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 속 강황, 의약품 못지 않은 소화불량 치료제

제시 장(Jessie Zhang)
2023년 09월 19일 오후 6:42 업데이트: 2024년 02월 2일 오전 9:25

“소화불량에 꼭 약을 사 먹어야 할까?

값싸고 맛있기까지 한 소화불량 치료제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카레에 많이 들어있는 강황이 소화제 약물만큼이나 소화불량 치료 및 일상적으로 흔히 겪는 복부팽만감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강황, 소화제 약물과 동등한 효과 보여

카레 등에 넣는 향신료로 잘 알려진 강황은 여러해살이풀이자 뿌리 식물이다.

이런 강황에는 강력한 항산화, 항염증 및 항균 작용이 있다고 알려진 커큐민이라는 천연 활성 화합물이 들어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예로부터 소화불량 치료에 강황을 사용해 왔으나 이를 일반약품과 비교하는 등의 구체적인 과학 연구는 없었다.

이번 ‘영국의학저널 증거기반의학’에 연구 결과를 발표한 연구팀은 강황과 소화불량 치료제인 오메프라졸의 약효를 직접 비교했다.

오메프라졸은 소화불량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수소이온 펌프 억제제(PPI)’다. 문제는 PPI를 장기간 복용하면 골절, 영양 결핍, 감염 등의 위험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태국 출라롱콘대 연구진은 복통, 복부팽만감, 메스꺼움 등 소화불량 증상이 있는 18~70세 성인 206명을 대상으로 강황과 오메프라졸의 약효를 비교하는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환자들은 강황(커큐민)만 복용하는 그룹, 오메프라졸만 복용하는 그룹, 강황과 오메프라졸 병용 그룹 총 세 가지 치료 그룹 중 하나에 무작위로 배정됐다. 치료 28일 후와 56일 후 각각 증상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천연 약제인 커큐민이 안전하고 내약성이 우수하며 오메프라졸과 동일한 수준의 증상 개선이 나타났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번 무작위 대조 시험은 기능성 소화불량증 치료에 대한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증거를 제공한다”면서 “임상에서 커큐민 적용을 고려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픽사베이

커큐민 흡수 극대화를 위한 팁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위장 불편과 염증을 치료하는 데 강황을 사용해 왔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같은 질환에 대한 항염증 및 항산화 보충제로 강황 복용을 처방한다.

그렇다면 강황을 어떻게 복용하면 더욱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커큐민의 효능은 후추, 지방과 함께 섭취할 때 더욱더 향상된다.

간은 우리가 섭취한 강황을 이물질로 제거하려고 시도하지만 후추는 이 과정을 억제해 커큐민의 흡수율을 증가시킨다. 또 지방은 커큐민으로 하여금 림프계를 통해 혈류로 직접 들어가 간의 해독 과정을 우회하도록 돕는다. 실제 인도에서는 강황을 지방, 후추와 함께 요리하는 방식이 보편화돼 있다.

세계적인 임상영양학 전문가인 마이클 그레거 박사는 “좋아하는 수프나 스튜에 강황을 후추와 함께 첨가하는 방법이 있다”고 권했다.

바나나, 캐슈넛에 강황을 첨가해 강황 스무디를 만들어 마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연구의 한계

다만 이번 연구에는 몇 가지 한계점이 존재했다. 연구 규모가 작고 개입 기간이 짧았다는 점에서다.

이에 연구진은 장기 모니터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캡슐의 위험성과 장점 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더 큰 규모의 장기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혈액 희석제 등의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이라면 강황 섭취 시 알레르기나 출혈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강황을 사용하기 전 의료진과 상담할 것을 권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