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구진 “잇몸 질환,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 높여”

에이미 데니
2023년 07월 27일 오후 11:04 업데이트: 2024년 02월 3일 오후 10:05

최근 잇몸 질환과 알츠하이머병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들이 의학계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피가 나고 염증이 생긴 잇몸 사이로 유해 박테리아가 침투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30세 이상 미국인의 절반이 치주질환을 앓고 있으며, 65세 이상에서는 치주질환 환자의 비율이 70%까지 치솟는다고 발표했다. 이는 수많은 미국인이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위험인자를 갖고 있음을 뜻한다.

유해 박테리아로 지목된 것은 만성 치주염의 원인인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P. gingivalis)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박테리아가 혈류를 타고 뇌로 이동해 신경 염증 및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진지발리스균은 치주질환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인체 면역체계 교란, 세포 노화와 변이 단백질 생성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뇌 구조 안정에 도움이 되는 타우 단백질을 서로 응집시켜 알츠하이머병 발병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의 미생물학자이자 치과의사인 인가 올슨 박사는 “진지발리스균이 유발하는 신경 염증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발병 원인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슨 박사는 치주질환과 알츠하이머병의 연관성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미국, 호주, 뉴질랜드, 노르웨이, 폴란드 등 국제 연구진이 참여한 선행연구를 검토했다.

픽사베이

지난 2019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실린 해당 연구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진지발리스균이 검출됐으며, 환자의 뇌척수액에서 진지발리스균으로부터 추출한 DNA가 발견됐다.

동물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진지발리스균이 생쥐의 입에서 뇌로 퍼지며 신경 세포를 손상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생쥐에게 진지발리스균을 억제하는 약물을 주입하자 뇌 손상이 줄어들었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진지발리스균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진지발리스균을 억제, 무력화하면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일부 전문가들은 진지발리스균의 위험성이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치매 예방 및 치료를 위한 랜싯 국제 위원회는 정기적으로 알츠하이머병 관련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데, 최신 보고서에는 진지발리스균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지 않았다.

치과의사 마크 버헨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보고서에서 치주질환을 (알츠하이머병의) 위험 요인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저에게 충격이었다”며 “치주질환을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에포크타임스는 위원회 측에 위험 요인 중 치주질환이 누락된 이유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위원회 측은 “치주질환과 알츠하이머병의 연관성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다음 보고서에서 관련 정보를 다룰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픽사베이

버헨 박사는 미국 치과의료보험의 맹점도 지적했다. 구강건강 관리는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영향을 줄 만큼 중요하지만, 치과의료보험의 보장 범위가 너무 좁다는 것이다.

버헨 박사는 “치주질환이 건강에 미치는 총체적인 위험성을 인지하고 구강건강 관리에 힘써야 한다”며 “현행 치과의료보험은 응급 상황에만 적용되며 치아 세척 등 기본 관리 비용은 보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평소 구강건강을 잘 관리하면 치주질환은 물론, 알츠하이머병까지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후 양치질, 치실 사용 등의 생활습관은 구강건강을 유지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버헨 박사는 소독제나 항균제가 함유된 구강 청결제는 구강 내 유익균까지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남용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또 유익균을 손상시킬 수 있는 글리포세이트, 유화제, 유전자변형식품 등을 피해야 하며 입으로 숨 쉬는 습관은 구강 건조를 유발해 세균 침투의 위험성을 높이므로 고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번역 및 정리에 김연진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