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때문에 우리가”…BLM과 안티파, 집안 싸움 끝에 결별

윤건우
2020년 12월 4일 오후 6:18 업데이트: 2020년 12월 4일 오후 6:44

미국 국민들의 눈에는 안티파(Antifa)나 BLM이나 매한가지다.

공공기물을 파손하고 방화하며 고함을 지르고 역사적 기념물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급진좌파 안티파(AntiFa)나 ‘흑인 생명이 소중하다’(BLM) 조직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최근 두 단체가 서로 각자의 명예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비난 공세를 주고받으며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서북부 오리건주 포틀랜드는 이번 폭력 시위에서 가장 심하게 파괴된 도시 중 하나다. 지난 25일 현지 공영방송에 따르면 포틀랜드의 BLM 조직은 “‘백인 위주’인 안티파 무정부주의자들 때문에 자신들의 명성이 위협받고 있다”며 안티파와 갈라질 것을 선언했다.

방송은 “인종적 평등 쟁취가 목적인 BLM 조직과 ‘기득권 반대’를 표방하는 안티파와의 불협화음이 몇 달째 지속되고 있다”며 “BLM은 자신들의 ‘평화적’인 항의가 항상 안티파의 야간폭력으로 얼룩지면서 불만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흑인 생명이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가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열렸다. 2020.7.29 | ALISHA JUCEVIC/AFP via Getty Images·연합

BLM은 안티파를 ‘폭력’ 때문에, 안티파는 BLM을 ‘성차별’과 ‘여성 멸시’ 때문에 비난한다.

시민들의 눈에 이러한 비난은 그저 누워서 침 뱉기로 보인다는 반응이다. 트위터 등 SNS에는 이용자들이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왜 민주당이랑 BLM을 따로 보나? BLM이나 안티파나 다 민주당의 무장 폭력단체.”

“BLM은 안티파가 지원하는 사회 분란 단체다. ‘노동이 자유를 가져온다’(나치 수용소 슬로건)와 나치를 따로 볼 수 있겠나?”

“그래, 그들도 각자의 혁명이 있겠지. 좋아, 이렇게 하자. BLM 너희는 월요일에 (시위) 가고, 안티파 너희는 화요일에 가. 중도파는 수요일에 가면 되겠네.”

지난 5월 말 미네소타주의 흑인 남성 플로이드가 사망한 후 이 두 단체가 전국적으로 항의의 물결을 일으켰다. 포틀랜드에서는 대선 직전까지 밤마다 온 도시가 BLM과 안티파의 폭력 시위에 시달렸고, 공원 안의 링컨 조각상은 뒤집혔다.

트럼프는 “이들은 바이든의 바보이며 안티파의 극단주의자들이다. 지금 당장 FBI에게 그들을 잡아들이라 할 것”이라는 트위터를 작성하기도 했다.

BLM과 안티파의 결별 조짐은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두 조직은 한 가족처럼 어울리며 거리에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표하는 사람들을 둘러싸고 쫓아가며 괴롭혔다.

대선 후 바이든은 자신의 승리를 선언했다. BLM은 트럼프를 퇴진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고 보고 바이든에게 보답을 요구하느라 바쁘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안티파 쪽에선 이들 무정부주의자들이 내부적으로 다음 타깃을 민주당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단체는 같은 이데올로기, 같은 돈줄, 같은 행동 패턴을 지녔지만 걸친 옷만 다르다. 지금의 갈라짐은 기껏해야 형제간의 다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