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우한연구소 스정리, 왜 “새로운 코로나 발병” 경고했나

강우찬
2023년 09월 28일 오후 6:12 업데이트: 2023년 09월 28일 오후 6:14

스정리 지난 7월 초 논문서 경고…홍콩매체 9월 말 보도
“두 달 사이 발생한 사건들 심상치 않아…뭔가 있다”

중국 우한바이러스 연구소의 스정리 박사가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의 유행을 경고한 가운데, 그 배경을 두고 분석이 활발하다.

에포크타임스 중문판의 중국 문제 전문가는 그녀의 발언 내용과 함께 언론을 통해 공론화된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의중’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4일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바이러스 학자 중 한 명이자 ‘배트우먼(박쥐여인)’으로 알려진 스정리가 미래에 또 다른 코로나바이러스가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SCMP는 “동물, 특히 박쥐에서 인간으로 옮겨가는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로 이런 별명을 얻은 스정리는 최근 동료들과 함께 쓴 논문에서 ‘세계는 코로나19 같은 또 다른 질병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기사에서는 최근 논문이라고 소개했지만 정확히는 지난 7월 발표된 논문이었다(논문 링크).

이에 관해 SCMP는 기사 중반에서 “이 논문은 지난 7월 영문 저널 <신종 미생물과 감염(Emerging Microbes & Infections)>에 게재됐지만, 이달 들어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주목을 받았다”고 뒤늦게 보도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소셜미디어에서 어떻게 주목을 받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시사평론가 탕징위안은 “홍콩 SCMP는 중국 당국의 통제를 받는 언론”이라며 “스정리 박사 논문을 발표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보도한 것은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것만이 이유의 전부가 아닐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스정리 박사. | JOHANNES EISELE/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탕징위안은 “중국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제적으로 책임추궁을 당했다. 호주 등 일부 국가는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하자고 압박했고, 결국 외교적으로 갈라서기까지 했다. 중국은 이런 경험을 잊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과학자(스정리 박사)의 입을 빌려 전 세계에 사전경고함으로써 앞으로 새로운 중국발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미리 빠져나갈 구석을 마련하는, 일종의 책임회피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탕징위안은 또한 논문 발표와 언론 보도 사이에 두 달의 시차가 있는 것에 관해서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행보와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WHO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위한 조사단을 다시 파견할 준비가 됐다”며 중국 측에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완전히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WHO는 코로나19 사태가 4년이 지나도록 전염병 기원이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려 모든 정보를 살펴볼 권한을 달라는 서면 요청을 베이징(공산당 지도부)에 보낸 상태다.

WHO는 지난 2021년 1월 국제조사단을 중국 우한에 파견해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벌인 바 있다. 그러나 막상 중국 측은 일부 핵심 자료와 관련해 협력을 거부했고, WHO 조사단은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조사를 마무리했다.

미국 뉴욕에서 진행 중인 제75차 유엔총회에서는 지난 20일 ‘전염병 방역 및 대응 준비를 위한 유엔 고위급 회의’가 개막했다. 각국 여론은 코로나19에서 멀어졌으나 보건 분야에서 코로나19 및 전염병 방역은 여전히 현안이다.

탕징위안은 “WHO 사무총장은 9월 중순, 유엔 방역 고위급 회담 직전 중국 측에 ‘2차 조사단을 파견할 준비가 됐다’며 코로나19 기원 정보 공개를 압박하고 나섰다”며 “WHO가 뭔가를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우한연구소의 스정리 박사는 ‘미래에 나타날 치명적 바이러스에 미리 대비한다’며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에 매달려 왔다.

스정리 박사는 이번 논문에서 “40종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되는지 여부를 평가한 결과 절반이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그중 6종은 사람에게 감염돼 질병을 유발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 FABRICE COFFRINI/POOL/AFP via Getty Images

스정리, 8월 치사율 90% “새 코로나 생성” 발표…같은 달 최고 과학자 후보 선정

또한 스정리 박사와 연구팀은 지난달 21일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바이러스학 저널(Journal of Virology)>에 실린 논문에서 “연령에 따라 사스(SARS)나 코로나19와 유사한 사망률을 유발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생성했다고 주장했다(논문 링크).

이 논문에서는 당초 야생 쥐에는 감염되지 않는, 야생에서 채집한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를 계대배양(동물에서 세포를 떼어 내어 1차, 2차 등 계속 배양)해 야생 쥐에 감염되는 강력한 병원성의 ‘SMA1901’ 코로나바이러스를 획득했다고 전했다.

미국 육군연구소의 바이러스학 연구원을 역임한 숀 린 박사는 스정리 박사의 ‘바이러스학 저널’ 논문을 분석한 후 “그녀가 쥐 실험에서 얻어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MA1901)는 7일 내 치사율이 약 90%에 달할 정도로 매우 위험하다. 특히 고연령, 낮은 저항력의 쥐에서 더욱 그렇다”고 평가했다.

린 박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추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한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국제사회의 보편적 시각인데도, 스정리 연구팀은 여전히 기능획득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위험성과 유출 우려를 고려하면 별 조치 없이 바이러스의 감염성과 치명성을 높이는 연구를 계속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고 덧붙였다.

스정리는 유출 의혹을 부인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주력해 온 기능획득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기능획득연구는 기존 바이러스에 없었던 ‘기능’을 추가해 치명성, 감염성 등 병원체의 능력을 향상해 앞으로 어떻게 변형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연구다.

이는 바이러스의 특성을 이해하고 예방용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반면, 이렇게 개발한 바이러스를 ‘생물무기’ 등 군사적 용도로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공산당은 민간에서 개발한 기술을 군사용으로 전환하고 민군이 함께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민군융합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21년 5월, 호주 매체 ‘디 오스트레일리안’은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 과학자와 감염병 전문가들이 작성한 2015년 보고서 ‘사스의 비자연적 기원과 신종 인공 바이러스 유전자 무기’를 입수해 “중국이 바이러스 무기화를 연구해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스정리 박사가 지난 8월 발표한 SMA1901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이었다. 중국 공산당은 2003년 사스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후 바이러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의 생물무기화 가능성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과학원이 지난달 말 발표한 2023년 원사(최고 과학자) 후보자 명단에 스정리 박사가 확정됐다. 국제사회에서는 코로나19 유출과 관련됐다는 의혹에 휩싸였지만, 스정리 자신은 승승장구하고 그녀의 연구는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고 있다.

이번 원사 후보 선정과 관련해서는 새로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SMA1901 개발 공로가 인정돼 ‘공산당 영웅’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온다.