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첨단무기보다 사람이 더 중요…軍 처우개선·기강 확립해야”

전인범 전 육군 특전사령관

이윤정
2023년 06월 18일 오후 6:55 업데이트: 2023년 06월 20일 오후 3:37

기본 무기 보급·실질적 훈련부터
나라 지킨다는 자부심·소명의식 갖도록

전인범 전 육군 특전사령관은 1981년 육군사관학교 37기로 임관해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차장 및 전략기획부 전작권 전환추진단장, 제27 보병사단장,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참모차장,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을 지냈다.

특히 1983년 아웅산 폭탄 테러사건 당시 이기백 합참의장을 구해낸 부관 출신으로도 유명하다. 2016 7, 육군 중장으로 예편 후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 미 육군 협회 한국지부와 미 공군협회 미그 앨리(MIG Alley)지부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미국 아시아정책연구소(NBR)와 스웨덴 안보 및 개발 정책 연구소(ISDP)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대한민국 국군 발전과 한미관계 증진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여전히 “장비 보급, 실질적 훈련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전 전 사령관을 6월 14일 에포크타임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최근 병사 월급 200만 원대 인상과 관련해 군 초급간부 문제가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초급 간부들의 각종 수당이나 근무 여건이 열악하고 불합리한 건 사실입니다. 옛날보다는 나아졌지만, 1인용 비오큐(BOQ·독신장교 숙소)에 2~3명이 들어가기도 하고 초과 근무 후 오히려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지만 복무 여건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닙니다.”

“병사 월급을 200만 원으로 인상하는 것을 초급 간부들의 사기 저하나 지원율 하락의 큰 원인으로 보는 건 논점이 잘못됐습니다. 전투기, 탱크, 첨단무기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군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병사 월급 200만 원도 결코 많은 액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라와 국민을 지킨다는 소명 의식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어야 전투력도 향상됩니다. 우리나라 군사력이 세계 6위라는데 탱크 몇 대, 비행기 몇 대로 순위를 매길 뿐이지 실제로 비행기를 조종하고 탱크를 타는 사람들이 자부심을 갖고 나라를 지키겠다는 마음이 있는지에 대한 척도는 없잖아요? 옛날에는 때려서라도 강제로 그런 마음을 갖도록 했어요. 지금은 각자 자부심을 느끼고 소명 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자부심·소명 의식을 갖게 하려면 우선 대우도 좋아야 하고, 공평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대우도 부실하고, 공평하지도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초급 간부에 걸맞은 대우를 해 줘야 합니다. 병사 월급 인상으로 초급 간부와의 임금이 역전될 거란 우려는 간부들의 각종 수당을 정상화·현실화하면 됩니다. 하지만 처우 개선보다 더 중요한 건 지위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제대로 보장해 주는 것입니다. 군 질서가 무너지고 기강이 해이해져서 병사들이 통제가 안 되는데 상급자들이 책임지기는커녕 부하에게 스트레스 주고 병사들은 불평불만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무너진 군 기강을 바로잡고 올바른 리더십을 확립해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군대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급선무입니다.”

“여기다 우리나라는 병역특례, 대체복무 등으로 군대 안 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축구 잘해도 안 가고 공부 잘해도 빠집니다. 이건 공평하지 않습니다.”

-요즘 징집률이 90%대라고 하던데요.

“어쨌든 10%는 안 가잖아요. 그 10% 중 절반 정도가 또 이런저런 이유로 빠져나갑니다. 월드컵 나가서 국위 선양하고, 방탄소년단(BTS) 효과가 크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산업 특례로 복무하면 인재풀이 확보된다는 것도 이해는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느끼는 건 소외감, 위화감입니다.”

“병(兵)으로 들어와도 마찬가지인데, 고학력자는 행정병으로 빠지고, 나머지는 전투, 쉽게 말해 막노동하는 군인으로 갑니다. 이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체력 측정해서 체력 좋은 사람들은 전투로 가서 돈 더 받고, 체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행정부대로 가되 돈을 덜 받고 복무를 좀 길게 한다든지 이렇게 균형을 맞추면 안 됩니까?”

국기게양식 주관하는 전인범 장군 | 전인범 장군 제공

-병사 월급 인상에다 초급간부 처우도 개선하려면 예산이 많이 필요할 텐데요.

“그간 군 예산은 북핵 대응을 위해 첨단 무기에 집중됐습니다. 군의 척추 역할을 하는 초급 간부 사기가 무너지면 1000억 원짜리 스텔스기도, 1조 원짜리 이지스함도 제대로 작동될 수 없어요. 대한민국 국가 예산에서 국방비는 10%도 안 되고 국방비 가운데 훈련 예산은 1% 미만 수준입니다. 군 복무기간이 18개월밖에 안 되기 때문에 강력한 예비군 풀을 유지해야 하는데 예비군 예산도 전체 국방 예산의 0.5%가 안 돼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수준인데 그나마 예비군 예산을 늘린다면 예비군 동원되는 사람들 차비, 점심값 올려주는 정도예요. 무기가 있고 훈련해야 나라를 지킬 거 아닙니까. 참 답답합니다.”

-예전부터 국군의 보병 장비 부실과 훈련 부족을 걱정하셨는데 나아지고 있나요?

“전혀 나아지고 있지 않습니다. 나라를 지키려면 총도 많이 쏴 봐야 하고 탱크 기동, 포 사격을 실제로 해봐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18개월밖에 근무를 안 하기 때문인데 매년 한 부대 병사의 절반이 바뀝니다. 그러니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그나마 유지라도 하려면 훈련을 많이 해야 하는데 사격 훈련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어요. 훈련탄 예산도 부족하고, 어떤 부대는 민원 때문에 10년간 야간 사격 훈련을 안 했다고 합니다. 연합연습 같은 대규모 연습도 중요하지만, 헬리콥터에서 미사일 쏘는 연습 같은 전술적 차원의 훈련도 필요하거든요.”

“그리고 군인이 보급받는 무기를 좋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기도 소위 ‘브랜드’가 있어요. 실전 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것으로 확정받은 무기들이 있는데 우리 같은 ‘밀덕(밀리터리 덕후)’들은 잘 알죠. 예를 들면 야간 투시경도 겉보기엔 똑같은데 미군에서 쓰는 건 증폭기가 2만 시간인데 우리 것은 1만 시간밖에 안 된다거나, 시야의 선명도나 무게 같은 디테일에서 차이가 납니다. 이걸 실제 전투에서 써야 하는 군인 입장에선 죽고 사는 문제입니다.

-예산을 아끼려는 건가요?

“최저 입찰제, 즉 국가에서 입찰한 것 중 최저가를 선택하는 규정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무기에 대해선 예외를 둬야지 볼펜 사는 것과 총 사는 걸 똑같은 규정을 적용하면 되겠어요? 볼펜도 싸구려 두 개보다 좋은 거 하나 사주는 게 낫죠.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무기를 제공해 주면 좋겠어요.”

-저출산으로 인한 병력 감소 문제도 심각합니다.

“여성 가운데 군 희망자는 체력만 되면 군인 할 수 있게 하면 됩니다. 군에서 여성이 할 일도 많습니다. 컴퓨터 업무나 조종사 같은 일은 여성들이 잘해요. 앞으로 이런 인식이 보편화되면 하나의 변곡점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여성이 군인이 되려면 장교나 부사관이 되는 길밖에 없는데 병사 월급이 200만 원이 되면 여성들의 복무 의향도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대안은 없을까요?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군대 규모를 줄이거나 복무 개월 수를 다시 늘리는 방법도 있겠죠. 다만 군대 규모나 복무 기간이 적절한지 잘 따져봐야 합니다. 요즘 무기도 과학화되고 복잡해져서 숙달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는데 18개월이라는 근무 기간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것이죠. 모병제를 하면 과연 군에 올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의외로 군인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봉급 인상, 처우 개선보다 더 중요한 건 국민들이 군인을 보는 시선입니다. 군인들을 비하하고 흠잡는 이런 시각을 개선해야 합니다. 물론 군인들이 먼저 똑바로 처신하고, 국민을 섬기는 군으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2015년 군 고위간부 교육하는 전인범 장군 | 전인범 장군 제공

-최근 약 3개월간 일본 정책연구대학원 대학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하셨는데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한일관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시점에서 특히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관계 등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는 부분들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이 생각보다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을 많이 느끼고 있더군요. 그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일본 입장에서 아주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보였습니다. 이런 걸 알아야 우리도 보조를 맞춰 대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요. 일본을 더 이해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한미일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지금 특히 한미일 군사 안보 관계는 꼭 필요합니다. 대한민국이나 일본이 미사일로부터 위협을 받으면 공동 대응으로 막아내야 합니다.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해적에 대한 공동 활동 등으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우리가 좀 더 안전하게 지내기 위해 이런 것들이 계속 필요합니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요?

“우리가 과거 일본의 잘못이나 그러한 일들이 왜 일어났는지를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그런 것들은 우리가 분명하게 확립한 상태에서 미래를 위한 협의를 지속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도 욱일기를 게양한 일본 해군 함정이 부산항에 입항해서 부산 시민들이 분노하고 항의한 일이 있었죠. 일본 측에서도 이런 게 얼마나 한국 사람들한테 가슴 아픈 일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할 일도 많은데 이런 게 하나의 ‘딜-브레이커(Deal break·협상결렬요인)’가 돼선 안 되고, 또 몇몇 한국인이나 일본인의 망언 때문에 두 나라의 관계가 단절돼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 미래 세대를 위해 이런 문제의 경중을 따져서 잘해야 합니다.”

-최근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면서까지 우주발사체를 발사했습니다. 정찰위성이라고 주장하지만,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도 있어 국제사회가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중·러의 방해로 유엔 안보리 결의가 계속 무산되고 있는데 대안이 없을까요? 

“사실 뾰족한 대안은 없어요. 북한은 그러한 실험을 통해서 지속해서 능력을 고도화할 겁니다. 고도화 자체도 걱정이지만 고도화 이후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의문입니다. 북한은 미국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는 유일한 나라예요. 북한에 핵무기가 없을 때는 미국이 그냥 웃고 넘어갔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에서 이런 소릴 하니 미국 내에서도 선제공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을 역대급으로 시행했습니다. 그 함의는 무엇인가요?

“북한이 작년부터 미사일을 계속 쏘고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우리 국민들이 굉장히 불안해하지 않습니까? 이런 훈련을 통해 군 능력을 시연하면서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진행한 화력격멸훈련도 매우 중요하고 의미가 있지만, 1년에 한 번 시범 보일 게 아니라 모든 부대가 평소 주기적인 훈련을 통해 언제든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합니다.”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은 있다고 보시나요?

“이미 핵무기를 가진 북한이 무기 개발 목적으로 실험할 필요는 없겠지만,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실험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현재까지 안 하는 걸로 봐서는 하나의 카드로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 박재현/에포크타임스

-최근 한국인 64%가 독자적 핵무기 개발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장군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저도 강하게 공감하고 있습니다.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독자적 핵무기를 원한다는 건 그만큼 불안하니까 핵을 최고의 방어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겠죠. 다만 한미 동맹을 훼손하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면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 억제를 확실히 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 국민들도 안심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북한이 ‘핵을 쓰면 내가 죽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요즘 미국에서도 북한이 만약 핵무기를 쓴다면 그건 북한 정권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전과 달리 이런 강한 표현을 쓰는 건 아주 고무적인 일입니다. 미국의 전술 핵무기를 다시 우리나라에 배치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항공모함 도입을 두고도 찬반양론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대 해전에선 다양한 작전 수행을 위해 항공모함이 있어야 합니다. 그동안 대한민국 해군의 역할이 한반도 주변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굳이 항공모함이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대양해군으로 동남아까지 가고 반(反) 해적 활동 등을 하게 된다면 항공모함이 필요합니다. 한 척의 항공모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작전, 작전 준비, 정비를 위해 최소한 3척이 있어야 하기에 동·남·서해 합치면 9척이 필요한 셈이죠. 그런데 문제는 지금 해군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우선 해군 장병 숫자부터 늘려 놓고 항공모함에 대해 논의하는 게 순서라고 봅니다.”

-윤석열 정부의 국방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현 정부의 국방 안보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 주요 관심사인 ‘실질적인 기초와 기본’에서는 아직 못 미친다고 봅니다. 구호성, 보여주기식 행사보다는 실질적인 훈련, 각계 전투원의 장비 보급, 봉급 인상, 처우 개선, 사기 문제 같은 것들이 더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우리 사회 전체가 먼저 건강해져야 합니다. 군 애로 사항을 국방부에서 다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국방부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국방부가 잘할 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과 지지, 질타를 동시에 보내줘야 합니다.”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우리나라는 우리가 지켜야 합니다. 미국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힘을 길러야 미국에도 당당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주국방 확립을 강조하니까 그럼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건 아주 위험한 생각입니다. 북한이 우리를 공격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주한미군 철수이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는 현재도 계속 발전하고 성숙해 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 수준은 많이 향상됐지만, 아직 우리 사회의 정체성을 찾는 단계입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확립되고 단단한 나라가 될 때까지는 미군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미국은 우리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우방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