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박스오피스, 중소 배급사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 돌풍

한동훈
2023년 07월 16일 오후 9:17 업데이트: 2023년 07월 16일 오후 9:17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제치고 박스오피스 2위 기염
아동 인신매매, 성노예 등 ‘불편한 진실’ 다룬 실화
국경장벽 찬반, 이민정책 논란 맞물려 사회적 반향

미국 중소 배급사의 영화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제치고 예상 밖 흥행으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미국 내 아동 인신매매의 충격적 실상을 알린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이 그 주인공이다. 이 영화는 중소 배급사인 ‘엔젤 스튜디오’가 배급해 소위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북미 박스오피스 집계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미국 독립기념일인 지난 4일(현지시간) 개봉한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13일까지 열흘간 총 5849만 달러(약 77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개봉 이틀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제작비(1500만 달러)의 몇 배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기준 박스오피스 흥행 성적 순위에서도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할리우드 최대 배급사 디즈니의 야심작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과 비교하면 그 성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운명의 다이얼’은 지난달 30일 개봉해 첫날부터 지금까지 4600개 개봉관을 유지하고 있으나, 보름 남짓한 기간에 1억3335만 달러(약 1697억원) 매출에 그쳤다. 이는 마케팅 비용을 빼고도 2억9500만 달러를 쏟아부은 엄청난 제작비를 고려하면 기대 이하의 저조한 성적이다.

반면,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첫날 개봉관 2634개로 시작, 이후 화제성이 알려지면서 넷째 날 약 220곳을 추가했지만 총 2852개 극장으로 여전히 3천 곳을 넘기지 못했다.

절반 수준의 개봉관에 5분의 1도 안 되는 제작비로 사실상 디즈니와의 경쟁에서 완승한 셈이다. 이는 당초 영화 판권 보유자였지만 영화를 개봉하지 않았던 디즈니에 대한 설욕전이기도 했다.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의 한 장면 | 제공=Angel Studio

영화 판권, 당초 디즈니가 보유….개봉 미뤄 ‘의혹’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사실 2018년 제작이 끝났지만, 세상에 빛을 보게 되기까지는 5년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금의 배급사인 엔젤 스튜디오에 이르기까지, 영화 판권은 할리우드 대형 배급사 2곳을 거쳐 갔다. 하나는 20세기폭스, 다른 하나는 바로 디즈니다.

사연은 이렇다. 당초 영화 판권은 20세기폭스가 갖고 있었다. 하지만 2019년 모회사인 21세기폭스가 디즈니에 인수되면서 모든 권한은 디즈니에 넘어갔다.

그런데 디즈니는 영화를 개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무성한 소문이 돌았다. 좌파 이념에 매몰된 디즈니는 아동 인신매매를 폭로한 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결국 영화 제작자가 직접 해결해야 했다. 영화를 제작한 멕시코의 에두아루도 베라스테기 프로듀서는 디즈니와 1년에 걸친 협상 끝에 판권을 넘겨받았다.

그러나 개봉까지는 갈 길이 멀었다. 선뜻 영화를 배급하겠다는 회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곧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영화 개봉의 희망은 더욱 멀어졌다.

희망이 되살아난 것은 2022년 가을이었다. 영화에 관해 알게 된 엔젤 스튜디오가 배급사를 자처했다. 개봉을 위한 자금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마련했다. 10일 만에 7200명이 참여해 총 500만 달러가 모였다.

디즈니가 이 영화를 개봉하지 않은 경위에 관해서는 의론이 분분하다.

먼저 디즈니는 ‘단순히 몰랐다’는 입장이다. 뉴스위크는 디즈니 대변인에게서 “영화 배급을 위한 (미국-멕시코) 국제 계약이 21세기폭스 인수 전에 이뤄졌으며, (디즈니는) 합병 전 국제 계약의 특성상 영화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엔젤 스튜디오 최고경영자(CEO) 닐 하먼은 지난 5월 ‘워싱턴 이그재미너’와의 인터뷰에서 “디즈니는 ‘이 영화를 개봉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영화 판권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와 관련 뉴스위크는 디즈니 측을 통해 디즈니가 2019년 영화 판권을 취득했고, 영화 제작자와 판권을 두고 쉽지 않은 협상을 벌인 것은 사실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영화 ‘프리덤 오브 사운드’의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짐 카비젤(왼쪽)과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전 국토안보부 특수요원 빌 발라드. 2023.6.21 | 에포크타임스

“영화 속 선한 자, 악한 자 모두 실존인물”

영화 ‘사운드 오프 프리덤’은 국토안보부의 ‘아동 대상 인터넷 범죄 전담팀’ 소속 특수요원인 실존인물 팀 발라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액션 작품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발라드는 아동 포르노를 배포하는 범죄자를 체포하지만, 납치된 아동들이 인신매매 조직에 의해 이미 해외에 팔려나간 것을 알게 된다. 결국 남미의 범죄집단에 잠입, 미국 대사관과 현지 경찰과 협력 끝에 아이들을 구출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후일담도 펼쳐진다. 발라드가 실제로 미국 의회에 출석해 인신매매에 관해 증언했으며, 이를 토대로 미국 의회에서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법이 제정됐다는 이야기다.

영화는 발라드의 활약을 투박하지만 속도감 있게 그린다. 인신매매와 성노예 아이들의 비참한 상황을 그린 장면에 대해선 괴롭고 고통스럽다는 관람소감도 있지만, 참혹한 사건을 끝내자는 의미에서 희망적 메시지를 전한다는 게 중론이다.

로튼 도마토 전문가 평점은 88%, 일반 관객지수는 100%로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고르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주인공 발라드 역할을 맡은 배우 짐 카비젤은 지난달 21일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에 관해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십 년에 걸친 조직적인 소아성애 범죄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 영화는 실화”라며 “모든 등장인물은 실존인물이고 악한 이들도 실존인물”이라고 말했다.

카비젤은 2004년 개봉된 영화 ‘패션 오브 더 크라이스트’에서 예수 그리스도 역할을 맡아 열연한 바 있으며, 개인적으로도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알려져 있다.

이날 방송에는 카비젤이 연기한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전직 국토안보부 특수요원 발라드 본인도 출연했다.

발라드는 “어둡고, 관객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영화일 수 있지만, 실존인물과 실제 사건에 근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선인(善人)들, 악인들, 아이들, 그리고 그들의 현재 상황이 그려진다”며 “아이들도 모두 실존인물들이다. 그중에 성년이 돼 우리의 동료로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구출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발라드는 국토안보부에서 수십 개의 인신매매 조직을 소탕하고 성노예로 팔려나간 수많은 어린이를 구출했으며, 퇴직 후에는 2013년 비영리 자경단 ‘아워(OUR)’를 설립해 수천 명의 범죄자를 체포하고 6천 명 이상의 여성과 아동을 구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워는 세계 각국 경찰·사법당국과 협력해 성노예 아동을 구출하고 생존자의 회복과 재활을 돕고 있다. 주로 에콰도르, 멕시코, 우크라이나 등지의 여성과 어린이가 인신매매 피해를 입기 쉬운 불안정한 지역이나 분쟁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발라드는 “연간 1500억 달러(약 191조원)가 남성, 여성, 어린이를 노예로 삼아 발생하는 수익”이라며 “전 세계 약 2700만 명이 노예 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중 600만 명이 어린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들 중 200만 명이 상업적 성매매 대상으로 특별히 지목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미국은 아동 인신매매 최종 목적지 3위, 아동 강간 영상 소비량 1위이며, 아동 성착취 영상물 생산에서도 1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의 한 장면. | 제공=Angel Studio

중소 배급사 ‘엔젤 스튜디오’, 사명감 갖고 도전

영화 배급사인 ‘엔젤 스튜디오’는 가족이 폭력, 선정성 염려 없이 볼 수 있는 건전하고 깨끗한 콘텐츠 보급을 지향하고 있다. 성경에 기반을 둔 드라마 ‘더 초즌’으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배급사에서 아동 인신매매를 소재로 한 작품을 선택한 것은 사회적 관심을 고조해 문제 해결에서 한 걸음 더 진전하려면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의 개봉이 꼭 필요하다는 신앙인으로서의 사명감 때문이다.

미국 영화업계에서 독립기념일 연휴는 11월 추수감사절과 함께 연중 최고의 흥행 대목으로 꼽힌다. 그만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에는 디즈니의 ‘운명의 다이얼'(6월 30일),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7월12일), 대작은 아니지만 소니 픽처스 산하 스크린 젬스의 인기 시리즈 5탄인 ‘인시디어스: 빨간 문'(7월7일)이 경쟁 중이다.

게다가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미국 사회가 감춰온 병폐인 아동 인신매매, 소아성애를 폭로한 이른바 ‘불편한 진실’을 다룬 영화다.

그러나 배급사는 독립기념일을 택했다. 성노예로 고통받는 피해 아동에게 자유를 되찾아 주려는 영화 제작 동기를 고려해, 미국 독립기념일이라는 상징성을 노려 개봉하겠다는 우직한 선택이었다.

주연 배우 카비젤은 에포크타임스에 “7월 4일은 정말 중요한 날이다. 우리는 독립기념일에 아이들의 자유를 되찾아 줄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관객들의 반응 측면에서 볼 때 적어도 지금까지는 틀리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US border wall construction
미국 텍사스 국경지대에 건설 중인 국경장벽 일부. 2019.12.11 | John Moore/Getty Images

영화를 둘러싼 논쟁, 국경장벽 찬반 논란

미국에서는 발라드의 정치적 입장과 관련해 좌파와 우파 간 논쟁이 뜨겁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관용적 이민정책, 트럼프 전 행정부의 국경장벽과 관련해서다.

발라드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했던 미국-멕시코 간 국경장벽 건설을 강력히 찬성해 왔다. 그는 2019년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서 “성매매 목적으로 어린이를 밀입국시키려는 자들을 막기 위해선 국경장벽 강화와 확장이 효과적”이라고 증언했다.

또한 발라드는 현재 ‘열린 국경’이라는 우파 측 비판을 듣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정책과 멕시코 정부의 허술한 국경단속을 지목해 아동 인신매매와 관련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2년간 8만5천 명 이상의 미성년자가 동반자 없이 미국 남부 국경에 나타났으며, 이들은 신원확인이나 DNA 검사 없이 스폰서들에게 신병이 인도됐다”고 말했다.

이어 “수천 명의 아이들이 쪽지를 들고서 홀로 국경에 나타난다. 쪽지에는 ‘이 번호로 전화를 걸어 달라, 내 후원자(스폰서)에게 데려다 달라’는 글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그 번호로 전화를 걸면 스폰서들이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발라드는 일부 언론도 비판했다. 그는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매체들은 이념적 동기에서 ‘소아성애’라는 용어의 제거를 추진한다. 그 대신 ‘미성년자에게 끌리는 사람(minor attracted persons·MAP)’이라는 용어를 쓰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아성애자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아동을 성적(性的)으로 깨우고, (성행위에) 동의할 권리를 부여하고, 교육에서는 신(God)을 몰아내는 식의 강령을 제창해왔다. 이제 좌파의 워크(woke)도 이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비젤은 이 영화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현상에 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사랑하는 자녀를 지키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그는 “성착취 목적의 아동 인신매매가 얼마나 우리 주변 가까이에서 발생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동시에 그에 대항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라며 “위험신호를 감지할 수 있게 한다. 부모는 아이를 지켜야 한다. 못 본 척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미국 사회에서는 문화적 혁명, 학교의 성(性)교육에 있어서 급진적 좌경화, 인종이론 세뇌,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대기업들의 상술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분노하고 있다”며 “이 시기에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비젤은 “이 영화는 모두가 믿고 있는 미국의 모습을 보여준다”며 “영화를 본 관객 중 많은 사람이 옳은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이 기사는 빌 판, 얀 제키엘렉이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