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없는 선율에 영혼의 깊이를 더하다…고전주의 오페라

아리아네 트리브스웨터(Ariane Triebswetter)
2024년 03월 21일 오전 9:14 업데이트: 2024년 03월 21일 오전 9:14

18세기 유럽에서는 루이 14세 사망 이후 절대 군주제를 대체할 새로운 철학적, 사회적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오페라는 귀족을 위한 종래의 인위적인 내용에서 인간 정신의 진정한 모습을 표현하려는 내용으로 변화했다.

이 시기 오페라에 극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킨 대표적 음악가로는 이탈리아 출신의 예술가 C.W 글루크(1714~1787)와 오스트리아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를 들 수 있다. 이들은 고전주의 음악 사조의 예술가로, 단순한 구성과 사실적인 내용으로 인간의 감정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는 새로운 장르를 구축했다.

고전주의 오페라의 부상

고전주의 시대에 이르러 대중은 이야기 속 인물과 공감하기를 원했다. 이러한 변화는 성량을 과시하고 웅장함에 치중하는 음악 형식을 탈피하고 감정과 경험에 초점을 두게 했다. 작곡가들은 영국과 프랑스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도덕적이고 감동적인 내용을 주제로 삼았다. 이러한 변화는 오페라에 새로운 표현과 변화를 불러왔다. 대사는 이전보다 음악적으로 변했고, 아리아(독창곡)는 표현력이 더욱 풍부해졌다. 등장인물 간의 상호 작용을 보여주는 앙상블(2인 이상이 부르는 노래) 곡도 등장했다.

오페라의 개혁을 이끈 글루크

‘클라비코드를 연주하는 글루크’(1775), 조셉 듀플레시스 | 공개 도메인

C.W 글루크는 오페라의 개혁을 이룬 주요 음악가 중 한 명이다. 그는 고상한 정서를 전달하는 단순한 음악을 통해 이야기 속 극적인 감정의 변화를 강조했다. 아울러 오케스트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음악의 감정적 효과를 십분 활용했다.

그는 화성학을 최초로 발표한 18세기 초 작곡가 장 필립 라모(1683~1764)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기존 오페라의 형식적 구조와 음악적 장치를 해체했다. 그는 프랑스 희극 오페라의 단순한 멜로디와 화성을 차용해 새로운 음악적 구조를 만들었고 감정적 표현을 극대화했다.

글루크는 생전에 수많은 오페라를 작곡했다. 1762년 10월 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는 오페라 역사의 새 장을 연 작품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 작품은 글루크의 ‘혁신적 오페라’로 알려진 세 편의 오페라 중 첫 번째 작품이다. 그 이전에 많은 작곡가가 오르페우스의 고전 신화를 재구성했지만, 이 작품에 견줄 수는 없었다. 그는 대사와 음악을 유려하고도 자연스럽게 결합했고, 오케스트라의 역할을 더욱 비중 있게 다뤄 극 전체의 완성도를 높였다.

오페라 ‘알체스테’의 프랑스어 개정판 초연을 위한 세트 디자인 | 공개 도메인

글루크는 ‘아름다운 단순함’을 모토로 삼아 이 작품뿐만 아니라 ‘알체스테’,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아’ 등 간결하고 직접적인 오페라를 탄생시켰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모차르트 가문’(1780년), 요한 네포무크 델라 크로체. 볼프강 모차르트(왼쪽에서 두 번째) | 공개 도메인

글루크가 고전주의 오페라의 기초를 세웠다면, 모차르트는 우아한 음악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탐구했고 오페라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모차르트는 글루크와 마찬가지로 오페라 세리아(비극)와 오페라 부파(희극)를 작곡했다. 그는 기존 오페라에 교향곡의 특성을 더해 개성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 독창곡에 화려함과 섬세함을 더하고 앙상블 곡을 다수 삽입해 극 중 인물의 감정을 돋보이게 했다.

모차르트(가운데)는 1789년 베를린을 방문해 자신의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유괴’를 관람했다. | 공개 도메인

그는 첫 번째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유괴’(1782)에서부터 독창성을 뽐냈다. 극 중 하인이 부르는 노래는 프랑스와 영국의 희극 오페라 속 대중적 멜로디가 사용됐고, 여주인공이 부르는 곡은 오페라 세리아의 형식을 따랐다. 앙상블은 희극적 요소를 따라 꾸며져 모차르트 특유의 유머와 감동이 돋보인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깊은 감정과 관계를 묘사했다. ‘피가로의 결혼’(1786), ‘돈 조반니’(1787) 등의 곡은 지금까지도 세계 무대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특히 그가 사망하기 석 달 전에 만든 오페라 ‘마술피리’(1791)는 성악곡과 오케스트라의 완벽함, 곡 구조의 높은 완성도가 어우러져 더욱 빛을 발한다. 그가 창작한 오페라 속 인물들은 매우 정밀하고 인간적으로 그려져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선사했다.

고전주의 음악의 거장

그들과 동시대를 살았던 요제프 하이든(1732~1809), 안토니오 살리에리(1750~1825)와 같은 작곡가들은 대중 오락의 한 형태로 오페라를 작곡했다. 그러나 글루크와 모차르트는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 예술적 깊이를 더했다.

글루크는 과장된 음악이 아닌 단순한 멜로디와 자연스러운 감정 묘사로 사실적인 무대를 만들었고, 모차르트는 한발 더 나아가 신화적 요소보다는 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 경쾌함과 극적인 스타일을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아리아네 트리브스웨터는 현대 문학과 클래식 음악에 대한 배경지식을 갖춘 국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입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