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美서 대규모 정전 가능성…친환경 정책 부작용” 감시단체 경고

나빈 아트라풀리
2023년 11월 14일 오후 5:15 업데이트: 2023년 11월 14일 오후 5:16

갑작스러운 기온 하강, 천연가스 공급 부족 등으로 인해 올겨울 미국의 많은 주(州)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8일 미국의 전력망 감시 기관인 북미전력신뢰도공사(NERC)는 보고서를 발표해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NERC는 “북미 전력 시스템이 겨울철 전력 피크 기간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지 못할 위험에 처해 있다”며 “특히 12월부터 2월까지 미국 동부의 많은 지역에서 전력 공급이 제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파와 천연가스 공급 부족이 그 원인으로 꼽혔다.

겨울철 전력 피크 기간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전력이 소비될 뿐만 아니라, 천연가스 생산 및 공급 과정에 차질이 생겨 전력 공급이 제한될 수 있다.

실제로 2022년 12월 미국을 강타한 겨울 폭풍 엘리엇으로 인해 천연가스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전력 부족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NERC의 경고는 바이든 행정부가 화석연료 발전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미국 전력망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의 2023년 4월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에 건설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의 용량은 1995년 관련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5월 열린 미 상원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 청문회에서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위원인 마크 크리스티는 “미국이 (전력망) 안정성 위기로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대학교에 설치된 태양광 전지판 | 로이터/연합뉴스

또한 이 청문회에서 존 바라소 상원의원(공화당·와이오밍주)은 EIA 보고서를 인용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신규 건설을 막아 미국의 전력 위기가 악화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이 국가 에너지믹스(에너지 공급원 다각화 및 안정화)에 ‘균형’을 되찾지 못하면 에너지 비용이 치솟고 전력망 안정성이 저하될 것”이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국의 모든 가정에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정책

지난 5월 미 환경보호청(EPA)은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발전소를 겨냥한 엄격한 규제를 발표했다. 이는 기존 및 신규 전력 인프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5년까지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에 성공함으로써 미국 전력망을 ‘탈탄소화’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화석연료 발전소가 너무 빠른 속도로 폐쇄되고 있어 향후 몇 년간 전력 부족, 에너지 비용 상승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NERC도 “풍력, 수력, 태양광 등에 의존할 경우 미국 전력망의 전반적인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8일 미국의 전국농촌전력협력협회(NRECA)는 성명을 내어 “수년간 NERC는 미국의 전력망 안정성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EPA의 규제는 대규모 정전 사태를 유발할 수 있으며, 에너지 비용을 높여 미국 기업과 가정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며 “EPA가 전력망 안정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NRECA의 대표인 짐 매더슨은 “전력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현재 미국이 직면한 전력망 안정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모든 미국인이 우려해야 할 일”이라며 “대규모 정전이라는 재앙을 막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