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해군제독, 해군기지 장병-中 유학생 결혼 급증에 경고

한동훈
2024년 05월 1일 오전 10:53 업데이트: 2024년 05월 1일 오전 10:53

안보 전문가 “전형적인 스파이 활동 형태”

유럽을 상대로 한 중국의 스파이 활동이 급증하고 있다는 경고가 프랑스 의회에서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9일(현지 시각) 프랑스 의회에서 열린 비공개 청문회에서는 최근 프랑스 서부 항만도시인 브레스트의 프랑스 해군기지를 겨냥한 중국의 스파이 활동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한 의원은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인 유학생과 해군기지 근무 장병 사이에 결혼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며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냐”고 질의했다.

청문회에 참석한 프랑스 해군의 모리오 드 릴 부제독이 해당 질의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답했는지는 보도되지 않았다.

다만, 신문은 드 릴 부제독이 2019년부터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의회에 경고해 왔다면서 전현직 정보기관 관리들을 인용해 “최근 유럽에서 중국의 전형적인 스파이 활동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브르타뉴 반도 서쪽 끝에 있는 항만도시인 브레스트는 툴롱과 함께 프랑스 최대 군항이며, 핵잠수함 기지가 건설돼 있다.

중국은 잠수함 전력 분야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기술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서해에서 중국 핵잠수함 093-417호가 산소 시스템 오작동으로 승무원 55명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전해지는 등 비상시 공기를 유지하는 기술 등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FT는 이번 프랑스 해군기지 장병-중국인 유학생 간 결혼 증가에 관해 한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이 유럽을 상대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유럽 내 친중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장기적인 ‘씨뿌리기’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유럽 각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중-러 관계를 단순히 경제적 협력체가 아니라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은 스파이 침투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국가안전(안보)부의 천이신 부장은 지난 29일 중국 공산당 당교(당 간부 교육기관) 신문인 ‘학습시보’에 기고한 글에서 “강력한 공세를 조직하고 특별간첩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안전부는 비밀경찰 조직으로 중국 공산당 정권의 정치 보안과 방첩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해외에서 광범위하게 스파이 활동을 펼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정보와 기술을 훔치는 일도 담당한다.

서방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 국가안전부는 중국 주요 지역에 거점을 두고, 거점마다 다른 지역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상하이 지부는 대미 스파이 작전, 저장성 지부는 대유럽 스파이 작전에 집중하는 식이다.

중국 국가안전부 등 스파이 기관의 유럽 내 활동은 우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전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다가 전향한 다니엘 우는 중국 공산당의 홍콩 민주주의 탄압, 신장 위구르족 박해 등 여러 이슈와 관련해, 중국 국가안전부가 유럽 내 논의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중국의 스파이 활동이 광범위한 중국 민간 정보요원들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의회 정보·안보위원회는 중국 공산당의 정보기관에 관해 “수십 만 명의 민간 정보원을 보유해 세계 최대 규모”라며 “영국 기관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미 연방수사국(FBI)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도 지난 1월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50대 1 비율로 해커를 배치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