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윤 교수 “中 선전·선동, 자유국가 위협…인류몽에는 못 당할 것”

대한민국 발전의 세계사적 의의 ②

김태영
2023년 06월 19일 오후 12:07 업데이트: 2023년 06월 21일 오후 6:16

중국 공산당 체제 선전선동, 한국에도 악영향
양안 갈등은 중국몽과 인류몽의 대립
한국과 닮은 대만, 자유국가들이 나서서 수호할 것

송재윤 교수는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테네시주립대를 거쳐 지난 2009년부터 캐나다 맥마스터대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총 3부작으로 기획한 중화인민공화국 설립부터 현재까지의 중국 현대사 70년을 다룬 책 ‘슬픈 중국’의 저자이기도 하다. 1부작 ‘슬픈 중국: 인민민주독재 1948~1964’와 2부작 ‘슬픈 중국: 문화대반란 1964~1976’은 각각 2020년 4월과 2022년 1월 출간됐으며, 3부작 ‘대륙의 자유인들’은 최근 집필을 마치고 출간을 앞두고 있다. 슬픈 중국 1부작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국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송재윤 교수는 지난 6월 15일 한반도선진화재단과 박수영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한 제432회 공동체자유주의 웹 세미나에서 ‘대한민국 발전의 세계사적 의의’를 주제로 발표했다. 총 3개의 발제 중 두 번째 순서로 송 교수는 선전선동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위협하는 중국 공산당과 이에 맞서는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해 다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27일 미국 의회 연설에서 한국 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진 ‘장진호 전투’에 대해 거론했다. 북한의 기습 침략으로 한반도 평화가 위기에 빠지고 자유민주주의가 사라질 뻔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미 해병대 1사단이 이 전투에서 중공군 12만 명의 인해전술을 돌파하는 기적 같은 성과를 거뒀으며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큰 기여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월부터 12월까지 함경남도 장진호 부근에서 벌어진 미군과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중공군) 간의 전투다. 이 전투에서 미군은 영하 30도를 밑도는 혹한 속에서 중공군의 남하를 지연시켰고, 이로 인해 10만 명 이상의 피란민이 흥남을 통해 철수할 수 있었다. 당시 중공군(12만 명)은 미군(3만 명)보다 4배 많은 병력을 투입하고도 미군보다 약 3배 많은 사상자를 내며 참패했다.

과거 ‘치욕의 전사(戰史)가 폭로된 중국 공산당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거세게 반발했다. 그간 장진호 전투의 역사를 왜곡해서 체제 선전용으로 사용해온 것이 이날 윤 대통령의 연설로 인해 거짓으로 들통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선전부는 2억 달러(약 2560억 원)를 투자해 만든 영화 ‘장진호(長津湖)’를 지난 2021년 중국 대륙에 배포했다. 마오쩌둥의 무리한 명령으로 인해 강추위와 굶주림으로 사망한 수많은 중국 군인들이 이 영화에서는 북한을 침략한 미 제국주의에 맞선 열사로 그려졌다.

송 교수는 “영화 ‘장진호(長津湖)’의 이야기는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과 압록강 이북 안둥(安東) 지역 공습에서 시작된다. 한국전쟁을 다룬 178분의 장편 영화임에도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의 대남 침략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으며 한국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다”라며 “역사 배경을 모르는 관객이 이 영화만 보면 6·25전쟁은 남북전쟁이 아니라 미 제국주의의 침략 전쟁이나 미·중 전쟁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중국 당국이 이 영화를 만든 의도는 체제 선전선동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는 6·25전쟁을 중국 청춘들이 ‘미제 침략’에서 조국을 사수한 ‘애국 성전(聖戰)’으로 윤색했다. 미국이 중국의 적국임을 중국인들의 뇌리에 각인하려는 목적”이라며 “이러한 6·25 전쟁에 관한 왜곡된 정보와 그릇된 신화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쳐 국가의 외교 정책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의 자국민을 상대로 한 선전선동이 한국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물론 중국 당국은 공자학원, 일대일로, 사이버 여론 조작 등 범사회적 수법을 통해 국외 자유국가들에도 꾸준히 공산주의 사상을 주입해왔다.

송 교수는 현재 중국 공산주의의 위협을 가장 일선에서 맞서고 있는 나라로 대만을 꼽았다. 그러면서 “대만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발전 궤적을 밟아왔고 본질적 공통점을 갖고 있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과 대만은 모두 일본 제국의 식민 지배를 거쳤고 공산 정권의 위협 속에서 군부 독재를 경험했다. 권위주의 개발 독재 치하에서 급속한 경제 성장을 달성했고 1980년대 후반에는 민주화의 물꼬를 터서 세 번 이상 선거를 통한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뤘다”며 “또 한국과 대만은 군사 전략적 요충지로서 공산주의의 확산을 저지하는 자유진영 최전선에 있으며 반도체 생산기지로서 전 세계 수요량의 82%를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3·1운동 직후 서울에서 수립한 한성 임시정부가 이승만(李承晩·1875~1965)을 집정관 총재로 추대하고 ‘한성정부 약법(約法)’을 반포했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따라 국체(國體)는 민주제로, 정체(政體)는 대의제로, 국시(國是)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고 세계 평화를 증진한다”로 정했다. 대만의 자유민주주의 역시 1911년 쑨원(孫文·1866~1925)의 공화주의 민국(民國) 혁명의 정신을 계승한다”며 우리나라와 대만의 헌정사 바탕에는 자유·민주·공화의 이념이 공통적으로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양안(兩岸) 갈등을 “‘중국몽(中國夢)’과 ‘인류몽(人類夢)’의 충돌”로 해석하며 중국 당국은 결코 그들의 목적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21년 11월 차이잉원 총통은 세계를 향해 대만은 자유와 인권 등 인류의 보편 가치를 수호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라고 선언했다. 이는 과장이 아니다. 대만은 자유, 인권, 법치, 치안, 생활 수준 등 모든 면에서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 개발도상국의 꿈이 됐다”면서 “양안 갈등에서 중국의 중국몽은 대만의 인류몽을 절대 이길 수 없다. 중국 밖의 사람들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인류몽을 지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만은 인류몽을 통해 세계 민주국가들과 이념적 연대를 강화하고 있으며 자유세계 국가들은 대만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