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정치전과 선거: 한국 사례

중국의 하이브리드 위협과 정치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⑮

최창근
2024년 02월 14일 오후 5:22 업데이트: 2024년 02월 14일 오후 5:22

공격적 현실주의에 기반하여 팽창주의 전략을 구사하는 중국의 위협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몽(中國夢)’의 감춰진 이면은 ‘중화제국(中華帝國)’ 부활, 중화 패권주의하의 세계질서 재편이라 하겠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을 지배하는 중국공산당이 자신들의 이념과 질서하에 세계를 두고자 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이를 위하여 새로운 전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무력과 비(非)무력, 군사와 민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종전의 ‘전쟁’ 개념으로는 정의할 수 없는 수단, 방법을 총동원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하이브리드전’을 전개하여 ‘개방성’을 특징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약점을 공격하고 나아가 체제 붕괴를 추구합니다. 이 속에서 국내외 중국 문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중국의 하이브리드 위협과 정치전에 대응하여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법을 논의하였습니다.

에포크타임스는 에포크미디어코리아 중국전략연구소와 공동으로 1월 9~11일 한반도선진화재단, 한국세계지역학회,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한국국가전략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국제자유네트워크 2024 국제회의: 하이브리드 위협과 중국의 정치전에 대응하는 방어적 자유민주주의’ 국제 세미나의 핵심 내용을 지상(紙上) 중계합니다.

발제

중국의 정치전과 선거: 한국 사례

이지용_계명대 인문국제학대학 교수, 중국전략연구소 부소장

중국공산당 일당독재 체제의 중화인민공화국은 장기 목표를 세우고 달성을 추진 중이다. 1단계는 2035년까지 이른바 중국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만드는 것이다. 2단계는 2049년까지 중국을 세계를 선도하는 패권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중국몽(中國夢)’으로 불리는 목표이다.

중국이 표방하는 이른바 중화 질서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중국공산당식 전체주의 질서를 의미한다. 자유민주주의와 병립(竝立) 혹은 병존할 수 없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중국(中國)이 아닌 중국공산당(中國共産黨)은 ‘자유의 적’이라 규정할 수 있다. 중국공산당은 전 세계 자유, 자유민주주의 질서의 적이다.

중국몽으로 대변되는 중국의 목표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 중국몽을 달성하기 위하여  중국공산당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로 3대 글로벌 이니셔티브(三大全球倡議)를 내세웠다. ▲GDI: 글로벌 개발 이니셔티브(全球發展倡議) ▲GSI: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 全球安全倡議 ▲GCI: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로(全球文明倡議) 등이다.

중국공산당이 세계 질서를 재편하고 세계 패권을 장악하는 데 있어 선행 조건이 있다. 서태평양 지역을 장악하는 것이다. 서태평양 지역에는 한반도, 대만, 필리핀,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이 포함된다.

아시아 패권국이 되기 위해 중국은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미국과 아시아 각국 간 동맹 체제를 무력화하고 중국 중심의 새로운 질서 구축 여건이 무르익어가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전략과 정책으로 중국은 신형 강대국 관계,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내세웠다. 해양 팽창 면에서는 서태평양에서 인도양으로 패권을 확장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친중화’하는 것도 미국의 아시아 동맹을 무력화하려는 전략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은 반드시 친중 종속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 한미동맹도 반드시 와해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선행되어야 전략을 실행해 나갈 수가 있다. 전제 조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을 친종 종속 국가로 만들기 위해서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0년간 노력해 오고 있다. 정치전을 강하게 전개를 해 오고 있다. 한국이 처한 현실이다.

중국공산당은 중국몽 목표 달성을 위한 선행 조건으로 자유민주주의체제의 미국을 붕괴시키고 다른 자유민주주의 국가 체제 와해를 내세웠다. 오늘날 중국은 미국에 비해 하드파워는 물론 소프트파워(정치, 경제, 기술, 군사, 문화, 가치관)에서도 열세이다. 기술 분야 경쟁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를 인식하고 해법으로 초한전(超限戰), 즉 무제한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초한전은 1999년 중국에서 발간한 같은 이름의 책에서 유래했다. 당시 인민해방군 대교(大校·상급대령) 차오량(喬良), 왕샹수이(王湘穗)가 저술했다. 모든 한계를 초월하는 무제한 전쟁(unrestricted warfare)이라는 의미다. 어떠한 한계를 초월하느냐? 우리가 알고 있는 ‘전쟁’에 대한 개념을 모두 깨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쟁은 상대국을 패배시키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무력을 동원하는 것이다. 반면 중국의 초한전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닌다. 수단뿐만 아니라 모든 한계를 초월한다. 현대전의 유형 중 비(非)전통전이 있는데 그중 하나이다.

중국의 무제한 전쟁은 기존 전쟁에 대한 인식, 개념을 송두리째 바꾼다. 중국식 무제한 전쟁은 전쟁에 대한 모든 재래식 전쟁과 첨단 전쟁, 평시(平時)와 전시(戰時), 군사와 비(非)군사, 전장과 비전장, 살상과 비살상, 군사 목표와 민간 목표를 비롯하여 법, 규칙, 윤리, 도덕을 초월하는 전쟁이다.

오늘날 중국은 전쟁 중이다. 중국의 대국 굴기를 위한 중국 특색 전쟁이며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전력 격차를 상쇄하고 미국 중심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을 붕괴시키고 중국공산당 주도의 세계 패권을 달성하려 한다.

초한전은 마오쩌둥 군사사상을 계승·발전시킨 전략론이다. 모략(謀略)으로 대표되는 고전 전략에 현대 정치, 경제, 기술을 더하고 세계화, ICT 혁명이라는 환경 조건에 맞게 재조정한 전략이다. 초한전은 중국공산당, 중국 인민해방군 통일전선전략의 핵심 전술이다.

2015년 시진핑은 “통일전선전술을 중국 공산당의 법보 중의 법보이자 중화민족의 위대한 굴기를 이루는 최고의 수단이다.”라고 말하면서 공산당 통일전선부 조직을 대폭 강화했다.

초한전에서는 주요 전쟁 유형, 전술로 ▲통일전선공작: 진보·좌파 단체, 진보정당, 교회, 비정부기구(NGO), 노동조합, 중국인 유학생, 중국인, 화교 이용 ▲정치전: 엘리트 유인, 뇌물 공여를 통한 친중국 그룹 구축, 외국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여 중국의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것으로 차이나타운을 곳곳에 만드는 것도 영향력 증대의 한 방법이다. 중국의 영향권이 커지면 각국 정치 엘리트에 대한 중국 입김이 거세지고 민주주의의 재편을 할 수 있다. ▲사이버전: ICT전쟁, 중국산 화웨이 5G 네트워크 장비 활용 전쟁 ▲밀수·마약·범죄전: 인민해방군과 조직범죄집단이 협력하거나 삼합회(三合會), 중남미 마약 카르텔 등과 함께 북한산 마약, 중국산 펜타닐 이용 ▲회색지대전: 투자전, 전략지역을 통제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인천, 평택, 제주도가 있다.

초한전은 ▲군사전(핵전·전통전·생화학전·생태환경전·우주전·전자전·게릴라전·테러전) ▲유사 군사전(외교전·네트워크전·정보전·심리전·최첨단기술전·밀수전·마약범죄전·공갈협박전) ▲비(非)군사전(금융전·무역전·자원전·원조전·법률전·경제제재전·미디어전·이념전) 등 ’24전법’으로 구성된다.

주지할 점은 대한민국 대상 초한전, 정치전을 통해 민주주의 자체를 용도 변경하는 것이다. 중국 내 사업 기회 제공, 정치적 특혜 제공 등 유인(誘因)을 통해 ‘경제 이익 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이다. 한국 내 진보·좌파 단체, 정당 등과 이념+경제 연대를 구축하여 반미 친중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중국공산당을 위한 도구로 용도 변경을 꾀한다. 한국 내 화인(華人) 커뮤니티를 장악하고 그들을 정치 엘리트로 육성하여 한국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 캐나다, 대만 등 표적 국가 선거까지 간섭하려 든다.

중국공산당 내에는 다양한 부서가 있다. 통일전선공작부, 선전부 등이 있다. 국무원 산하에는 공안부, 국가안전부가 있으며 인민해방군에는 전략지원부대가 있다. 공식 조직 외에도 외곽조직, 위장조직도 다수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통일전선공작 관련 조직이다. 한국에도 당(黨), 정(政), 군(軍) 관련 조직이 전부 들어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중앙정부에서부터 각급 지방자치단체 수준까지 촘촘하게 조직돼 운영하고 있다.

통일전선공작은 연원(淵源)이 깊다. 러시아혁명에 성공한 볼셰비키의 핵심 전략이다. 공산당이 ‘공산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당(黨)이 중심이 돼 광범위한 제(諸) 사회 세력과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다. 중국 역사에서 1·2차 국공합작은 대표적으로 성공한 통일전선공작의 사례다. ‘합작’이라는 명분으로 중국공산당이 국민당 내부에 침투했다. 핵심은 공산당이 정체를 숨기고 대의명분을 내세우면서 해당 사회에 접근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른바 ‘비밀경찰서’도 발각됐다. 서울 한강변의 대형 중식당인데 실질적으로 비밀경찰서 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초한전의 극히 작은 일부분일 뿐이다. 초한전에서 제시한 전법 중 회색지대(gray-zone)전의 일환이다. 회색지대전은 공식·비(非)공식의 영역을 넘나들며 경계가 모호한 상대국의 약점을 공략하는 전략 전술이다. ‘해외화교서비스센터(OCSC·華助中心)’라는 명패를 내걸고 외국 거주 민간인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조직을 내세워 실질적으로 자국 국민을 통제·감시하고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며, 외국 거주 중국인에게 실질적 사법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중국의 침투는 각계를 망라한다. 학자. 언론인, 엔터테인먼트 업계 등에 이른바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교류 및 관계를 구축하여 친중 의식을 조장하고 반중 의견을 억제한다. 기업인, 정치인, 퇴역 군인, 시민 사회 단체인, 언론인 대상 ‘대리 부패’ 행태도 마찬가지이다. 대리 부패는 엘리트 손을 더럽히지 않고 그 가족들이나 연고를 악용해 부를 축적하는 방법이다.

미디어전, 여론전도 전개한다. 주요 수법은 ▲뉴스 댓글 공작, 인터넷 접속 수 조작 ▲인터넷 커뮤니티, 포털사이트상에 허위정보, 가짜 뉴스 유포 ▲소셜미디어(SNS)상에 가짜 뉴스, 허위 사실 유포 ▲가짜 뉴스 웹사이트 운영 ▲대통령실 청원 사이트, 정부 웹사이트에 대규모 여론 왜곡 등이 있다.

한국에서 적발된 구체적 사례도 있다. 한국국가사이버안전센터(NCSC)는 2023년 11월 중국공산당이 운영하는 친중 반미 반정부 가짜뉴스 및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가짜 신규 웹사이를 216개 적발했다. 한국 정보 당국은 정부 시스템 내 컴퓨터 하드웨어에 내장된 악성코드를 조사하고 있으며 중국 부품을 사용하는 모든 네트워크의 잠재적 취약점을 강조하고 있다.

오는 4월 한국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패할 경우 윤석열 정부는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동아시아에서의 전략적 목표를 위해 친중 정권을 수립하고 한미동맹을 분쇄하려 한다. 현 정부가 한미동맹 공고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 연계하여 중국공산당은 이번 선거에서 현 정부를 무장 해제시킨 후 한국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언론, 여론, 정치 개입, 통일전선공작전, 무역전 등을 통해 한국 사회를 공격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중국공산당 공격으로부터 선거제도를 보호해야 한다. 선거 공정성, 무결성 확보를 위해 수개표를 도입해야 한다. ▲행정부, 국회는 중국공산당이 전개하는 초한전으로부터 한국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대만 ‘반침투법’ 같은 법령을 제정 해야 한다. ▲정부, 인터넷 포털 서비스는 한국의 사이버 공공 영역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민주주의국가는 가칭 국제자유연합을 결성해야 한다.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민주주의국가는 경제안보연합을 만들어야 한다.

이지용 교수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이지용

건국대 정치외교학과와 동(同) 대학원을 거쳐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를 거쳐 현재 계명대 인문국제학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세계지역학회 이사,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 중국전략연구소 부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의 초한전: 새로운 전쟁의 도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