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주의 침투 맞설 묘안은 ? “방어적 민주주의 기제 확립”

[대만 대선과 한국 총선] ④이지용 계명대 교수

뉴스본부
2024년 01월 11일 오후 3:55 업데이트: 2024년 01월 20일 오후 10:40

에포크타임스는 에포크미디어코리아 중국전략연구소와 더불어 중국공산당의 대만 선거 개입과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주제로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해 한국의 대(對)중국공산당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네 번째 순서는 이지용 계명대 인문국제학대학 교수이다.


이지용 교수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이지용은 계명대 인문국제학대학 교수이다. 건국대 정치외교학과를 거쳐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를 지냈고 현재 중국전략연구소 부소장을 맡고 있다. 비판적 시각에서 중국을 연구하는 소장 학자로서 중국공산당이 전개하는 새로운 전쟁인 ‘초한전’ 전문가이다. 저서로 ‘중국의 초한전: 새로운 전쟁의 도래’가 있다.

◇한국과 대만의 연결성
“다수 한국인은 대만 문제를 한국과 멀리 떨어진 ‘별개 사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부연하자면 대만 사례는 한국과 ‘간접적’으로 연결된 사안이 아닌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안이다. ‘대만 문제=한국 문제’ 등식이 성립한다. 중국공산당이 추구하는, 이른바 ‘중국몽(中國夢)’은 중화 중심 세계 질서 복원이다. 중국공산당이 세계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그 핵심 대상에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과 대만이 포함된다.”

◇중국몽 실현을 위한 1단계 대상
“중화 질서로 동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를 재편하려 하는 중국공산당에 있어 1단계 전략 목표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홍콩, 마카오, 대만 접수이다. 홍콩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주권을 반환받았다. 포르투갈령 마카오도 1999년 중국령이 됐다. 대만은 마지막 퍼즐이다. 다음 표적은 한반도이다. 북한과 더불어 남한(대한민국)을 장악하는 것이다. 중국공산당의 핵심 목표는 한국에 친중 성향의 중국 종속 정권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만 유사는 한국 유사’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공산당 입장에서 대만 침공 전 우선 장악해야 하는 곳은 한국이다. 한미동맹 등이 중국공산당에 있어서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이를 먼저 제거하고자 한다.”

◇초한전
“중국은 대만을 대상으로 한계를 초월한 무제한 전쟁, 즉 ‘초한전(超限戰)’을 전개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식 전쟁이다. 일반적으로 무력을 사용해서 국가와 국가가 싸우는 것을 전쟁이라고 한다. 중국공산당은 이 개념 자체가 다르다. 다른 표현으로, 대만에서 초한전은 ‘종합세트’로 전개되고 있다. 초한전에서 예시로 제시한 24개 전법 중 정치공작전을 집중 전개한다. 정치인, 언론인, 기업인, 군인, 학자 등 대만 사회 엘리트를 매수해 중국공산당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국가 안보의 간성(干城)인 대만군 고급장교들이 중국에 매수돼 스파이가 되거나 유사시 투항 서약을 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되고 있다. 언론도 마찬가지이다. ‘홍색매체’라 부르는 친중매체뿐만 아니라 다수 매체 관계자, 방송 출연자 등을 대상으로 회유 공작을 펼쳐 친중 발언을 하도록 유도했다. 통일전선공작도 간과할 수 없다. 외성인(外省人·중국 본토 출신) 후예나 친중 성향 정당 관계자들과 연대전선을 구축해 대만의 친중화를 도모하고 있다. 대상(臺商)을 대상으로 한 경제 공작도 있다. 인지전을 통해서는 대만 사회 여론 분열과 대만 국민의 인지 혼란을 획책한다.”

◇적의 무기로 적과 싸운다 
“중국은 한국 국내법 체계와 침투를 정확히 연결한다. 법률전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 법률, 국제사회의 법률을 역이용해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한국 대형 법률회사(로펌)를 고용해 중국공산당을 비판하는 인사에게 소송을 제기한다. 법률 소송이 제기되면 개인이나 기업은 최단 3년에서 최장 5년은 소송에 시달려서 고통받는다. 변호사를 고용하는 등 비용도 수반한다. 이 가운데 중국공산당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가 중국공산당의 법률전 등에 관심을 환기하고 공동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 중국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이 나올 수 있다.”

◇한국의 현실
“대만에서 전개하는 초한전은 한국에서도 복제돼 적용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한국 각 분야 엘리트를 매수해 그들의 입을 통해 한중 관계 중요성을 설파한다. ‘한국과 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미국은 중요한 순간에 한국을 버릴 것이다’ 등의 내러티브를 집중 유포한다.”

“(이처럼) 대만에서 사용하는 내러티브에서 대만을 한국으로 바꾸면 내용이 동일하다. 한국 인터넷 공간은 중국공산당이 장악했다. ‘친중반미’로 요약할 수 있는 편향된 시각에 기반한 가짜뉴스가 인터넷 공간에서 확산하고 있다. 상당수 진원지는 중국이다. 국가정보원 등 한국 정보기관이 공개한 가짜뉴스 사이트만 200개 이상이다.”

논란을 일으켜 온 중국 당국의 ‘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일명 비밀 해외 경찰서)이 기존 54개에서 102개로 48개가 추가로 파악됐다고 스페인 마드리드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발표했다. 중국 공안부는 주재국 위치에 따라 4개 권역별 네트워크로 나눠 이를 관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타이밍
“타이밍도 중요하다. 2024년 1월 13일 대만 총통·입법원 선거가 치러진다. 차후 4년간 대만을 이끌 행정 권력과 입법 권력이 동시에 결정된다. 한국에서는 4월 제22대 총선이 예정돼 있다. 11월에는 미국 대선이 치러진다. 중국공산당은 각국 선거에서 친중 후보를 당선시켜 해당 국가를 장악하고자 한다. 최종 단계로서 중국공산당은 선거 시스템을 조작한다. 한국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는 정확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한국 선거 개표 시스템에 중국공산당이 침입한 흔적이 있다는 것이 민간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국가정보원도 개표 시스템의 보안 취약성을 지적했다.”

◇편의성과 무결성
“한국과 대만은 모든 면에서 유사하다. 중국공산당에 대한 경각심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대만은 정부 차원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중국에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은 분단 후 대치하고 있는 북한에만 경각심을 가지고 있지 또 다른 위협 중국에 대한 경각심은 없다시피 하다. 되레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0년간 친중 정책을 추구해 오고 있다. 선거 개표 시스템에서도 차이가 난다. 대만은 투·개표 시 ‘편의성’이 아닌 ‘무결성’에 중심을 둔다. 중국공산당을 비롯한 외부 세력이 투·개표에 개입할 여지를 원천 봉쇄했다. 반면 한국은 편의성을 중시해 이 점에서 취약하다.”

베이징의 한 도로 옆 사람들이 “중국의 꿈, 인민의 꿈”이라는 구호가 적힌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포스터를 지나가고 있다. | GREG BAKER/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방어적 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법치, 인권, 개방성이 핵심이다. 이를 중국, 북한, 러시아 등 전체주의국가들은 악용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법률 체계를 역이용해서 자신에게 거슬리는 인사를 처벌하기도 한다. 개방성도 간과할 수 없다. 개방적이라는 것은 바꿔 이야기하면 마구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근본적으로 권위주의 체제의 침투에 취약하다. 중국은 중국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이다. 정권 교체가 없으니 일관되게 공작을 추진할 수 있다. 반면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4~5년 단위로 정권 교체가 일어나고 정책 기조가 바뀐다. 근본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공산주의 체제보다 월등하게 강하다. 자정 능력을 갖추고 있어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은 조직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려 든다. 체제의 취약점을 이용한다. 우리가 직면한 중대한 위험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건강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방어적 자유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전체주의자들이 우리 체제를 파괴하려는 것을 막는 것이다. 독일이나 대만은 방어적 민주주의 기제가 존재한다. 한국도 이를 참고해야 한다.”

‘닮은꼴·평행이론’의 나라 한국과 대만

‘대한민국(大韓民國·Republic of Korea)’과 ‘중화민국(中華民國·Republic of China)’이라는 공식 국호(國號)도 유사하다. 일본 식민지-내전-권위주의 통치기로 이어지는 역사 궤적도 닮았다.국가 주도 경제개발에 성공하여 ‘한강의 기적’ ‘대만의 경험’으로 불리는 경제 기적을 일궜으며 지난 냉전 시기 동아시아 반공(反共)전선의 혈맹이었다. 산업화 이후 민주화-선진화 여정도 성공적으로 이행하여 경제적으로 풍요로우며 정치적으로 민주적인 대표 발전 국가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정치·사회 발전 수준, 경제력, 민주주의 발전 정도도 놀라울 만큼 유사하다. 이런 한국과 대만을 두고서 비교정치학자들은 ‘지구상의 가장 유사한 나라’로 꼽는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경제·무역 부문을 중심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아울러 중국의 무제한 전쟁, ‘초한전(超限戰)’의 위협에 노출되어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2024년 1월 13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입법원은 ‘슈퍼 선거의 해’의 첫 선거이다. 선거 파장은 대만을 넘어 동아시아, 전 세계에 미칠 것으로 보인다. 4월 제22대 총선을 앞둔 한국에 끼칠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과 대만의 중대 선거를 앞두고 중국공산당은 직·간접적인 선거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 앞서 선거를 치르는 대만 사례는 한국에도 시사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