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서 ‘공산주의 정권의 영화검열 차단 법안’ 가결

한동훈
2023년 07월 20일 오후 1:01 업데이트: 2023년 07월 20일 오후 2:07

미국 연방하원이 2024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을 가결했다. 이 법안에는 할리우드가 중국 공산당(중공)의 검열에 굴복하는 것을 막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산주의 정권의 편집 관여를 막는 법안(SCREEN Act)’은 공화당 소속 마크 그린 의원의 지난 3월 발의로 국방수권법안에 포함됐다. 미국의 영화 제작자와 중국 기업이 공동 제작하는 영화에 연방정부가 편의를 제공하거나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그린 의원은 당시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은 전체주의적 검열을 할리우드에 확장하고 미국 영화 산업에 정치적 아젠다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 목적은 정권이 벌이는 비인도적인 범죄를 폭로하는 모든 목소리를 봉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은 정부의 지원을 받는 미국 영화 제작자에게 중공의 요구에 따라 영화를 편집하거나 시나리오를 수정한 일이 있다면 이를 보고하도록 했다. 과거 전력까지 모두 샅샅이 조사해, 해당 영화 제작사가 중공에 얼마나 협조했는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다만, 법안을 포함한 국방수권법안이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을 통과할지는 확실치 않다. 이번 국방수권법안에는 미군 병사들이 낙태 목적으로 의료관광을 할 경우 관련 의료비 지원을 차단하는 법안도 담겨 있는데, 민주당 의원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어서다.

중공은 세계 최대 규모인 자국 영화시장을 무기로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내용이 있을 경우, 할리우드에 검열을 요구해 왔으며, 할리우드도 이를 수용하며 밀월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정권 시기,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을 비롯해 스파이 침투 등 외교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할리우드 영화 산업에 대한 중공의 영향력 확대도 갈수록 쟁점이 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군은 할리우드와 상호호혜적 관계를 맺어왔다. 미군은 군사기지, 군용기, 군함 내부 촬영을 허용했고 할리우드는 종종 미군의 막강한 군사력을 보여주는 영화를 통해 이에 화답했다.

그러나 중공은 할리우드를 상대로 더 많은 요구를 하기 시작했고, 이를 거부하면 불이익을 가했다. 이로 인해 할리우드를 비롯해 미국의 방송, 연예 분야에서는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늘었다.

홍콩 디즈니플러스는 2021년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서 1989년 톈안먼 사건을 다룬 에피소드를 삭제했고, 2022년 중국의 강제 노동 수용소를 언급한 에피소드를 삭제했다.

앞서 2013년 영화 ‘월드워Z’에서는 좀비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발생했다는 설정이 러시아에서 발생한 것으로 변경됐다.이에 미 국방부는 지난 6월 미디어 제작 관련 문서를 갱신하면서 중공의 요구에 따라 영상을 편집하는 영화 스튜디오와는 협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방부가 업데이트한 ‘영화사와의 협력 규정’에 따르면, 국방부는 ‘자국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콘텐츠를 검열하는 중국 정부와 중국 공산당, 혹은 그 지배하에 있는 조직의 요구에 따라 영화를 편집한 제작자(사)’에 대한 지원을 금지했다.

그린 의원은 “미국인이 낸 세금이 중국 공산당의 요구에 굴복하는 영화 제작사에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앤드루 쏜브룩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