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배기 아기도 정치범 수용소로”…북한 최악의 시스템 ‘연좌제’

얀 예켈렉(Jan Jekielek)
2023년 08월 9일 오후 5:34 업데이트: 2023년 08월 9일 오후 6:18

현재 북한의 상황이 지난 1990년대 300만 명이 아사한 이른바 ‘고난의 행군’ 대기근 때와 무척이나 비슷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영문 에포크TV ‘미국의 사상 리더들(ATL·American Thought Leaders)’ 프로그램에는 북한의 집권 노동당 당원 출신 탈북민 이현승(미국명 아서 리) 씨가 출연해 최근 북한의 식량 위기, 핵무기 프로그램과 북한의 변화를 위해 필요한 일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1부에 이어 영문 에포크타임스 수석 편집자이자미국의 사상 리더들진행자 얀 예켈렉과 이 씨와의 일문일답. 

-국경을 사이에 둔 북중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중국으로 탈출했다가 강제 송환되는 탈북자들이 있다. 북한 인권 운동가 박연미 씨가 일부 폭로한 성노동 산업도 존재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10만 명 정도다. 이들은 국경 폐쇄로 인해 해외에 체류하게 됐다. 거기에 또 외화벌이 이외의 사악한 목적으로 북한 정권이 육성한 IT 노동자들이 있다.

이런 식으로 분류될 수 있을 텐데, 어찌 됐든 해외로 나갈 수 있는 북한 주민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일부는 해외로 나가며, 중국을 왕래하던 북한 주민들이 중국에 발이 묶이게 된 상황이다. 구체적인 실태를 설명해 줄 수 있다면.

“처음 팬데믹이 있었던 지난 2020년 1월 이후 북한 정권은 의도적으로 국경을 폐쇄했다. 국경을 폐쇄한 데에는 어떤 이익이 있었다. 당연히 주민들의 이익은 아니고, 김정은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었다.”

“과거 중국과의 교류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은 부수적인 이익을 얻었다. 북한 정권이 이익의 대부분을 빼앗아가기는 했지만,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수입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국경이 전면 폐쇄됐고 이른바 ‘노예 노동’을 통해 김정은만 해외로부터 돈을 벌기 시작했다. 공식적으로는 북한 정권이 해외에 파견한 인력들인데, 중국에서 10만 명이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이 폐쇄된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비자가 만료됐고 이들은 전부 불법 노동자로 전락했다. 2017년 UN 안보리 결의안에 의거, 회원국들은 모든 북한 노동자를 북한으로 돌려보내야 했다. 노동자들이 해외에서 번 돈이 전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쓰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안보리 이사국인데도 결의안을 따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국경을 폐쇄하면 중국이 인력을 돌려보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북한은 인력을 중국에 남겨두기로 했다. 노동자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매년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외에 강제로 체류하게 된 노동자들은 ‘돌아가고 싶다. 몇 년 동안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고 열악한 근로 조건에서 하루 12~14시간씩 일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북한 정권이 모든 돈을 가져가고 있어 노동자들 수중에 남는 것도 없다. 북한 정권은 귀국하면 그간 번 돈을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아무도 임금을 받지 못했다. 중국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은 좌절했다. 그들은 망명을 원하고 있다.”

“IT 노동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IT 노동자들은 높은 수준의 훈련을 받은 숙련된 인력들이다. 암호화폐나 은행을 해킹해 매년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아울러 여러 기업의 웹사이트를 만들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등 아웃소싱 업무도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전해 들은 바로는 고객사는 대부분 미국 기업으로 전해졌다. 미국 기업들은 자신들이 고용한 IT 노동자들이 북한 출신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IT 노동자들은 가짜 신분증이나 유령 회사를 통해 신분을 속이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은 어떤가.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있게 된 사람들이 있다. 암암리에 이뤄지는 인신매매 산업과 관련된 성 노동자들도 있다.

“나는 성 노동자 출신 탈북자들이 있는 줄은 몰랐다. 정보가 차단돼 있기도 하고 내가 북한에 있을 당시 그런 정보는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망명하고 나서야 북한의 성 노동자 실태를 비로소 알게 됐다. 탈북자 출신인 박연미 씨가 겪었던 일들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안타깝게도 그런 일을 겪은 건 박 씨만이 아닐 것이다. 수천 명이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

“기근 이후 많은 북한 주민이 탈북해 중국에 정착했다. 물론 이들은 신분증이 없고, 중국에서 신원을 등록할 수 없다. 이들은 불법으로 생활하고 있다. 대부분이 성 노동자 내지는 성 노예로 팔려갔다. 일부는 중국인과 결혼해 가정을 꾸려 살고 있다. 몇 달 전부터 중국 당국은 그런 사람들을 수색하기 시작, 체포해서 북한으로 되돌려 보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심지어 몇몇 중국 공안은 이 과정에서 뇌물까지 챙긴다. 뇌물을 받은 중국 공안들은 명단을 만들어 뒀다가 2~3개월 후에 다시 체포한다. 탈북자와 가정을 꾸린 가족들은 좌절하고 있다. 집집마다 2~3명의 자녀가 있다. 엄마들이 북한으로 송환되면 앞으로 그 아이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중국과 북한은 자국민들에게 그런 짓을 하고 있는 거다.”

“중국 내 탈북민들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탈북한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에서 공관원으로 일하다가 탈북 과정에서 붙잡힌 사람들이다.”

-기존에 중국에 있었던 사람들인데 중국을 탈출하려다 당국에 붙잡혔다는 말인가.

“맞다. 최근 많은 북한 노동자가 북한 정권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그러다 탈출을 시도하고, 거의 대부분이 탈출에 성공한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들을 체포·심문·구금한 뒤, 국경이 재개방되면 북한으로 돌려보내려고 준비하고 있다.”

-그들은 남한으로 탈출하는가.

“대부분 남한으로 가고 싶어 한다.”

“전체주의, 권위주의 사회는 공통적인 특징을 보인다. 주민들이 서로를 감시하게 하고, 서로를 신고하게 만든다는 특징이다. 정권은 그로 인해 이익을 얻고 주민들을 처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웃이 내 가족을 감시하는 상황에서 가족이 정권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단 한 마디라도 내뱉으면 이웃은 그 내용을 노동당에 전달한다. 그로 인해 온 가족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갈 수 있다.”

에포크TV

-당사자뿐만 아니라 3대가 같이 끌려간다고 들었다.

“맞다. 이는 북한에서 가장 악명 높은 시스템이다. ‘연좌제’다. 모든 세대가 같이 처벌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할아버지가 반역죄를 저지르면 아들과 손자도 수용소로 끌려가 그곳에서 살아야 한다. 내가 듣기로는 수용소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평생을 수용소에서 살아야 한다.”

“실제 지난 2010년, 내 이웃인 어느 가족이 전원 정치범 수용소로 압송됐다. 중국 베이징 주재 대사 가족이었다. 김정은의 이복형제와 고작 몇 차례 만났다는 이유로 자녀에 손자까지 온 가족이 정치범 수용소에 가게 됐다고 들었다. 그중에는 겨우 두 살배기 아기도 있었다. 두 살배기 아기도 수용소로 보내진 거다. 그 가족 중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다섯 살 된 여자아이가 유일하다. 주재 대사의 딸이 낳은 아이였는데, 외손녀다 보니 사위의 성씨를 쓰고 있어 그 아이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 외에는 모든 가족이 수용소로 보내졌다. 이는 북한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다.”

“정치범 수용소에 갇힌 인원은 2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중 90%가 엘리트 계급 출신이다. 국가에 충성한 엘리트들로, 대부분 정치적 희생양이다.”

-그렇다면 북한 경제는 어떤 식으로 돌아가고 있는가.

“경제는 이미 파탄 났다. 주민들은 장마당을 통해 자체적으로 생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고위층의 경우에는 해외 노동자들의 임금과 금 밀수 등으로 재원을 조달한다. 그런 걸 경제라고 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일반 노동자나 IT 노동자 외에 다른 수입원이 있는 건가.

“팬데믹 이전에는 북한 무역의 약 90% 가 중국을 통해 이뤄졌다. 북한은 천연자원을 중국에 수출하고 공산품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김정은은 중국을 싫어해서 중국 시장보다는 러시아 시장을 활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사람들은 김정은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당시 러시아와는 거래할 게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 정권은 북한 정권을 지지한다. 매년 원유를 공급하고 북한 정권이 생존을 위해 밀수 등을 하도록 용인한다. 중국은 북한 정권의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 사업적 측면에서도 북한 정권과의 거래가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중국은 북한에 있는 천연자원을 값싸게 사들여 큰 차익을 낸다.”

-이곳 미국에 있으면서 북한 사람들, 그리고 본인 스스로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가.

“현재 나는 정부 기관들의 대북 정책 자문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 같은 활동을 하게 된 데에는 정책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북한에 대한 정확한 견해를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는 사실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시각과 많은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다른 나라들이)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미국의 국제 정책이 북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를 바란다.”

-미국에 있어 올바른 정책이란 무엇인가.

“사회 체제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이다. 지금까지 미국과 국제사회는 민주화와 인권 개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체제와 지도자다. 우리는 체제 변화를 이야기하기 두려워한다. 하지만 우리는 체제 내부의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어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 더 많은 진실과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 그들의 삶을 바꾸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결정할 수 있도록 지지해야 한다. 지금 북한 내부의 사람들은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전부 정권에 의해 결정된다. 국민의 목소리는 없고 정권의 목소리만 존재한다. 나는 29년 동안 북한에서 살았으며 중국도 경험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전체주의, 독재, 권위주의 체제는 완전히 다른 체제이자 이념이라는 사실이다.”

-중국공산당의 ‘종합국력’ 정책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중국은 윈-윈 관계를 믿지 않는다. ‘내가 이기고 상대방은 진다’는 것만이 있을 뿐이며, 자신들이 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의 정책이 그렇다. ‘상대가 져야 내가 이길 수 있다’고 한다.”

-미국 사람들은 미국이 다른 나라에 개입하는 것을 걱정한다. 지금껏 실패한 정책들을 지적하며 ‘실제로는 그 지역 사람들을 돕기보다는 미국의 이익만 추구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일부 동의한다. 자국의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자국민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전 세계에 산재된 몇 가지 문제들, 특히 한반도 문제는 미국의 국가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반도 문제는 1950년대 이후 해결되지 않은 해묵은 문제다. 나는 미국의 개입이 없다면 희망도 없다고 본다. 직접적인 개입을 말하는 게 아니다.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북한 사람들에게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말이다.

“나는 북한, 중국, 남한, 미국 총 네 나라에서 살았다. 많은 사람이 미국을 비판한다. 정치적 분열 등을 이유로 미국 사회를 믿지 못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사회의 핵심 가치는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다. 이는 내가 겪어본 체제 가운데 최고의 체제라고 단언할 수 있으며, 미국이 결국은 북한 사회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앞서 일론 머스크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인터뷰했다. 일론 머스크 또한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수십억 달러를 들여 전범국인 독일과 일본의 재건을 선의로 도왔다는 얘기였다. 이는 미국 사회가 많은 결점을 안고 있음에도 ‘어째서 미국이 좋은 나라인지’에 관한 흥미로운 답변이었다. 공산주의 중국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미국도 마찬가지 아니냐며 되묻곤 한다.

“미국 같은 사회에서 중국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가에 대해 내가 지켜본 바로는, 미국은 중국과는 여러 차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만약 북한에서 지도자를 비판하면 그 말 한마디로 인해 나와 내 가족이 파멸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체제 내에 보호장치가 있다.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 사람들은 서로 신뢰할 수 있다고 여긴다. 중국은 북한과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지도자의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 곧바로 사회에서 배제되고 당국으로부터 온갖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체제의 기반이 다르고 처벌 시스템도 크게 다르다. 미국은 절대 북한과 중국의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 사람을 궁극적으로 해방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다.”

-인상적인 대담이었다. 감사하다.

*황효정 기자가 이 영상기사의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