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부 “中 검열에 굴복하는 영화 제작사 지원 중단”

프랭크 팡
2023년 07월 4일 오후 5:44 업데이트: 2023년 07월 4일 오후 5:44

미국 국방부가 중국 공산당의 요구에 따라 영상을 편집하는 영화 제작자와는 협력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업데이트한 ‘영화사와의 협력 규정’에서, 미 국방부는 자국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콘텐츠를 검열하는 중국 정부와 중국 공산당, 혹은 그 지배하에 있는 조직의 요구에 따라 영화를 편집한 제작자(사)에 대한 지원을 금지했다.

에포크타임스가 입수한 이 문건에서는 또한 중국 정부·공산당의 요구에 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있을 경우에도 해당 영화제작사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도록 했다. 이는 국방부 지원을 받아 영화를 제작한 후 편집하는 경우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따라서 미 국방부의 지원을 원하는 영화 제작자는 중국 측이 영화 수정을 하지 못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번 규정 업데이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서명한 ‘2023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따른 조치로 장편영화, 시리즈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전자게임 등을 포함한다.

액션이나 전쟁물 제작 시, 국방부의 지원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할리우드는 지난 수십 년간 미군과 상호 호혜 관계를 유지하면서 군사기지나 비행기, 함선 내 촬영을 허용받아왔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 영화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고, 시진핑 정권이 문화 분야로 통제를 강화하면서 할리우드 역시 중국 공산당의 검열을 받아들이고 있다.

언론자유를 표방하는 미국의 비영리단체(NPO)인 ‘펜아메리카’는 2020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할리우드 연출자들이 중국 정부의 뜻을 반영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바꾸는 등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가장 유명한 사례는 작년 세계적 흥행을 거둔 영화 ‘탑건: 매버릭’이었다. 2019년 공개된 이 영화 예고편에서 주인공인 매버릭 미첼 대위(톰 크루즈 분)의 항공점퍼 뒷면에는 1편에 있었던 대만과 일본 국기가 지워져 논란이 됐다.

제작사인 파라마운트 픽쳐스는 이에 관해 해명하지 않았지만, 다수 언론과 영화팬들은 ‘탑건: 매버릭’이 중국 배급사인 텐센트 픽쳐스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추측했다. 비난 여론이 일자 텐센트는 이 영화에 대한 투자를 포기했고, 2022년 개봉한 영화에서는 대만 국기와 일본 국기가 부활했다.

2021년 홍콩 디즈니플러스는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심슨 가족’에서 중국 톈안먼(천안문) 사태를 다룬 에피소드를 삭제했다. 이 에피소드는 심슨 가족 시즌16이 12화 ‘베이비 인 차이나’로 2005년 첫 방영된 바 있다.

작년 개봉한 ‘미니언즈2’ 역시 중국 정부의 사전 검열로 결말이 달라졌다. 범죄자가 정부의 손아귀를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결말과 함께 추가적으로 악당을 꿈꿨던 등장인물이 세 자녀의 아빠가 되면서 끝난다. 작년 5월 중국 정부가 도입한 ‘세 자녀’ 정책을 반영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2022년 5월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레스터스퀘어에서 열린 영화 ‘탑건: 매버릭’ 프리미어 행사에 참석한 톰 크루즈. | Eamonn M. McCormack/Getty Images for Paramount Pictures

미 하원 중진의원, 국방부 조치에 “의미 있는 진전”

중국의 검열, 더 나아가 미국을 상대로 한 문화 침투를 차단하기로 한 국방부의 결정에 연방하원 국토안보위원회 마크 그린(공화당) 위원장은 국방부의 결정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린 위원장은 성명에서 “미국 영화 제작은 표현의 자유와 미국의 가치관에 기초해야 한다. 중국 공산당의 선전에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국방부의 새로운 규제는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중국 공산당의 침투 공작을 막기 위해서는 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린 위원장은 앞서 3월 할리우드가 중국 공산당의 검열에 굴복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공산주의 정권에 의한 편집 간섭 저지법(SCREEN Act)’을 도입했다.

이 법안은 미국 영화 제작사와 중국 기업이 공동 제작하는 영화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을 금지하고, 제작사 측이 의무적으로 ‘중국 공산당의 요청에 따라 검열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린 위원장은 법안 성명에서 “중국 공산당은 미국을 상대로 언론의 자유를 검열하려는 손길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영화산업이 중국 공산당의 선전도구로 전락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링크).

미 국방부와 그린 위원장은 모두 중국 공산당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미국을 상대로 침투 공작을 벌이는 주체를 공산주의 정권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중국과 중국 공산당을 구별하는 것은 최근 미국 정부관리나 의회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한편, 국방부는 에포크타임스에 업데이트된 규정은 “6월 28일 발표 직후부터 유효하다”고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