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연례 인권보고서 발표…中 초국가적 탄압 지적

에바 푸
2024년 04월 24일 오후 1:23 업데이트: 2024년 04월 24일 오후 3:34

미 국무부가 연례 인권보고서를 공개하며 중국의 ‘초국가적 탄압’과 그 위험성에 대해 거듭 경고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지난 22일(현지 시각) ‘2023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표하며 “이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자국 국경을 넘어 해외로 탄압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이어 중국공산당을 겨냥해 “특히 중국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은 반인도적 범죄의 희생양”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협박, 스토킹, 폭행, 납치 등 온갖 수법을 동원해 해외에 거주하는 자국민을 억압하는 중국의 초국가적 탄압에 주목했다. 중국을 탈출한 반체제 인사, 학자, 종교 집단, 소수민족 등이 그 표적이 될 수 있다.

초국가적 탄압은 2022년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중국 정부가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비밀경찰서를 운영하며 중국 출신 해외 거주 인사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한 뒤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 4월 미 법무부는 뉴욕 한복판에서 중국 비밀경찰서를 운영한 혐의로 남성 두 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파룬궁 수련자들을 겨냥한 시위대를 조직하고,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협박하거나 스토킹한 혐의 등을 받았다.

그해 5월에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거주하는 중국계 미국 시민권자 량리탕이 체포됐다. 그는 중국공산당의 지시에 따라 미국에서 활동하는 반체제 인사들의 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당국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화교 커뮤니티에 침투한 위장 조직들이 초국가적 탄압을 주도하거나 이에 가담한 사례도 다수 밝혀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 Ciro De Luca/Reuters/연합뉴스

중국학생학자연합회(CSSA)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조직은 표면적으로 중국인 유학생과 학자들의 친목을 위한 단체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국 당국이 세계 각국에 있는 중국인 유학생들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보고서는 “CSSA가 중국인 유학생들을 감시하고, 중국 정권에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는 이들을 억압하는 역할을 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인 유학생들은 ‘당의 이익을 위해서만 활동하며, 이에 반하는 활동에는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비밀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와 동시에 중국 당국은 자국 내에서 반간첩법 개정안을 시행해 모든 시민이 방첩 활동에 참여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이런 이유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은 본국으로 돌아가기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지난해 징역 8년형을 선고받은 남성 저우더융의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파룬궁 수련자이자 미국인 두 자녀를 둔 아버지다.

중국 내 파룬궁 수련자들은 당국의 표적이 돼 체포, 구금, 강제 노동, 강제 장기적출 등의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