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리 전문가 “당국, 베이징 지키려 주변 도시에 방류”

차이나뉴스팀
2023년 08월 7일 오후 1:40 업데이트: 2023년 08월 7일 오후 1:40

베이징과 허베이성 일부 지역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베이징 인근 도시가 침수된 가운데 베이징을 구하기 위해 주변 도시를 물바다로 만들었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베이징이 침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허베이성 일대 저수지를 방류해 주변 지역의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태풍 독수리가 7월 29일부터 베이징, 톈진, 허베이에 70시간 넘게 장대비를 쏟아부었다. 베이징 기상국은 140년 이래 최대 강우량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지난 1일 베이징 북동쪽의 창핑(昌平)구와 동쪽의 핑구(平谷)구의 8개 저수지를 동시에 방류했다. 이 조치로 허베이성 바오딩(保定)시 등 3~4곳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특히 피해가 심했던 곳은 인구 72만 명의 줘저우시(涿州市)로, 146개 마을이 침수되고 20만 명이 넘는 주민이 고립됐다.

이 사태를 놓고 중국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한 것은 당국이 베이징을 보호하기 위해 저수지 물을 방류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줘우시 응급관리국 직원은 중국 언론에 상류(베이징)의 방류로 줘저우의 수위가 급격히 상승했다고 시인했다.

지난 3일 폭우가 내린 베이징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침수된 거리를 청소하고 있다. | Jade Gao/AFP via Getty Images/연합

정치적 필요에 의한 홍수 통제

독일에 거주하는 중국계 수리전문가 왕웨이뤄(王維洛) 박사는 2일 에포크 타임스에 “이번 허베이성에서 발생한 홍수는 베이징보다 더 심각하다”며 “줘저우의 홍수는 베이징의 팡산(房山), 멘터우거우(門頭溝), 그리고 융딩허(永定河)의 물이 갑자기 들이닥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왕 박사는 “베이징이 홍수 피해를 분산하기 위해 물을 방류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조치의 주요 목적은 슝안(雄安)신구가 있는 하류에 대한 압력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슝안은 중국 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이 계획한 새로운 정치 중심지이다.

사진은 지난 2일 폭우가 내린 후 침수된 허베이성 바오딩시 줘저우의 한 마을 모습. | Jade Gao/AFP via Getty Images/연합

왕 박사는 베이징과 슝안 사이의 줘저우와 인근 지역이 사실상 해자(垓字·빗물을 저장하기 위해 성 주위에 파놓은 못) 역할을 했다고 했다.

SNS 영상에서 줘저우 지역의 마을, 그리고 광대한 농경지가 물에 잠겨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줘저우 지역 관리들은 한 달 안에는 홍수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왕 박사는 당국의 치수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의 홍수 방지 설계는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중앙 정부가 위치한 베이징이나 톈진의 주요 도시 지역, 새로 건설되는 슝안 신구를 홍수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지난 3일 중국 베이징 남쪽 허베이성 줘저우시 인근에서 한 주민이 가슴 깊이의 물속을 걷고 있다. | Kevin Frayer/Getty Images

‘스펀지 시티’ 프로젝트가 베이징 침수의 근본 원인

이번 수도 베이징에 심각한 홍수가 발생하면서 도시의 배수 시스템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됐다.

왕 박사는 “수재는 흔히 두 가지 재앙을 동시에 몰고 온다”며 “하나는 홍수 재해이고, 다른 하나는 침수 재해이다. 침수 재해는 도시의 배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다. 이번 베이징의 홍수는 이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다”고 했다.

시진핑은 첫 번째 임기인 2013년 12월 ‘중앙도시화 공작회의’에서 도시 강우량의 70%를 현지에서 흡수·활용할 수 있도록 ‘스펀지 시티’를 건설할 것을 강조했다.

‘스펀지 시티’는 비가 오면 스펀지처럼 빗물을 흡수·저장했다가 재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도시를 말한다. 즉 빗물을 흡수하도록 녹지를 늘리고, 물을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빠지게 설계해  환경 변화와 자연 재해에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조성한 도시이다.

지난 3일 중국 허베이성 줘저우의 주택가가 침수된 모습. | Kevin Frayer/Getty Images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베이징시는 ‘시가지 스펀지 프로젝트’를 추진해 관련 시설 5237개를 2021년 말 완공했다.

왕 박사는 시진핑이 강수량의 70%를 저장해 자원으로 활용한다고 한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집중 호우 시 강우량의 70%를 저장해 둔다는 것은 엔지니어링 차원에서 불가능하고 비용도 너무 많이 든다. 런던, 도쿄, 시카고, 뮌헨, 쾰른처럼 배수 시설을 통해 물을 지하 저장시설로 끌어들인 다음 다시 내보내야 한다. 그런데 그러지 않고 70%를 남겨 두는 바람에 도시가 물에 잠긴 것이다.”

잘못된 스펀지 시티 건설로 피해를 키운 사례는 2년 전에 이미 발생했다.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시는 ‘스펀지 시티’ 시범 도시로 선정돼 2016년부터 500억 위안(약 9조 900억원)을 투입해 관련 시설을 건설했다. 하지만 2021년 정저우시에 폭우가 내리자 도시가 곧바로 침수되면서 심각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2021년 7월 23일 집중 호우로 침수된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모습. | Aly Song/File Photo/Reuters/연합

왕 박사는 중국공산당이 수력공학과 하천관리에 대한 총체적인 안목이 부족하다며 이번 사태도 “천재가 아닌 인재”라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