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부풀렸다가 연말에 슬쩍 하향, 中 지방 GDP 통계 실상

강우찬
2024년 02월 4일 오후 2:43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29

중국 지방정부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경제 데이터를 발표해 통계수치 조작 의혹을 자초했다.

허난성 정부는 최근 지난해 허난성 국내총생산(GDP)을 5조9132억3900만 위안(약 1097조원)으로 발표하며,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년 전인 지난해 1월에는 전년(2022년) 허난성 GDP가 6조 위안을 돌파했다며 전년 대비 3.1% 성장해 전국 평균보다 0.1% 높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른다면, 2023년 GDP가 전년보다 2000억 위안(약 39조원) 이상 적은데도 마이너스가 아니라 오히려 4.1% 성장했다는 모순적 결과가 나온다.

집계 과정에서 오차를 수정했기 때문이라는 게 허난성 정부의 설명이다.

지난해 말 최종 검증을 거쳐 연초에 발표한 수치에서 3124억9200만 위안(약 58조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2023년 GDP 역시 전년 대비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최종 검증 과정에서 예비 산정 데이터를 수정하는 것은 국제적인 관행이다.

그러나 허난성 정부를 비롯해 중국 지방정부의 고무줄 같은 경제성장률 수치 조정은 연초에는 ‘깜짝 성장’ 발표로 주목받고 연말에 슬그머니 낮추는 식의 정치 쇼로 전락했다는 게 전문가의 비판이다.

허난성의 경우 2021년에는 연초 예비산정과 연말 최종 검증 간 격차가 815억9800만 위안(약 15조원)에 그쳤다. 그러나 2022년에는 격차가 약 58조 원으로 4배 가까이 폭증했다.

이는 2023년 중국 국가 GDP 최종 검증 단계에서 수정된 5483억 위안(약 101조원) 감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 중앙정부 역시 지방정부의 이러한 경제지표 집계 방식의 문제점을 시인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중국 국가통계국 관계자는 현지 언론 질의에 “통계 조작은 통계 분야에서 가장 큰 부패”라고 답했다.

통계 조작은 중국 공산당(중공)도 엄중하게 경계하는 기율 위반 행위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중공 기율 처분 조례’ 제139조는 통계 조작 행위에 관해 직접 연루된 인사는 물론 감독 책임자까지 사안에 따라 경고 또는 출당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국가 GDP를 들었다 놨다 한 허난성 정부를 중공이나 중국 중앙정부가 처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중국 전문가 왕허는 관측한다.

왕허는 “허난성 당서기 러우양성(樓陽生)이 시진핑의 저장성 인맥인 ‘즈장신쥔(之江新軍)’의 일원”이라며 시진핑이 러우양성의 중앙 정계 고위층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시진핑은 지난해 20차 당대회에서 러우양성을 중앙정치국에 진입시키려 했으나 중국 상위 5위권을 차지하는 허난성의 경제 하락세 등에 따른 책임론으로 인해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뒤처졌던 쓰촨성이 지난해 경제 성과에서 허난성을 추월해 5위권에 진입하며 러우양성의 체면을 구겼다.

허난성이 연초 과대 실적을 발표했다가 연말에 이를 수정하는 행태를 보인 이유가 바로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게 왕허의 견해다.

중국 당국도 지방정부의 이러한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강경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22년 5월에는 장징화(張敬華) 전 장쑤성 부서기가 통계 조작을 이유로 사상 처음 당직과 공직이 박탈되는 중징계를 받았다.

왕허는 “그러나 다른 성·시·자치구에서도 비슷한 통계 조작을 하고 있다”며 “중국 당국은 2017년부터 통계 개혁에 착수했지만 통계 결과가 관리들의 실적 및 승진과 직결돼 근본적인 개혁에는 한계가 있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