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곡 ‘나찰해시’ 신드롬, 중국인들의 깊은 불만 반영” 전문가 분석

알렉스 우
2023년 08월 18일 오후 10:56 업데이트: 2023년 08월 19일 오전 9:54

중국에서 활동하는 중견 가수 다오랑의 신곡 ‘나찰해시(羅剎海市)’가 발매 20일 만에 조회 수 100억 회를 돌파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야말로 나찰해시 신드롬이다.

전문가들은 이 이례적인 현상에 대해 “노래 가사에 담긴 사회 풍자적 메시지가 중국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비유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해 중국 당국의 검열을 교묘하게 통과한 것으로 추측된다. 일각에서는 “현재 불거진 중국 내부의 사회·경제적 문제에서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래를) 금지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 소셜 미디어에서는 나찰해시의 가사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이 공유되고 있으며, 더불어 가수 다오랑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고전소설, 민요와 팝 음악의 조화

‘나찰해시’라는 노래 제목은 청나라 소설가 포송령(蒲松齡)의 대표작 요재지이(聊齋志異)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단편 모음집 요재지이에는 동명의 단편 소설 나찰해시가 수록돼 있다. 이 소설은 주인공 마기가 폭풍에 휩쓸려 나찰국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기이한 일들을 경험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소설 속 나찰국에서는 외모가 못나고 성격이 사나울수록 사회적으로 높은 대접을 받는다. 이에 외모가 출중했던 마기는 나찰국에서 요괴 취급을 당한다. 마기는 얼굴에 석탄을 칠하고 온몸에 더러운 분장을 하고 나서야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마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짓 분장’에 지쳐버렸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존중받을 수 있는 바닷속 왕국 해시(海市)로 향한다. 그곳에서 마기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행복을 찾고, 해신의 딸과 결혼해 가정을 꾸린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몇 년 뒤 마기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다. ‘해시(海市)’라는 단어는 중국어로 ‘신기루’를 뜻하기도 한다.

가수 다오랑은 소설 나찰해시의 줄거리, 등장인물 등 설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유적인 표현과 암시를 담은 가사를 추가해 노래를 완성했다. 이를 통해 중국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풍자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노래의 독특한 멜로디도 인기 비결이다. 중국의 전통 민요를 기반으로 팝, 록, 재즈의 요소가 더해져 매력적인 노래가 탄생했다.

다오랑은 “이번 앨범은 중국의 고전소설과 전통 민요를 결합해 제작했다”며 “대중음악과 전통 민속 문화가 공존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우기 위한 시도였다”고 말했다.

고전소설 ‘나찰해시’를 표현한 그림 | Public domain

사회 비판

다오랑의 노래 나찰해시는 현재 중국에서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며, 소셜 미디어에서는 나찰해시의 가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공유되고 있다.

그중에서 많이 거론된 해석 중 하나는 바로 중국 음악 산업에 대한 비판이다.

현재 국가 선전기관의 후원을 받는 4명의 가수가 중국 음악계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 ‘거물 4인방’은 왕펑, 양쿤, 나잉, 가오샤오쑹이다.

다오랑은 노래 가사에서 나찰국을 호령하는 짐승들을 묘사했는데, 이는 거물 4인방의 행태를 풍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 나아가 중국공산당에 휘둘리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를 비판한다는 해석도 있다.

사실 이런 풍자와 비판은 다오랑의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04년 다오랑은 위구르 음악과 중앙아시아 음악을 팝 음악에 접목한 앨범 ‘2002년 첫눈’으로 데뷔했다. 당시 이 앨범은 27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려 신기록을 세웠고, 다오랑은 그 인기에 힘입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러나 왕펑, 양쿤, 나잉, 가오샤오쑹 등 거물 4인방은 “다오랑의 앨범은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수준”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결국 이들의 비난을 견디지 못한 다오랑은 음악계에서 자취를 감춘 바 있다.

또한 다오랑의 나찰해시가 음악계를 넘어 중국의 부패한 현실을 꼬집는다는 해석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에포크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진 얀은 “다오랑은 고전소설을 재해석해 중국 사회의 민낯을 풍자함으로써 수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며 “그는 노래를 통해 거짓, 악(惡)을 비판하고 진실, 선(善), 전통,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오랑의 나찰해시를 들은 한 누리꾼은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흑과 백이 뒤바뀌고 추한 것이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나찰국’이 어디인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반응

익명의 중국 지식인 리 씨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찰해시 신드롬은 중국 정권에 대한 중국인들의 깊은 불만이 집중적으로 표출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중국에서 수많은 사건사고와 재난이 발생하고 있는데, 중국공산당은 이를 은폐하려고만 한다. 정권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이 노래가 중국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작가 우 주오라이는 “누군가 (이 노래를) 정치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린다면, 중국 정권이 이 노래를 검열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 관영매체 CCTV와 베이징뉴스는 이례적으로 나찰해시 신드롬을 집중 조명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이에 대해 우 주오라이는 “중국공산당은 최근 불거진 정치 스캔들, 경기 불황, 사건사고, 기타 사회문제 등으로부터 대중의 시선을 돌리려고 애쓰고 있다”며 “오히려 나찰해시의 인기를 기회로 삼아, 정권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