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길, 24절기] 작지만 가득 찬 소만(小滿), 여름의 문턱을 넘다

연유선
2024년 05월 19일 오후 5:00 업데이트: 2024년 05월 19일 오후 5:10

24절기 중 여덟 번째 절기 ‘소만(小滿)’입니다. 소만이란 농작물이 자라서 약간의 곡식이 여무는 때란 뜻입니다.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작지만(小) 가득 찬다(滿)는 의미가 있죠.

조선 헌종 때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가사집인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는 “4월이라 맹하(孟夏, 초여름) 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라고 했습니다.

‘소만’부터 여름 느낌이 나기 시작하며 식물이 성장합니다.

소만 무렵 농촌에서는 모내기 준비를 합니다. 이른 모내기, 가을보리 먼저 베기, 김매기 등 일거리가 줄을 이어 농민들로선 허리 한번 펼 시간이 없을 만큼 바빠지는 시기입니다.

소만이 되면 보리가 익어가며 산에서는 부엉이가 울어댑니다.

모든 산야가 푸른데 유독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한 대나무도 볼 수 있습니다. 새롭게 나오는 죽순에 영양분을 공급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가을이 온 듯 누렇게 변한 대나무를 보고 옛사람들은 ‘죽추(竹秋)’라고 불렀습니다.

옛날에는 소만 무렵 ‘보릿고개’란 말이 있을 정도로 양식이 떨어져 힘겹게 연명하던 때입니다. 쌀은 떨어져 가고 보리가 익으려면 기다려야 하죠. 그나마 산과 들에는 온갖 생물들이 자라나 잎과 줄기, 뿌리와 껍질을 먹으며 허기를 채웠다고 합니다. 이른바 초근목피(草根木皮)의 시절입니다.

입하와 소만 무렵에 행했던 풍속으로는 봉선화 물들이기가 있습니다. 원래 이 풍속은 오행설에 붉은색[赤]이 사귀(邪鬼)를 물리친다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이 외에 풋보리를 몰래 베어 그슬려 밤이슬을 맞힌 다음 먹으면 병이 없어진다고 여겼으며, 풋참밀 이삭을 잘라 껍질을 벗긴 다음 알맹이를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어 먹기도 했죠.

또한, 이때는 기후의 변화가 극심해서 비가 내린 뒤 감기에 주의했다고 하는데요. ‘바람이 몹시 차고 쌀쌀하다’는 뜻으로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죽는다”라는 속담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