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중국인 유학생 반도체·국방 분야 수강 금지 검토

한동훈
2023년 06월 16일 오후 1:16 업데이트: 2023년 06월 16일 오후 5:56

반도체 생산설비 강국 네덜란드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대열에 합류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중국인 유학생의 반도체·국방 분야 대학 수업 참여 차단을 추진 중이다.

공산주의 중국은 기존 세계 질서에 도전하며 패권 국가로 올라서기 위해 서방의 선진 과학기술 확보에 전력을 쏟고 있다.

네덜란드를 비롯한 서방 각국은 개방적이고 자율적인 체제, 일부 사회 구성원들의 도덕적 해이, 내부의 인종차별 비판 등으로 중국의 침투를 막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네덜란드 정부가 자국 대학에 반도체, 국방 등 ‘민감한 과학기술’ 분야를 수학하러 오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심사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제도는 해당 분야 수강을 시도하는 모든 외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중국인 유학생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인 유학생 중에는 중국의 집권당인 공산당을 중국이라는 국가 자체로 착각하며, 중국 공산당의 산업 스파이 행위를 돕거나 직접 수행하는 것을 애국으로 여기는 경우도 많다.

중국 공산당이 차세대 산업 핵심이자 경쟁력의 척도인 반도체 분야에서 발돋움을 시도하는 가운데, 미국은 동맹국과 연대해 공동 전선을 펴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반도체 제품·기술·생산설비 수출 통제 전선에는 일본과 네덜란드가 참여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이번 조치는 이러한 통제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평가된다.

네덜란드 교육부 대변인은 외국인 유학생에 의한 과학기술 연구 실적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를 마련 중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교육부 대변인은 이러한 검토가 중국인 유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며 유럽연합(EU) 회원국 이외의 국가 출신의 모든 유학생에게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중국 공산당에 충성을 맹세했거나 정부의 유학 지원 프로그램 수혜 과정에서 충성을 맹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현지 중국대사관 담당 직원이 유학생들을 관리하고, 이들로부터 정기적으로 보고를 받기도 한다.

네덜란드는 특히 이러한 중국인 유학생을 선별적으로 집중 심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문제 전문가 리닝은 “중국 공산당의 정보기관은 중국 학생들과 상시 접촉한다. 심지어 어떤 학생, 연구원은 정보기관 요원으로 유학을 떠난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현지 중국대사관에 정기적으로 보고하거나 방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리닝은 네덜란드 정부가 중국인 유학생들이 ‘민감한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 하지만, 중국은 다양한 수단을 가지고 있으며 오랜 기간 이를 정교화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인 유학생 외에도 해당 대학, 연구소 측의 이익 추구, 연구소 지도층 인사와 정부 측과의 갈등, 연구기관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불만 혹은 복수심 등 중국 공산당 정보요원들은 어떠한 틈이라도 파고들기 위해 관찰하고 정보를 수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불가능한 일”이라며 “중국 측 인사 혹은 중국 측 인사에게 포섭된 현지 대리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막는 것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중국이 각종 우호협력, 교류 등을 통해 해당 기관의 누군가와 만나거나 영향력을 발휘할 현지 인사를 포섭할 수 있기에 그런 명분으로 만날 기회를 틀어막는 게 중요하다”며 “중국이 각국 대학에 설치한 공자학원, 학술교류 등도 이런 통로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연방하원의 중국 문제 특별위원회는 미 육군과 협약을 맺고 극초음속 무기 핵심 소재를 연구하는 뉴욕 알프레드대학이 중국 국방기술 개발을 맡은 우한의 한 대학과 제휴관계를 체결 중인 것에 관련해 경고하고 대응 조치 착수를 밝힌 바 있다.

해당 대학은 또한 미 국무부의 퇴출 권고에도 중국 공자학원을 계속 유지 중인 것으로 드러나 중국의 영향력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지난 2020년 자국 대학과 학술교류협정을 체결한 7개 중국 대학이 중국 공산당 및 인민해방군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시즈오카대 인문사회과학부의 양하이잉 교수는 “중국은 숨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교묘하게 명분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며 “예를 들어 일본의 과학기술자들에게 공동연구를 제안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중국 네이멍구 출신으로 일본에 귀화한 문화인류학 및 역사학자인 양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종종 정부의 연구지원금이 부족한 기초연구 분야의 학자들에게 지원을 제안하며 동시에 중국인 유학생을 받아들일 것을 넌지시 요구한다.

혹은 이공계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도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인재들을 전문적으로 찾아다니며 도움을 약속하기도 한다. 양 교수는 중국이 이렇게 훔친 과학기술을 ‘중국 자체 개발’로 포장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