곡 문제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자칭 진보 세력의 시대착오와 현실 왜곡은 1980년대 후반 한국 지식계를 휩쓸었던 ‘사회구성체 논쟁’에서부터 출발했다. 당시 이 논쟁은 대한민국 체제 전복과 사회주의 혁명을 지향하는 민중민주(PD) 세력들이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 교수는 “반미구국 투쟁을 내세운 민족 해방(NL) 세력은 당시 대한민국이 ‘식민지 반(半)봉건사회’라고 외쳤고, 인민 해방을 표방한 민중민주 세력은 ‘신(新)식민지 국가 독점 자본주의’라고 우겼다. 하지만 이는 마르크스-레닌주의와 김일성주체사상을 꿰맞추며 한국 현실을 왜곡한 좌파 지식인들의 관념 유희였다”며 “그들이 현실을 분석한 기반은 사회과학이 아닌 가상 현실의 ‘이념적 판타지’”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대한민국은 이들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전 세계로 웅비(雄飛)하며 과학기술 혁신에 주력하던 민간 주도의 견실한 자본주의 국가였다. 그런데도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민국 현대사의 핵심 키워드인 ‘건국’ ‘자유민주주의’ ‘(6·25)남침’이 등장하지 않는 것을 보면 구소련 붕괴 후 지성과 양심이 방심하는 사이 ‘어제의 용사들’이 한국의 역사 학계를 점령한 듯하다. 영어권 대학의 거의 모든 교과서에서는 한국의 현대사를 이 세 가지 용어를 강조해서 서술한다. 하지만 정작 한국의 교과서 편찬자들은 이 용어의 사용을 극구 꺼린다”며 “이는 학계의 좌편향이 빚어낸 개념적 혼란”이라고 한탄했다.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된 사실은 지난해 교육부가 공개한 중·고교 역사 교과서 시안에서도 확인됐다. 이에 따르면 오는 2025년부터 배포될 중·고교 교과서에는 6·25전쟁을 기술하면서 ‘북한의 남침’이라는 설명을 뺐다. 또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없앴으며 ‘민주주의’만 사용했다. 해당 시안을 주도한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는 지난 2014년 “유관순은 친일파가 만든 영웅”이라고 했다가 국민적 공분을 산 인물이다. 그와 함께 시안 작성에 참여한 다른 연구진들도 대부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연대 단체인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 교사들로, 이들은 모두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좌성향 인사들이다.

송 교수는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들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의 성립이 ‘건국’이 아닌 ‘정부 수립’일 뿐이라고 강변한다. 일부는 대한민국이 1919년 상해에서 이미 건국됐다는 비역사적 궤변을 펼친다”며 “하지만 상해임시정부는 국민·영토·주권을 확보하지 못한 이국 소재의 망명정부였으며 총선거로 다수 국민의 승인을 얻는 합법적 절차도 거치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그러한 망명정부 수립은 그 자체로 건국이 아니라 건국 주비(籌備·계획하여 준비함)의 제일보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사 교과서에서 건국 이념을 ‘자유’를 뺀 ‘민주주의’라고만 기술한 것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건국 이념은 그냥 ‘민주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다.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이다. 자유주의는 보편적 인권, 국민의 기본권, 시장경제와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민주주의는 국민적 의사의 수렴 과정과 권력 창출의 민주적 절차를 밝힌 제도”라며 “자유 없는 민주주의는 소수를 억압하는 다수 독재, 개인을 말살하는 전체주의로 전락할 수 있다. 그래서 1948년 제헌 국회는 근대 입헌주의 전통에 따라 보편 인권과 국민의 기본권을 헌법에 명기한 것”이라며 양자(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차이를 강조하지 않고선 한국의 건국 과정을 정확하게 서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6·25 전쟁에 대해서는 “6·25전쟁은 스탈린, 마오쩌둥, 김일성의 밀약에 따른 공산 전체주의 세력의 남침, 곧 대남 침략 전쟁이었다”며 “해방 공간으로 그 기원을 소급하는 수정주의 음모설은 구소련의 비밀문서 공개로 벌써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1994년 6월 13일 한국 정부는 구소련의 비밀문서 내용을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한 한국전쟁은 당시 북한의 김일성(金日成)과 소련의 스탈린 사이에서 치밀하게 공모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과도 협의한 사실이 밝혀졌다. 송 교수는 “6·25전쟁 역사에서 침략 주체를 명백히 밝히는 ‘남침’ 사실을 기록하지 않는다면 부작위에 따른 허위 선전이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 밖에도 송 교수는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이 북한의 참혹한 현실은 외면하고 김정은 정권 치하에서 북한 경제가 성장세를 보이고, 민생이 개선됐다는 식의 왜곡된 역사 기술을 하는 것에 관해 “이는 시대착오적 좌파 이념의 미망”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좌파 세력들의 주장은 1980년대 한국전쟁에 관한 수정주의 이론을 제창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의 주장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브루스 커밍스는 당시 한국의 지식계에서 이성을 마비시키는 우상처럼 군림했다. 반미구국 투쟁을 외치던 운동권은 전쟁의 책임을 온전히 미국과 이승만 정권에 전가한 그를 존경하고 추종했다. 이후 구소련의 비밀문서가 공개되면서 수정주의가 무너졌지만 그는 2007년 제1회 김대중 학술상을 받는 영예를 누렸다”며 “커밍스는 한국 좌파의 우상과 같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또한 유엔 16개국이 참전한 한국전쟁이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무의미한 전쟁이었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군사 개입으로 공산화를 피한 덕택에 대한민국이 최첨단 기술의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음을 그는 절대 인정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이 점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북한을 옹호해 온 한국의 좌파 세력과의 이해가 맞닿는 부분”이라고 풀이했다.

이러한 한국사 교과서의 좌편향·역사왜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송 교수는 “대한민국 정통 세력이 편찬한 역사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급변하는 세계에서 대한민국은 놀라운 적응력을 발휘하며 진화해왔지만 한국사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좌파 세력들은 수구의 진지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탓하기 전에 정통 세력의 지적 태만도 돌아봐야 한다”며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한민국 정통 세력이 더 좋은 교과서를 써서 사상의 시장에서 당당히 승리하는 수밖에 없다. 이것만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정도(正道)”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시민들의 참여도 권고했다. 그는 “역사는 역사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공산 전체주의의 침략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대한민국의 건국 과정을 새롭게 써야 한다. 모름지기 현대사는 우리 모두의 자서전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