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국공산당과 싸우는 중국의 지식인들…“파멸 위기” 이구동성

김문학 한중일 국제문화연구원장

이윤정
2024년 01월 28일 오전 8:54 업데이트: 2024년 01월 28일 오후 5:38

중국에서 나고 자라 일본에 귀화한 한국인이 있다. 비교문화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김문학 한중일 국제문화연구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계 중국인 3세인 김 원장은 둥베이 사범대학 일본문학과 졸업 후 1991년 아시아 최우수 성적으로 ‘나이지마 장학금’을 받고 도시샤 대학원에서 유학했다. 교토대학 대학원 박사 연구생을 거쳐 히로시마 대학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일본에 귀화했고 100권이 넘는 저작을 한중일 3개 국어로 출간했다.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많은 팬의 지지를 받으며 글쓰기 외에도 TV 방송 출연, 강연 등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유를 억압하는 공산주의 중국이 싫었고, 언론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곳에서 중국의 실상을 알리기로 결심했다”는 김 원장은 지난해 12월 <중국공산당과 싸우는 중국의 지식인들(양문 출판사)>을 출간했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저작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김 원장과 1월 25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중국공산당과 싸우는 중국의 지식인들>은 어떤 책인가요?

“중국에서 발언을 지속하는 비판적 반체제 지식인들의 육성을 담은 책입니다. 일종의 내부 고발이죠. 중국 공산당의 실체와 중국의 현실에 대한 비판과 고발의 목소리를 중국 밖에 전하고 싶었습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에 걸쳐 30여 명의 중국 엘리트 지식인들을 만나 대담했고, 그중 13명의 목소리를 한곳에 모은 겁니다.”

-중국에 비판적인 반체제 지식인에게 주목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중국 체제 내 지식인 99%가 당과 체제에 편승해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노재(奴才)라고 부릅니다. 책임감, 사명감을 가지고 나라를 위해 비판할 수 있는 진짜 지식인은 극히 드물죠. 그런데 이분들은 맞아 죽을 각오로 과감하게 체제를 비판하고 사회 발전을 위한 방안을 제시해 온 진짜 지식인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문학 한중일 국제문화연구원장의 신간 <중국 공산당과 싸우는 중국의 지식인들>

-책에서 다룬 13명 중 주목할 만한 인사가 있다면요.

“전 중국인민대학교수로 ‘중국 공산당은 21세기의 나치’라고 노골적으로 갈파한 저우샤오정(周孝正) 교수, ‘공산당 독재의 독성은 코로나를 능가한다’는 칭화대 여걸 궈위화(郭于華) 교수, “절망의 어둠 속에 있는 중국인을 광명의 세상으로 이끄는 것이 문학가의 사명”이라는 여성 작가 찬쉐(殘雪) 등 모두가 쟁쟁한 일류 학자, 작가들입니다.”

김 원장은 특히 허웨이팡(賀衛方) 베이징대 법학과 교수를 주목했다. “허 교수는 중국 공산당이 70여 년 동안 ‘위법’ ‘불법’인 상태라고 비판합니다. 중국 밖에서보다 중국 내부에서 비판해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입니다. 저보다 두 살 위인데 참 대단한 분이죠. 요즘 (당국이) 수업도 못하게 하고 논문 발표도 못하게 막아 놔서 고향인 산둥성 시골에 가 계시더라고요.”

책에서 허웨이팡 교수는 “시진핑 체제는 법치와 자유의 무덤”이라며 “일당독재, 개인숭배, 언론 탄압 같은 잘못을 여러 차례 계속하고 있는 것은 중국 민족에게는 매우 큰 비애”라고 말한다. 아울러 “저는 죽어도 독재주의에 영합하지 않습니다. 체제 내에 있으면서 법치와 자유를 위해 제 노력으로 이 체제를 바꿀 수만 있다면 그 이상의 행복은 없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김 원장은 그런 허 교수를 “영웅이 없는 시대에 과감하게 체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쏟아내는 양심적인 지식 엘리트”라고 평했다.

허 교수의 발언이다. “우리 중국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목표는 있습니다. 다당제, 언론과 보도의 자유, 진정한 민주주의, 진정한 개인의 자유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발언을 두고 김 원장은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는 대담한 발언”이라며 “그래서 인터넷에서는 ‘허웨이팡의 최종 목표는 공산당을 소멸시키는 것’이라는 좌파의 맹렬한 비판이 들끓었지만, 개혁파·자유주의 지식인으로부터는 ‘다당제, 언론 자유 같은 이상은 많은 중국인이 마음속으로 원하지만, 감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말’이라며 강한 지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공산주의 체제인 중국 안에서 이런 비판 목소리 낸다는 게 놀랍습니다. 그들의 용기는 어디서 나온 걸까요?

“비판적 지식인으로서의 사회적·민족적 사명감이 아닌가 싶어요. 인민들을 깨우치고, 중국 사회가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 발전 방안을 제시하면서 자기가 중국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분들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중국이 멸망하고 말 거라는 불안감의 표출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목숨을 내놓고 하는 거죠. 중국 내에 서구에서 유학한 사람도 많고 중국의 실상을 잘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만, 대부분 겁이 나서 말을 못 해요. 중국 본토의 독재 체제 속에서 중국의 부조리와 병폐에 대해 용기 있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지식인들이야말로 진정한 ‘용사’입니다. 그처럼 엄격한 언론 통제, 인권 탄압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그들에게 저는 최고의 경의를 표합니다.”

-한국에는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발언조차 못 하거나 외면하는 사회지도층이 많은데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하나는 한국의 전통적 유교 사상 속에 들어 있는 사대주의(事大主義) 사상 때문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중국이라는 큰 나라에 비위를 맞추며 살아온 역사 때문인지 사대주의 사고에 길든 한국인들이 중국에 저자세를 취하는 경향이 있어요. 경제인들은 또 눈앞의 실익을 위해서 말을 안 합니다. 중국과 사업하는 사람들은 중국 공산당의 속성을 잘 알면서도 말을 못 하는 것이죠.”

김 원장은 무엇보다 공산주의 이념이 한국에 많이 침투했다는 게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좌파 중에는 자신들의 행태가 공산주의라는 것도 모르고 공산주의 이념을 실천하는 사람이 많다고도 했다.

“일본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중국과 떨어져 있지만, 한국은 북한과 접해 있고 중국과도 지정학적으로 가까워 그만큼 침투가 쉬운 거죠. 한국 사람들은 중국 공산당 실체를 잘 몰라요. 한나라당, 민주당처럼 공산당도 하나의 정당이라고 생각하는데 공산당은 정당이 아닙니다. 룰(rule)조차 없는, 깡패 조직보다 더 무서운 놈들입니다. 말 안 들으면 무조건 감옥 보내고 죽이고 하는데 그런 실상을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러는 것 같아요.”

-중국이 GDP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큰 어려움에 봉착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중국이 발표하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믿을 수 없습니다. 14억 인구의 1인당 평균 GDP는 더 형편없는 수준이고요. 그래도 지금까지는 인민들에게 ‘우리도 잘살게 됐다’고 ‘경제’ 하나로 큰소리쳐 왔는데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중국은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시진핑 정권이 쿠데타로 몰락할 수도 있어요.”

2020년 일본의 ‘민간노벨상’이라 불리는 히가시구니노미야 문화포상(東久邇宮文化褒賞) 수상 후 기념 강연하는 모습 | 김문학 원장 제공

-중국에 정말 내일이 있는 것일까요?

그가 책 서문에서 반문했던 질문을 던지자 “중국에 내일은 없다고 봅니다. 기대할 수 없어요”라고 답한 김 원장은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경제가 추락해 이미 그 한계에 다다랐다고 봅니다. 또 국민들의 도덕성이 많이 실추됐기 때문입니다. 공산당의 억압에 짓눌려 앞날에 희망이 보이지 않고 막막해서인지 중국인들은 거짓말도 많이 합니다. 독재 체제하에서 자아 보호를 위해 인간성 자체가 말살됐고, 국민성이 정의나 민주주의, 자유 같은 걸 추구하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 불쌍하게 됐어요.”

세 번째 이유로 “시진핑 통치가 점점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고 진단한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책에도 썼지만, 시진핑은 머리가 나쁘면서도 권력욕이 강한 사람입니다. 덩샤오핑(鄧小平)이든 누구든 앞사람이 못 했던 걸 하겠다면서 결과적으로 마오쩌둥(毛澤東) 시대로 돌아가게 만든 겁니다. 마오쩌둥 시대보다 더 엄혹하죠. 왜냐하면 마오쩌둥 시대는 스마트폰 같은 게 없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다 통제하고 있거든요. 한 마디 말도 민감한 단어가 걸리면 문장이 통째로 삭제되고, 어디 가서 무슨 물건을 샀는지까지 공안이 물어본답니다. 이런 상황이 한계에 도달하면 (인민들이) 폭발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중국을 떠나신 건가요?

“공산주의 체제에서는 재능보다는 공산당에 대한 충성도로 개인을 평가합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유가 있는데 그걸 탄압하고 언론의 자유마저 억압하는 게 싫었어요.” 어릴 적부터 독서를 통해 자유 민주주의 세계를 접한 김 원장은 언론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곳에 가서 중국의 실상을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일본에서 수입된 책을 많이 읽은 그는 고등학교 시절 일본행을 결심했다. 그는 “이 속에서 뜻을 같이하는 중국 지식인들을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중국공산당 탈당센터에 따르면 현재까지 중국인 4억 2천만여 명이 공산당 3개 조직을 탈퇴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중국에서 CCTV(중국중앙텔레비전) 방송만 보는 사람들은 중국이 위대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안 보는 사람이 더 많아요. 깨어있는 지식인들, 해외로 나간 젊은이들은 중국이 어떻게 나쁜지, 얼마나 낙후됐는지 이미 다 알고 있어요. 중국이 아직 봉건사회에 머물러 있다는 것까지도요. 중국 공산당이 파룬궁을 탄압하는데, 중국 사람들이 외국에 가서 진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파룬궁 수련자들이 공산당원 숫자보다 많아지면서 위기감을 느낀 공산당이 탄압하기 시작했다는 사실 등을 해외에서 알게 되는 거죠. 진상을 알게 된 중국인들이 공산당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탈당하는 것입니다.”

-중국 공산당은 자국민에 대한 인권탄압을 비롯해 전 세계를 상대로 통일전선전술을 펼치고 있는데요. 우리는 그 위협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중국은 마오쩌둥 시대부터 소련을 대신해서 중국 공산당이 전 세계를 공산주의 사회로 만들겠다는 100년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산주의는 역사상 한 번도 주류가 된 적이 없으니까요. 덩샤오핑 시절에는 개방을 통해 서방 세계를 이용한 돈벌이가 목표였고, 그걸 유지하는 게 그다음 단계였다면 시진핑은 그 결실로 전 세계를 지배하려는 게 목적입니다.”

김 원장은 초한전(超限戰·한계를 초월한 전쟁)도 언급했다. “이 플랜은 통일전선 전술을 통한 포섭과 공작, 스파이, 첨단 기술 등 모든 것을 동원해 미국, 일본, 한국 등 전 세계를 공산화하려는 겁니다. 특히 가까이 있는 한국은 제압하기 쉽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조선 반도는 옛날부터 중국의 속국이라는 생각을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것도 모르고 한국의 좌파들은 공산당에 맞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영합하는 것 같아요. 호랑이굴에 제 발로 들어가는 격이죠.”

“점이 모여서 선이 되고, 면을 이루듯이 시민단체들부터 목소리를 내고 매스컴도 합세해서 공산당의 위협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줘야 합니다. 언론 매체, 민간 단체, 국회의원이나 사회 지도층 주류 인사들에게도 역(逆)세뇌해야 합니다. 자기 눈앞의 이익 챙기다가 나라까지 뺏기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요.”

-중국 공산당은 미국 션윈 예술단의 한국 공연을 집요하게 방해하는 등 한미 양국의 문화 주권도 침해하고 있습니다. 중공의 침투를 차단하고 대한민국의 자유와 주권을 지키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요?

“10년 전쯤 히로시마에서 공연할 때 저도 (션윈을) 관람한 적이 있는데 참 좋았습니다. 한국에서 공연을 하고 안 하고는 한국이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입니다. 중국 방해로 못 한다고 하지만 그건 결국 한국 사람들, 특히 한국 지도층의 결정인 거죠. 그만큼 중국 공산당의 침투가 심각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문화 주권을 지키려면 한국 사회 지도층의 인식부터 달라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