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경 가자스라, 한양가’ 기획특별전

류시화
2023년 09월 27일 오전 7:41 업데이트: 2024년 02월 5일 오전 11:29

한글로 쓰인 가사 ‘한양가’ 목판본 및 자료 190점 전시…국립한글박물관展

‘어화 벗님네야 한양(漢陽) 구경 가자스라
한양은 어디멘고 우리나라 국도(國都)로세…
‘어만사년(於萬斯年) 누릴 도읍(都邑) 한양성중(漢陽城中) 거룩하다’

조선 후기 서울의 풍경을 담은 한글 노래 ‘한양가(漢陽歌)’를 주제로 한 기획특별전 ‘서울 구경 가자스라, 한양가’가 오는 9월 27일부터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된다.

당대 한양의 전체를 풀어낸 노래

‘한양가’ 목판본과 목판 | 박재현

‘한양가’는 1844년(현종 10) 신원미상의 문장가 한산거사가 지은 장편 가사(歌辭)이다. 조선 후기 한양의 궁궐부터 관아가 있는 육조 거리, 시장, 과거 시험장 풍경 등 당대 한양의 전반적인 풍경을 한글로 생생하게 묘사한 노래다. 당시 상업용으로도 출판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한양가는 다양한 필사본이 작성돼 현재 국내 여러 박물관, 도서관 등에서 소장 중이다. 많은 필사본이 이번 특별전을 위해 국립한글박물관을 방문했다.

국립한글박물관 특별전 ‘서울 구경가자스라, 한양가’ 전시실 내부 | 박재현
국립한글박물관 특별전 ‘서울 구경가자스라, 한양가’ 전시실 내부 | 박재현

‘한양가’ 속 내용을 생생하게 느끼다

총 3부로 나눠 준비한 이번 전시는 한양가에 대한 시대적 배경 설명으로 시작한다. 2부는 한양가에 등장하는 장소별로 구분해 꾸민 전시실에서 관련 유물과 상세한 설명, 인터렉티브 영상 등을 통해 마치 당시 궁궐과 시장에 와 있는 듯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마지막 3부에선 한양가가 만들어진 이후 조선 말기로 접어들면서 변화·발전하는 서울의 모습을 사진 및 그림, 다양한 서적 자료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국립한글박물관 특별전 ‘서울 구경가자스라, 한양가’ 전시실 내부 영상 | 박재현

찬찬히 살펴보는 즐거움

국립한글박물관 특별전 ‘서울 구경가자스라, 한양가’ 전시실 소제목. 4음보로 적혀 있다 | 박재현

이번 전시는 한글박물관에서 주최한 만큼, 관람객들은한글의 맛을 음미하며 우리 말글의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다. 3부로 나뉜 전시실 입구마다 적힌 소제목은 한양가가 4음보(시의 한 행이 4음절 단위로 반복되는 운율)로 작성된 것에 착안해 4음보로 쓰여 마치 한양가 구절을 읽는 듯한 재미를 준다. 전시실 곳곳에 눈에 잘 띄게 적어 둔 한양가 구절은 현대인들에게 생소한 옛 한글 표기법을 따라 읽어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국립한글박물관 특별전 ‘서울 구경가자스라, 한양가’ 전시실 내부 | 박재현

이번 전시에선 한양가의 원본 격인 목판본과 목판, 다양한 필사본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한 가사의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유물들도 함께 자리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시가집인 ‘청구영언(1728/보물)’, ‘동의보감(1613)’ 초간본과 최초로 실물이 공개된 조선 전기의 한시집 ‘한도십영(1479년경)’ 같은 귀한 유물뿐만 아니라, 악보를 기록한 ‘한글 시조보’와 과거시험 답안지인 ‘시권’ 등 당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유물도 함께 전시돼 있다.

‘한양가’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다

한양가를 소재로 한 전시는 과거 다른 기관에서도 몇 번 진행한 적이 있지만 이번 전시는 많은 측면에서 차별화됐다.

전시를 담당한 고은숙 학예연구관은 “(이번 전시는) 우리 말글의 관점에서 한양가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며 그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조명한 최초의 전시다. 한글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과 다양한 인터렉티브 영상 및 디지털 자료를 통해 전시 내용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이번 전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국립한글박물관 김영수 관장 | 박재현

김영수 국립한글박물관장은국제도시로 거듭난 서울의 K-콘텐츠를 보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활력을 느끼듯이 조선 후기에도 이미 그런 활력이 있었다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문화, 한글이 세계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 발전에 기여했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전시는 내년 2월 12일까지 진행되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